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은 없다

평등은 없다 - 문제는 불평등이 아니라 빈곤이다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안규남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4월

Life is no fair, get used to it'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불공평하다. 이 불공평의 갭은 여간해선 극복되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능력과 재능 여하에 따라 어느정도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뿐이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동일한 실패를 겪더라도

데미지가 0일수도 있고 100일수도 있는 이 간격은 인생을 뒤바꿀 만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이들이 경쟁하는 대상이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실패자들끼리 리그를 형성하고 그들만의 리그 혹은 패자 부활전 양상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경제적 불평등이 그 자체로 부도덕하기

때문이 아니라 용납하기 힘든 다른 불평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는 가진 것으로 인한

기득권과 선택에 대한 상대적 우위가 실제 생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실 경제적 평등주의야 말로 허상이고 꿈이다. 

이 책은 경제적 평등주의를 비판하며 경제적 평등이 도덕적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밝히고 그 보다는 충분한 소유를 보장하는것에 정치적, 도덕적 촛점을 맞추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며 이를 통해 경제적 평등에 가까워지는 길을 모색한다. 

'모두가 동일한 몫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충분한 몫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이를 '충분성의 원칙'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다보면 '문턱효과( threshold effect)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문지방을 넘어서려면 문턱 높이까지 발을 들어 올려야 하듯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러야 다음 단계로 넘어 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수집가들에게 '컬렉션'은 참기

어려운 충동이고 욕망이다. 예를 들어 20개의 수집품으로 이루어진 컬렉션의 19번째

수집품보다 20번째 수집품이 더 큰 효용 효과를 가지지는 않지만 수집가는 그 마지막

수집품에서 기존에 하나하나의 수입품을 모으면서 얻은 만족보다 더 큰 만족을 얻게 된다.

이때 수집가들에게 마지막 수입품의 획득은 효용 문턱을 넘어서게 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비용적인 측면에서 충분한 추가 지출이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이는 컬렉션의 완성 자체가

문턱을 넘어서면서 생기는 추가적 효용(완성품이 주는)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다. 문턱 가까이 다가서는 것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의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소수가 많은 돈을 소유한다는 사실 자체를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보는데 이는 대부분 자신들이 보고 있는 여러 상황의 다른 특징들에(자신들에 불리한내지는

부당함)반응하는 것이다. 즉 자신이 너무 적게 가졌다는 박탈감의 다른 표현이다. 충분성의

원리에서 '충분'이라는 개념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의미보다는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이 책은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를 연상케 한다. 책의 두께도 그렇고 단 한순간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면 책의 맥을 잃어버릴 만큼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점도 그렇고 자신감 있는

어조로 마치 다른 모든 이론들을 깨부셔 버릴것 같은 당당함이 그렇다. 그래서 조금은 어렵다.

세번을 정독했음에도 사실 정확한 맥을 잡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말을 적어 본다. 

'세상에 널리 퍼져있는 평등이 그 자체로 중요한 도덕적 이상으로서 근본적 가치를 갖고 있다는

믿음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정말로 근본적인 도덕적, 사회적 가치를 지닌 것들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다.'

평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