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정의롭게 사는 법
정민지 지음 / 북라이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겉은 물러서 생채기가 날지언정 중심만은 단단하게 지키며 살길 원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저자의 말은 '좋은 삶의 목표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것 보다 이런 사람은

되지 말자는 '이다. 조금은 소극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어쩌면 말이 맞다. 내가

되고 싶지 않고 닮고 싶지 않은 누군가를 그리면서 그리하지 않는다면 결국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퍼지 데이'

퍼지(Fuzzy) 소리가 흐릿하거나 경계가 불명확한 상태를 뜻하며 새탁기에서는 세탁물이

얼마나 더러운지를 파악해서 세탁 시간을 조절하는 기능이고 여기서는 영화 ' 퍼지'에서

처럼 국가가 하루 동안 법을 깡그리 무시하고 원한 있는 사람을 죽여도 되는 날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차용한 '고삐 풀고 노는 ' 의미이다. 사실 무게 잡느라 혹은 아닌척

하느라 또는 애써 힘주어 연기하느라 지친 우리에게 이런 날이 필요하긴 하다. 미친듯이

놀고 죽을 같이 먹고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고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쾌락과 자유를 누리는 시간, 우리에게 이런 일탈은 필요하다. 저자의 부부는 이것을 전가의

보도 마냥 이용한다. 이런 소소한 일탈이 멀리 가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런 안전장치는

삶에 도움이 된다. 억눌리고, 짓밟히고, 주눅들고, 쪽팔린 일들이 어디 한두가지인가. 이럴때

꾹꾹 눌러 담다가 터트리는 , 어쩌면 '퍼지 데이' '해방구'이다.


뭔가 대단히 어긋나 있는 세상에서 사는건 그저 스스로를 다독여가면서 한발씩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다독이며 한발씩 나아가다 보면 내가 가는 길이 길이 수도 혹은 절벽이

수도 있으나 우리에겐 언제나 선택지가 놓여져 있다. 무엇을 선택하든 좋다. 길을 가는

것이다. 어쩌면 힘들고 고통스러울수도 아니 당연히 그럴것이고 죽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길들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되고 인생이 되는 것이다. 


'어게인'

우리는 추억을 먹고 산다. 저자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그렇다. 학교

후문의 문닫은 돈가스집과 같은 상호를 쓰고 비슷한 뒷자리 전화번호를 가진 광화문 어귀에서

마주한 어게인을 보고 혹시 집이 아닐까하고 설레던 저자나 십여년을 다닌 함박 스테이크를

정말 맛있게 하던 신촌의 '' 역삼동에서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가는

길임을 잊고 들어갔던 나는 같은 추억의 잔재를 가지고 있다. 우리에겐 누구나 추억이 있고

추억은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를 움직인다. 추억은 지금의 지질한 상황을 부정하면서 도무지

현실에 붙이고 싶어 하지 않는 도피 수도 있고 좋지 않았던 기억들을 화려한 포장지로

감싸서 미화하려는 기만일수도 있고 과거의 기억을 발판으로 현재 살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는 자위일수도 있다. 어쨌든 추억은 우리를 숨쉬게 한다. 


건달3이나 친구4 출발한 배우들이 시간이 흘러 톱스타의 자리에 올라서는 것이 거저 되는것이

아니듯 우리네 삶의 순간도 공짜는 없다. 때론 울컥하기도 하고 때론 힘겨움에 주저 앉아 버리기도

하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길을 걷고 걷다 보면 목적지 부근이거나 경유지 정도에는 도착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