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안죽어

괜찮아, 안 죽어 - 오늘 하루도 기꺼이 버텨낸 나와 당신의 소생 기록
김시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힘들어 죽겠어'라고 찾아온 이들에게 '괜찮아 안죽어'로 달래고 '우리 죽지 말고 같이 살자'로

바꿔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저자의 삶이 보기 좋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어쩌다보니 의대에

진학했고 평생 마실 술과 평생 외워야 할 단어들을 6년동안 위와 뇌에 쏟아 부었더니 의사가

되었고 사람을 살리는 최전선에서 10년간 열심히 살려내다 어느날 만난 장터 어귀 병원이

눈에 들어와 10여년전부터 장터 어귀 병원에서 할매, 할배들과 일상을 살아가는 의사의

평범하면서도 솔직한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 있는 '동화책'이다. 굳이 동화책이라 표현하는

이유는 쉽다. 그냥 읽으면 된다. 그런데 묘한 여운을 준다. 그럼 생각하면 되는 그런 책이다. 

'우라질 계단'

죄인을 묶는 줄인 '오라'와 지다의 관형의 뜻인 '질'이 합쳐진 '오라질'의 변형인 '우라질'은

사실 '오라에 묶여 잡혀갈'  즉 '감옥 갈'이라는 별로 좋지 않은 의미의 욕인데 우리 할매들이

(할배는 안됨) 하는 '우라질'은 너무 정겹다. 우리 할매도 교회 권사씩이나 되는 양반이 뻑하면

'우라질'아라는 욕을 하셨는데 웃기는게 그게 너무 재미있었다. 이 책에 우라질 할매가

등장하는데 갑자기 돌아가신 할매가 생각났다. 울 할매도 우라질 엄정하셨는데...그러게

왜 2층에다가 병원을 차려서 할매가 오르내리며 힘들어서 '우라질'하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연신 오르내렸을 할매의 '우라질 계단'에 잠시 옛 추억에 빠져 본다. 

병원 역시 사람을 상대하는 곳, 그것도 아픈 사람을 상대하는 곳이다 보니 별의 별 사람이 다 있을

것이다. 나쁜 사람, 예의 없는 사람, 이상한 사람, 좋은 사람, 착한 사람, 예의 바른 사람....그런

이들을 상대하는 저자는 본인을 '지질하고 속 좁은 놈'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 온다. 저자는 마음이 참 고운 사람이다. 아픈 사람에게 안 아프게

해주는게 최고이지만 저자는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당뇨에 걸린 할매를 상대하는

모습이나 선배 의사와 그 부인을 상대하는 모습, 그리고 우라질 할매를 대하는 모습에서 보여지는

저자는 그들의 아들이고, 친구이고 손자의 모습이다. 할매들이 혹은 할배들이 얼마나 저자를 믿고

의지했을지 비록 보지는 않았지만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한걸음에 이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모두들 각박하다고 살기 어렵다고 하는 이때 아직은

세상이 따뜻하고 살만 하다고 보여주는 저자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고 할매의 자조섞인 한마디가

생각난다.  '다 죽어. 사람은'

오랜만에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한참 지나버린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다녀온 정겨움과 마음

따뜻함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부디 김시영 선생이 그곳에서 오래도록 할매, 할배들의 동반자로

같이 길을 걸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