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한중일 세계사

본격 한중일 세계사 3 - 일본 개항 ㅣ 본격 한중일 세계사 3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들은 기회만 되면 섬을 벗어나 대륙에 발을 담그려고

침략을 일 삼았고 그때마다 우리는 어김없이 당해야만 하는 굴욕의 역사와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결국 이겨내는 불굴의 역사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일본이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바로 '개항'이다. '쇄국'은 '애국'이라는 허울로

나라를 망쳐 버린 우리와 달리 그들은 '개항'은 '발전'이라는 기치 아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게 되고 급기야 주체할 수 없는 함을 소유하게 된 그들은 다시금

대륙정벌의 꿈을 꾸는데 이렇게급변했던 당시 일본의 모습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일본 개항을 이야기 할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하나 있다. 고기를 잡으러

먼 바다에 나갔다가 표류하여 미국배의 도움으로 살아나 미국의 신문물과 항해술,

포경술 등을 배워 돌아온 '존 만지로'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외국에 나가면 사형이었던

시절임에도 각 번의 번주들의 서양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 덕에 막부의 본거지인

'에도'에 까지 이르는 그의 행적은 쇄국이라는 이름으로 철저히 서양과의 관계를

단절시켰던 우리나라와는 분명 차이가 많다. 미국 해군의 증기선 도입에 앞장섰던

매슈 페리제독이 미국 대통령의 화친서로 잘 포장된 침략 선전 포고서를 가지고

일본에 도착했을 때도 존 만지로는 등장하게 되는데 여기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득권층의 자리싸움으로 인해 통역관이 아닌 통역 보도로 일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늘 대립하기만 하던 번들이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협치를

시작하게 되지만 이미 일본은 러시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가 개항을 요구하는

열강의 각축장 내지는 대리전 장소가 된다. 놀랍지 않은가. 조선이 망해가던 그 때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아무튼 이를 계기로 일본은 급속적인 개항의 길로 접어들지만 그간 권력의 중심에 서있던

막부 즉 사무라이 계층과의 무한 충돌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나 에도막부를

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죽음으로 시작된 고산케와 고산쿄의 막후 대결은 조선말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암투를 벌이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꼭두각시가 세워지기도

하고, 섭정이 빈번하며 쇼군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각 계파간의 대립은 극에 달하게

됐고 막부 말기 사무라이 사회의 주류 담론인 '미토학'이 '존왕양이'를 기치로 번성하고

된다. 후일 이 '존왕양이'는 한 임금 아래 만 백성이 평등하다는 '일군만민'으로 발전하며

결국 거대 막부의 종말을 부르는 '도막'으로 까지 이어지며 사무라이 계층의 지식화를 위해

받아 들인 유교와 국학이 합쳐진 미토학이 양이와 만나 막부를 공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칼과 활이 아닌 총과 대포와 기관총으로 무장한 개혁파들에 의해 사무라이들은

칼을 버리거나 죽음을 택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가

바로 그 배경을 가지고 만든 영화이다. 

어느나라이건 발전에는 계기가 있다. 그 계기를 슬기롭게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든 나라와

거부하고 배척한 나라의 미래는 불과 얼마를 지나지 않아 급격한 차이를 보인다. 조선과 일본이

그랬다. 빠른 개항과 신속한 문물 습득과 적절한 적응력이 그들의 힘을 극대화 시킬 수 있었으며

그들은 대륙정벌이라는 어마무시한 꿈을 키우게 된다. 

책을 읽으며 과거 일본이 조선말과 대한제국 초기에 자행했던 일들은 자신들이 이미 겪고 경험한

것들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그대로 우리에게 적용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적에 대해 암살을 자행한다거나 불평등조약을 맺는다거나, 일단 발을 들여 놓은 후 뭄뚱아리까지

밀어 넣고 결국 자리를 차지해 버리는 방식까지 그들이 열강들에게 당했던 방식 그대로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맞는 말인것 같다. 

분명 역사는 이렇게 흘러가고 늘 승자의 편에서 기술된다. 그런면에서 막부의 몰락과 개항은 일본

근대화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