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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블 맨 - 스탠 리, 상상력의 힘
밥 배철러 지음, 송근아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4월
평점 :
비 현실적인 만화가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상상속에서만 존재하고 생각으로만
가득했던 것들이 점점 현실적이 등장하는 지금, '마블'과 '슈퍼 히어로'는 이 모든
일들의 최선봉에 서 있고 그 가운데 스탠 리(Stan Lee)가 존재한다.
미국의 대공황 시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가난을 몸으로 느끼며 성장하고 어려운
집안 형편을 돕고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만화를 그리는 회사에 들어가 작가로서의
길을 걷게 되나 창의적 생각이나 영감을 작품으로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짜집기를
하라는 주문 앞에 고집스럽게 그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데 이때 탄생한 작품이
판타스틱4이다. 작품 포스터 제목 옆에 조그맣게 대문자 M과 소문자 c가 표기되는데
이것이 Marvel comics의 시작이다. 이후 헐크,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의
슈퍼 히어로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그러던 그가 2018년 11월에 타개하고 마블은
최근 개봉한 '캡틴 마블'에서 평소 도입부와는 달리 한 남자의 얼굴과 동영상을 통해
생전에 스탠이 까메오로 출연한 영상들을 보여주고 마지막에 ' Thank you Stan '이라는
자막과 함께 그를 추모했다.
스탠은 '직접 채워봐요'라는 말로 작가들의 창작성과 아이디어를 끌어 모으는 독특한
창작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는 중심 아이디어를 가운데 놓고 작가들 여럿이 모여 논쟁과
대화를 통해 스토리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더 깊은 의미와 내용을 담기 위해 헐리우드의
영화 제작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마블은 파산 이후 우여곡절을 겪으며 4.5조에
디즈니에 인수되는데 이후 디즈니는 극장수입 포함 대략 20조의 수익을 올리는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니 참 알 수 없는것이 미래이다.
마블과 스탠을 언급하면서 꼭 다루어야 할 히어로가 있는데 바로 '스파이더맨'이다. 여느
청소년들처럼 친구 문제나 인생에 대한 불만등 온갖 고민을 떠안고 있는 10대 소년이며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강력한 힘과 진짜 거미처럼 벽과 천장과 빌딩의 벽면에 붙어 다니는
능력으로 저주와 축복을 동시에 가진 고아에 왕따에 가난한 불운의 소년인 스파이더맨은
흡사 스탠의 어린 시절을 연상케 한다.
저자는 스탠 리가 미국 코믹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창작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그의 풍부한 상상력에서 찾는다. 그 풍부한 상상력은 독자나 관객을 그 안으로 끌어 들여
각기 자신의 이야기 인것 처럼 빠져들게 하며 수 많은 대중들의 가슴과 머리 속에 '마블'과
'슈퍼 히어로'를 새겨 놓았다. 스탠은 '신'이라는 절대적 개념 대신 '신과 같은 존재'를
만들기 위해 북유럽 신화에 집중했고 수백 수천년간 전해 내려온 신화와 전설을 토대로
'토르'라는 강력한 슈퍼 히어로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는 대중 문화의 변화에 민감했고
발빠르게 대처했으며 그 변화의 흐름을 창작에 도입하는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했다.
이 책에는 스탠 리의 살아온 인생이 들어 있다. 비록 그의 영화처럼 스펙터클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담담하게 그려진 그의 삶을 통해 세상과 호흡하고 자신의 길을 걸었던 거장의 치열한
삶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는 마블과 함께 영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