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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 - 생명의 탄생부터 우주의 끝까지
모리 다쓰야 지음, 전화윤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첫 장에서 반가운 단어를 만났다.
'산수'. 학창시절 수학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고 좋아하지도 않기에 딱 사회생활하는데
어렵지 않을 수준인 산수라고 불렀던 나의 모습이 투영되는 듯해서 반가웠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단어인 '산수'를 선택한 저자의 첫 문장은 무거워도 너무 무겁다.
'인간은 왜 죽는가'
왜 사느냐에 대한 질문은 쉽게 접해 봤지만 왜 죽느냐에 대한 질문은 낯설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모든것이 설명 되어야만 대답이
가능한 거대한 질문인데 저자는 첫 문장부터 이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과학은 대답할
수 없다. 그들은 증명할 수 없는 것은 답하지 못한다. 아직 그들은 진화도 제대로
증명해내지 못하기에 이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종교는 증명이 가능한가? 그들
역시 답변 할 수 없다. 물론 장황하게 이런저런 이유들을 전술하겠지만 그건 그들만의
이야기이지 증명되는 일은 아니다. 그후로 사는것과 죽는것은 무엇이며 죽음은 어떻게
증명되는지 등등의 질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첫번째 질문부터 어렵다.
이렇게 쉽지 않은 질문들이 드디어 최대의 난제를 만난다.
'나는 누구인가?'
대학원 한 학기 수업 제목이었다. 한 학기동안 매주 세시간씩의 수업을 나름 공부 좀 한다는
사람 12명이 머리에 쥐가 나도록 싸웠으나 결국 '정의 할 수 없음'으로 결론을 내고 말았던
그 주제를 이 책에서 다시 만나니 무겁던 머리가 더 무거워 진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그 때
우리가 나눈 대화 중 하나인 '인지는 주관적이다'라는 문장을 접하니 감회가 새로워지고
반갑다. 우리가 인지하는 모든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자신만의 감정이고, 생각이고,
의식이다. 이것은 얼마든지 재단이 가능하며 조형도 가능하다. 이 말은 마음만 먹으면
인지는 바뀔수도 있다는 말이다. 메타인지라고 불리는 인간의 고차원 인지 기능은 우리가
인지하는 대부분의 것이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대체현실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증명한다.
이 말을 정확하게 표현하면 인간의 의식은 시스템을 통해 조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활용했던 대표적인 영화가 매트릭스와 마이너리티 리포트이다.
이 책은 제목이 절묘하다.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 일상을 살아가며 무심코 지나 버렸지만 언젠가 맞닥뜨리게
될 질문들에 대해 체계적이고 심도 깊게 설명해 준다. 분명 어려운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제대로 읽고 소화한다면 뜻밖의 질문들에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