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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평점 :
'행복한 자살'이 가능할까?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크리스마스나
연말에 자살을 택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으며 이런게 사회적 현상인지 아니면 세상이
그렇게 만들어 가는것일까라는 생각에 잠시 잠겨 본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 중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고독감을 못이겨서 그런 선택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책은 이제 막 하나뿐인 가족인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자신이 유통기한이 지났고
자식을 갖기도 힘들고 남자를 갖기도 어렵고 어짜피 곧 죽을 거니까 내 묘자리는 스스로
구하겠다고 아버지의 묘 옆에 자리를 구하고 자살을 준비하는 마흔 다섯살의 실비가
친구인 베로니카의 권유로 심리치료사를 찾게 되고 두 달이 조금 넘는 12월 25일 오후
2시 30분에서 4시 30분 사이에 그 날이 진짜 마음에 들면 자살을 하고 그 대신 매주 한번씩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도 안되는 상담으로부터 시작되는 자살여정이 그려진다.
그렇게 자살을 준비하며 프랭크에게 받은 숙제를 하나씩 해 나가는 실비. 대충 이쯤되면
눈치빠른 독자들은 어느정도 결말이 예상된다. 이 책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 뻔한
전개가 재미있고 기다려지고 궁금해진다. 정해진 틀과 규범안에 갖혀 살았던 실비에게
도무지 평범하지도 않고 일상적이지도 않은 숙제들을 내주는 프랭크의 모습은 장난꾸러기
같지만 진지하고 철부지 같지만 섬세하다. 개구리 자세로 다리를 벌리고 처음보는 여자에게
자신의 하체의 중요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해야 하는 왁싱이 그랬고, 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탈인 도둑질이 그랬다. 사실 도둑질 후에 쾌감보다 더한
시원한 배변의 순간이 더욱 기억에 남지만 말이다. 또한 처음은 아니지만 처음처럼 느꼈던
처음 만난 남자와의 격렬한 섹스가 그랬다. 그 처음인듯한 경험에서 그녀는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숙제를 내주는 프랭크는 늘 이런 말을 한다. "결정은 당신이 하는
것이에요" 자살을 결정하는 것도 삶을 결정하는 것도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어떤 선택을 하던
그 결과는 자신에게 오게 마련이고 담담하게 받아 들이면 된다.
이 책은 그리 길지 않고 한번 잡으면 내쳐 읽게 된다. 짧고 강렬하게 다가와 긴 여운을 남기는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 졌다니 어떤 인물이 실비를 연기했을지 궁금해지고 기대된다.
끝으로 실비의 독백의 한 부분을 적어 본다.
'나는 그녀를 죽음의 문턱까지 배웅했고, 그녀는 나를 생명의 문턱까지 배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