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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쓰기 핵심
임병식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9년 4월
평점 :
"글은 도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을 전하는 것이다" 조선 시대 문인인 서포 김만중의
글이다. 글에는 의미와 감동이 담겨 있어야 한다. 글은 자신의 인성이 표현되고 들어 있고
자신의 삶이 녹녹히 녹아 있는 것이므로 바른 심성과 가치관을 가지고 써야 한다.
중국 남송 때 사람 홍매(1123-1202)의 '용재수필'에서 처음 사용된 '수필'이라는 단어는
1780년 연암이 쓴 '열하일기' 속에 '일신수필'이라는 항목을 넣어 글을 쓰면서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됐고 서양에서는 몽테뉴의 저서 '수상록'에서 'essai'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필은 문학이다'
흔히 수필을 '붓 가는대로 쓰는 글'이라 생각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수필은 소설처럼 허구에 바탕을 둔 문학이 아니고 생활 속에서 직접 겪은 일을 가지고 쓰는
체험 문학이며 자신의 마음을 발가벗겨서 독자 앞에 진솔하게 드러내는 심적나상(心的裸像)을
기반으로 한 문학이라고 소개한다, 옛 말에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수필이 그렇다.
잘 모를 때는 무턱대고 뛰어 들거나 손대기 쉬운게 수필인데 쓰면 쓸수록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
웃고 들어갔다 울고 나오기 일쑤인게 수필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치열함'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치열하게 살아 온 자신의 인생이 담겨있고, 열정을 다한 삶이 살아 있고,
목표를 향한 집념이 숨쉬는 것이 수필이기에 수필은 치열함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필은
진솔하다. 거짓과 위선이 아니라 진실하고 바른 글이어야 한다. 인격과 인품이 뭍어 나기에 좋은
수필은 겸손하다. 1인칭 주체가 되어 자기가 체험한 것을 써야 하기에 자신을 돌아 볼 줄 아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이러한 겸손함은 독자로부터 거부감을 없애주고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켜
준다. 여기서 꼭 짚을 것이 있는데 과공비례(過恭非禮)이다. 지나치게 겸손하면 오히려
가식적으로나 과시로 비쳐져서 독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으니 중용이 필요하다.
작가는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나누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수필을 쓰는 사람은 적어도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 받을 정도의 자리 매김은 되야 한다.
예전에 '연암에게서 글쓰기를 배우다'에서 읽은 문장을 쇼펜하우어의 글을 통해 만났다. '쓸데 없는
사족은 문제와 문장의 명료함을 흐린다'. 글을 쓰다 보면 자꾸 길어지게 된다. 왠지 이 말을 더
넣으면 글이 훨씬 세련되어 보일 것 같고 이 단어를 첨가하면 고급져 보일 것 같다는 착각속에
하나둘씩 첨부하다 보면 본질을 흐리기도 하고 주제나 논점에서 벗어나기 일쑤다. 대학때 김형석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보고서를 쓸 때 더 줄이고 더 뺄것이 없는 보고서가 제일
잘 된 보고서다.' 맞는 말이다. 사족은 사족일 뿐이다.
저자도 말했듯이 글쓰기는 연습이다. 꾸준한 습작을 통해 글의 맥과 흐름을 잡고, 끊임없는 수정과
교정을 통해 바른 글을 쓰며, 지속적인 사고를 통해 글의 넓이를 넓혀가는 것이 글쓰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 속 한켠에 자리 잡은 행복한 국어 수업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