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소한 것들의 구원 - 미학하는 사람 김용석의 하루의 사고
김용석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4월
평점 :


우리의 일상은 사소한 것들의 연속이다. 그리고 이 사소함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거대함으로 누군가에게는 보잘것 없음으로 다가온다. 마치 과녁의
한 가운데가 작은 점에 불과 하듯 사소함은 핵심이자 일부이다. 우리의 삶의 주위에
상존하는 이 사소함을 포착하여 내밀화시키려면 우리는 모든 감각 기관을 열어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저자는 이 일들을 먼저 해보고 또한 우리에게 권한다.
'삶이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사람의 만남을 이야기 하면서 조심( 操心)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 조심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조심이 아니다. 이때 조심(操心)한다는 것은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남에게 마음을 쓴다'는 의미에서 오히려 적극성을 띤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의 미래와
만나는 것이기에 인생을 성찰하고 마음을 쓰는 그런 예스러움이 조심이다.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조심(操心)은 서로를 향한 최소한의 예일 것이다.
'말은 오해의 근원이야'
생떽쥐베리의 동화에서 여우가 어린 왕자와 친구를 맺으며 한 말이다. 이 말은 비단 막한 말
뿐만 아니라 잘 한 말도 오해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수단이 목적을 변질시킬수도
있고 때로는 목표를 부당하게 만들기도 한다. 막말은 '잘못생각'하기 때문이고, 실언은 '생각
없이' 말하기 때문이기에 우리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말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듯이 말은 자신의 인격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어떤 말을 할때든지 생각이 필요하다.
심사숙고하느라 말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 급하게 말을 꺼내서 실수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오죽하면 성경에 '입술에 파수꾼을 세우라'라는 말이 나올까.
만물은 변한다. 우리 일상도 변한다. 삶이 삶이기 위해서 삶은 계속 변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 대부분은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고 오히려 거부하기도 한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도
'변화를 맞추어 스스로 유연하게 행동할 줄 아는 사람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는 말로 인간의
변화에 대한 저항을 표현한다. 그러나 능력있는 군주는 자기 스스로 변화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는 운명이 변하더라도 자신이 먼저 적절히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변덕스러운 운명에
맞설 수 있으며 '자기변화'는 '조직의 변화'를 이끄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불가능할것 같은
'본판 불변의 법칙'을 거슬러 자신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 이것이 능력이고 이런 사람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나'라는 주체성을 '타인을 받아들임'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받아들임은 우리가 좋아하는 가족으로 받아들임 아니라 남으로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용납하는
것이다. 무리하게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끌어들이면 자율적인 타자성은 상실되고 편협한 우리만
남게 된다. 이는 곧 사회관계의 붕괴를 의미한다. 결국 나와 타인은 각자의 공통분모를 찾아
만나게 되는 사회관계이고 '의미 있는 타인'관계이다.
이 책은 우리의 사고의 폭을 넓게 해주며 조금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읽는 내내 스스로를 미학하는 사람이라 표현하는 저자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