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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너와 헤어지는 법을 모른다
오휘명 지음, 김혜리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평점 :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어"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잔심'이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뻔뻔스러운
가면과 본체를 알아보기도 어려운 변장으로 진실보다는 가식과 위선의 인형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모두들 자신의 진심을 감춘채, 혹여 그 진심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한다. 직장생활은 연기를 얼마나 잘 하는지를 뽐내는 경연장이
되어 버렸고 진심을 드러내는 사람은 바보가 되거나 놀림거리나 조리돌림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다. 물론 진심은 통한다. 그런데 언제.... 내 속이 다 문드러지고 처참하게
부서지고 갈기갈기 찢어진 후에 ...
이런 우리에게 연애가 일상인 저자는 '진심'을 이야기한다.
'외로워서 사랑했고 이별해서 그리웠다. 다시 사랑을 꿈꾼다.' 이 책의 다섯가지 주제다.
참 좋은 말이다. 특별히 다시 사랑을 꿈꾼다는 말은 차갑게 식어 있는 나의 감성을
꿈틀거리게 한다. 말라버린 우물에 마중물을 넣고 열심히 펌프질을 하면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 올려지는 시원한 물을 맞이하는것 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린 나의 심장에 균열이
느껴진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외쳤던 이상화 시인의 간절함이 이랬을것 같다.
메마른 대지에 촉촉히 내리는 단비와 같은 이 말 한마디가 나의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과연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이런 저자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문장이 있다.
'다시 문열고 들어와 주길'
누군가를 기다려 본 사람은 알것이다. 문이 열릴 때 마다 시선이 문쪽으로 자신도 모르게
옮겨지는 것을. 그렇게 기다리는 것이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 주기를, 누군가 내
마음의 빗장을 거두고 들어와 주길 기다리는 것이다. 사랑은 그리움이고 기다림이라고
했던가. 이런 기다림은 여전히 새롭다. 목련이 곱게 핀 것을 보며 '네가 보고 싶어 했던
목련이 피었어'라고 애둘러 말하지만 사실 그대가 보고 싶은 거다. 그대가 그립고 보고
싶어 못견디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오늘도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
그와 함께 있으면 배가 부른데 다시 배고픔을 느낀다는 것은 그가 옆에 없기 때문이기에
이번에는 진짜 사랑을 꿈꾼다. 앞으로 몇 번의 사랑이 나를 몇 번이고 무너뜨려도 나는
계속 그렇게 모든걸 견뎌내며 사랑할거라고 말하며 운명처럼 다가오는 그가 아닌, 우연히
곁에 있는 그를 기다리는 저자의 패기와 마음이 부럽다. 이런 패기를 가졌던 기억은 있는데
그게 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희미하다.
저자의 글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바게트'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FENDI의 '바게트' 광고가
떠오르는 건 우연일 것이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느라 자신의
바게트를 두고 온 것을 잊어버린 여자가 뒤늦게 깨닫고는 친구들과 함께 한참을 찾다
자신들이 들렀던 팬디 매장에서 다른 바게트를 구경하느라 소파에 두고 온것을 기억해
냈을때 보인 그 미소와, 누군가의 사랑을 기다리며 문을 열고 들어와 줄 그를 준비하는
저자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된다. 그런 기쁨이고 설레임일 것이다.
그런 저자는 이런 사람이다.
"오늘도 새로운 사랑을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