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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ㅣ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사회학자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내것이 아닌 남의 것처럼 들리는 국민소득3만불시대, 민주주의, 촛불혁명과 같은 거창한
구호만 난무할 뿐 정작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점차 확대되는 소득 불균형과 거꾸로 민주주의와
몰가치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저자는 먼저 사회의 품격이 대해 말한다.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와 품위'를 말하는 '격'이 사람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듯이 사회의 가치를 평가 하는데에도 사용되는데 이를 연성권력(soft power)이라고 표현한다.
과연 우리 사회는 품격이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잠시 생각에 잠겨 본다.
'신뢰의 적자'
지금 현재 한국 사회를 표현하는 말이 '불신사회'이다. 신뢰가 부족하다 보니 서로 협력해야만
이룰 수 있는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정치권은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고
국민은 정부가 하는 일에 냉담하고 한때는 중재자 기능을 했던 시민사회도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남을 돕는데도 인색하고 나의 어려움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고 새로운 위험에는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모래알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 모두가 불안해 하지만
함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타인에 대한 배려, 공론화를 위한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아픈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국민들은 몸도 아프고 마음은 상처입고 스트레스도
많고 그러다 보니 화병이 생긴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나서서 속 시원히 풀어줄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 이런 현상에 대해 학자들은 스톡(stock)과 플로(flow)라는 경제학 용어를 사용하여 접근한다.
각각은 고정자산과 유동자산을 가르키는 말인데 저량 (貯量, stock)과 유량(流量, flow)으로 불린다.
쉽게 설명하면 저수지에 고여 있는 물이 스톡이고 흘러 나오면 플로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원에도 스톡과 플로가 있는데 이 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일방적이거나
포화상태거나 전무이기에 정상적인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과몰입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을 가진 집단은 절대 그것을 양보하거나 타협하려 하지 않고 규제를 담당한 정부는 그 규제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기에 성장동력이 동맥경화 처럼 서서히 막혀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터져 버리면 그대로 위기가 되는 것이다. 결국 행복이란 스톡과 플로의 선순환을 바탕으로 아주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다.
1991년 9월 케이프타운 몽플뢰르 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몽플뢰르 시나리오 컨퍼런스'의 대화
원칙은 반대를 위한 반대와 정당이나 계파 논리에 의해 휘둘리는 우리나라 정치와 소통이 아닌
불통의 쓰나미를 겪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들이라 소개해 본다. "자신이나 지지
단체가 원하는 미래를 말하지 않기,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해라거나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돼등과 같은 단정적이고 속단이 내포된 어법 금지, 앞으로 일어날수 있는 일들에
대해서만 말하기, 왜 그런 일이 일어 나는가, 그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등의 질문만
하기" 인데 결국 남아공은 이 일을 기점으로 변화의 기류를 타기 시작한다. 적극적인 소통과
설득에 의한 합의가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는 역동적인 조화와 상생을 이루게 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는 좋은 예가 된다. 궁극적으로 좋은 사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넘치고,
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고, 현실에 만족하며, 적극적으로 위험을 감수해 창업과 혁신적 노력을
하며, 참여를 통해 능동적 변화를 끌어 내려는 공동체 의식이 높은 사회이며 이런 사회라면
국민들의 행복감은 높아질 것이다. 비록 우리에겐 요원한 일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아주 오랜만에 강의실에 앉아 명쾌하고 깔끔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나온 기분이다.
책은 그런 책이다. 이런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그들이 부럽다. 그는 여전히 우리에게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