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5 - 열도의 게임 본격 한중일 세계사 5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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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했던가. 글과 명예를 앞세우던 막부가 다른 손에

책을 드는 순간 이미 막부의 절대권위는 무너져갔고 집중되었던 권력은 모래성 같이

흩어지기 시작한다. 권력의 쇠퇴기나 교체기가 그렇듯이 막부 말기 일본 역시

피바람이 불었고 저자의 말처럼 일본도의 희멀건 칼날로 막부 말기 난세의 핏빛

컬러를 수놓던 시기였다. 


실제 막강한 권력으로 일본을 지배하던 막부와, 권위와 정통성만을 가진 정부로 양립되는 

일본이 '공무합체' 대의로 내걸고 연합을 시작하는 틈바구니에서 권력도 잡아보고

처참하게 몰락도 하게되는 조슈 번의 모습을 보면서 권력의 무상함과 그래도 끝까지

자신들의 정당성과 명예를 지키기 위한 사무라이 다운 모습이 조금은 느껴졌다. 1863

8 18일의 정변에 의해 교토에서 추방당했던 조슈 번이 군사를 일으켜 교토 시가지에서

벌인 무력충돌인 '금문의 ' 교토 시내에서 3 가구가 소실 되는 1615 '오사카

여름의 ' 이래 최대의 사건이었다. 결과 존왕양이파는 급진전 지도자 대부분을 잃고

세력이 급격히 축소되었으며 언제나 그랬듯이 승자측인 이치 요시노부를 위시한 아이즈

등이 교토정국을 주도하게 된다.

 

수적으로도, 여론으로도, 황실의 지원도 없는 외로운 싸움이었지만 죠슈 번의 무사들은

자신들의 목숨으로 대의라는 것을 펼치고 이슬과 같이 사라진다. 역사는 승자의 몫이기에

이들의 교토점령실패는 어김없이 쿠테타로 그려지지만 만약 이때 조슈 번이 일으킨 금문의

변이 성공했다면 일본의 역사는 조금 흥미롭게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와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는 기독교 구세주 사상을 기반으로 배상제회 교주 홍수전을

중심으로 건국 태평천국이 1850-1866년까지 중국 북서쪽 끝인 감숙성을 제외한 전역에서

만주족 황실인 청나라와 내전을 벌이는데 이를 '태평천국의 '이라고 한다. 이는 명청전쟁

이래로 중국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전쟁이었으며 인류 역사상으로도 가장 유혈 낭자한

내전 하나이다. 이때 죽은 사람이 대략 2천만-7천만(당시 중국 인구 4 5)정도로 추산되니

규모가 어느정도 였을지 짐작이 가능하다. 난의 주체인 홍수전의 죽음을 보면 종교적 신념이

이성 마저도 마비시킨다는 말이 실감될 정도로 자신의 병세에 일체의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면역력과 신적 능력에 의지하며 버티다 결국 병사한다. 물론 그런 기적적인 일로 전시를 일거에

역전 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결과로 보면 아쉬움만 남는다. 혁명은 부르짖었으나 실제로는 그들의

혁명 대상인 봉건화 되어 갔고 이는 결국 분열과 처음 내걸은 기치의 퇴색을 가져와 실패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태평천국의 이후 만한병용(滿漢倂用)의 관리임명 방법이 자연스럽게 한족 위주로 넘어가게

되었고 상군의 조세 징수가 어렵게 되자 중국의 해관행정권이 외국(영국)인 손에 장악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진다. 사회적으로는 여자의 전족 폐지와 참정권 부여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아편 금지로 중국 사회 발전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 오가는 하지만 14년여에 걸친

내전으로 인해 나라는 더욱 더 피폐해졌고 500만 이상의 난민을 양산해 낸 이 난에 대해 마르크스는

'보수적 허탈에 대한 추악한 기형적 형태의 파괴, 건설의 싹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파괴'라고

혹평을 하기도 했다, 결국 이 난은 홍수전의 아들인 홍천귀복이 붙잡히고 최후 잔당 지도자 왕해양이

1866년 1월 29일 토벌되면서 최악의 실패한 난이라는 오명을 쓰고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센스와 기발함이 표현 속에 묻어남이 느껴졌다. 단어의 선택이나 사건을 풀어

나가는 방법이나 적절한 삽화의 구성까지 재미있고 역시 굽시니스트다왔다. 특별히 번들의

집합과 이탈 그리고 진입등을 묘사하는 삽화는 매우 흥미로웠고 익숙한 번들의 깃발은 반갑기도

했다. 책을 통해 복잡하고 미묘한 막부 말기의 일본 정치 상황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역시 역사는 승자의 편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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