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직 아이들만 사랑할 줄 안다
칼리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림원 / 2018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어떤 사람도 죽음을 벗어 날 수 없다.
문제는 남겨진 사람이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깊이 사랑할수록 남겨진
사람의 고통은 배가 된다. 아프고 아프고 아프다. 외로움의 깊은 절망을
느끼고 전부를 잃어버린 상실감마저 느낀다.
저자는 6살에서 7살로 넘어가는 브루노가 엄마의 죽음을 받아 들이는 모습을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들여다 보며 글을 썼다. 아직 죽음이 뭔지 모를 나이이기에
'대체 언제까지 돌아가신 채로 계실거에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브루노에게 죽음은
아직 낯설다. 저 건너편 죽음이라는 마을에 살고 있는 엄마가 그곳에서 일을 마치면
돌아 올거라는 확신을 가진 아이의 생각이 귀엽기도하고 한편으로 측은하기도 하다.
아직 자라지 않은 감성이라 표현이 자유롭다. 엄마가 없는 집을 '난 상관없어요.
어차피 이 집은 더이상 내 집이 아니니까요'라고 말하는 6살짜리 꼬마를 상상해보자.
맑은 눈동자와 앙증맞은 손에 얼굴에는 초콜릿티를 묻힌 장난꾸러기 꼬마가 말하고
있는 모습을 생각해 보자. 우리에게도 이런 시절이 존재 할텐데, 분명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는 아니니까 그런 시절을 거치고 지나왔을텐데 마치 어린시절 없이 훌쩍
어른이 되어 버린 것처럼 생경하다. 그럼에도 카롤과의 첫 입맞춤의 순간은 강렬하다.
숨이 가빠오고 호흡이 곤란해지고 얼굴은 화끈거리고 심장 박동 소리는 대포 소리가
된다. 어린 시절 나도 이랬던것 같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그러나 결국
브루노는 카롤에게 차인다.
작가의 표현력은 참 탁월하다. 싱어송라이터의 감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매력적이다. 엄마의 부재를 이야기하며 '나와 엄마 사이의 공간을 삼킨다'라는 표현을 쓰며
벌어져서는 엄마의 기억을 표현하기도 하고, 두려움과 염려 속에서 엄마의 장례식날 나던
그 독특한 냄새를 맡아내는 것을 묘사 할 때 보면 문장이 참 찰지다.
이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그러나 쉽지는 않다. 저자의 생각이 뭍어 나오는 부분에서의 깊이는
분명 깊다. 읽는 내내 드는 느낌은 천천히 스며드는 스펀지같다. 옮긴이의 글처럼 문장이 매우
시적이고 서정적이며 원초적 감수성을 드러내는 개성 강한 글이다. 단순히 죽음만을 이야기
하지 않고 죽음 이후에 남겨진 이들의 삶을 이야기 하는 이 책은 포장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생생함이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