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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의 작은 역사 - 세상이 나에게 주입한 20가지 불온한 것들의 목록
김성환 외 지음, 인문학협동조합 기획 / 천년의상상 / 2018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금지'란 무언가를 하지 못하도록 강제로 막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는 어려서 너무도
많은 금지의 홍수 속에서 살았다. 그때 그 시절 뭐 그리 하지 말아야 하는것이 많았는지
지금 젊은 세대들은 상상도 못할 금지들이 넘쳐 났었다. 대표적인 것이 통행금지다.
밤 12시만 되면 관용차와 응급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도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서 이때
인구가 늘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그리고 머리가 길면 왜 안되는지 장발 단속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일을 길거리에서 하고 잡으려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자의 머리카락을
둔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다행이 난 이때 어렸기에 별로 해당 사항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며 대부분은 그때 그 시절에도 있어 왔던 것들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요즘
영화계에서 유행처럼 다루는 마약류들이 한때는 수출 효자 종목이었다는 사실은 이젠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버렸지만 그 당시 한쪽에서는 마약사범을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 시절이었으니 참 요상한 세상이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한편 놀라운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 책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것들의 찬반이
참예하게 갈리는 묘한 대척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종북과 친북이 그렇고
동성애가 그렇고 친미와 반미가 그렇다. 상황 논리의 지배를 받으며 이쪽 저쪽으로
쏠리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평행선이다.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반북과 종북,
친미와 반미가 달라지고 권력 집중부에 어떤 종교를 가진 이들이 많이 포진해 있느냐에
따라 동성애에 대한 찬반도 갈린다.
그런가하면 갑질이나 정신병 같은 것들은 보편적으로 많이 드러나서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다. 예전 같으면 '뭐 그럴수도 있지'나 암묵적으로 넘어갔던 일들이 갑질이라는
이름으로 단죄의 대상이 되었고 수 없이 많은 갑질 피해자들이 자신이 겪은 수모와
울분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기득권층이 대한 조직적이고 집단적이 반발이 어느정도
가능해졌다. 또한 예전엔 동네 마다 '좀 모자란 애' 혹은 '바보' 정도로 불리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비록 정상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같이 어울려 살아갔던 기억인데 어느순간
이들이 사회적 약자가 아닌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이 찍혀 길거리에서 찾아 보기
어려워졌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낙인은 정신병 환자의 양산에도 기여한다. 정신분열증을
'조현병'이라는 그럴싸한 단어로 포장해 보지만 별반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여전히 그들은
아웃사이더이고 경계인도 아닌 그외의 사람들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정신병을 감기와
같은 것이며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고 말하는데 그들은 결코 우리
곁에 올 수가 없다. 마치 주홍글씨의 낙인이 찍힌 사람처럼 격리되고 소외되어서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연스럽게 주입된 불온한 것들이 비단 여기에 실은 20가지 뿐이겠는가. 무수하게 많은
금지된 것들 속에서 지혜롭게 그것들을 선택하고 받아 들이는 주의가 필요 할 것 같다.
무엇을 선택하고 받아들이던 그것은 본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