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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뒤에 숨은 심리학 - 카오스부터 행동경제학까지, 고품격 심리학!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약 1000억개의 신경소자와 1000조개의 시냅스로 구성되어 있는 뇌의 활동 산물인
생각이나 마음이 표현하는 인간의 심리는 복잡하기도하고 단순하기도 하다.
복잡한 구성 요소들이 의외의 질서를 나타내는 창발성이라는 독특한 특징 때문인데
마크 뷰캐넌은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은 걷잡을 수 없이 복잡하지만 이들이 집단을
형성하면 불과 몇가지의 패턴으로 수렴된다고 정의한다. 이는 걷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운 카오스(chaos)와는 분명 다른 표현이다. 저자는 이와 같이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행동이라는 관점에서 몇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접근한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 '프레임(frame)'이러는 것이 있다. '창틀' 정도로 해석되는
이 단어는 바라보는 창에 따라 세상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미국 중서부 시골 마을에 사진 촬영을 왔다가 길을 잘못 든 남자와 시골 여인과의
뜨거운 사랑을 담은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보고 불륜이라고 말하는 이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며 자신도 그런 사랑을 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여성들로 양분되는
현상을 보면 동일한 사건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는 열반경에 나오는 '군맹무상' 혹은 '군맹평안'과도 같은 논리이다. 각각
자신이 만진 코끼리의 부위를 가지고 '코끼리는 이렇게 생겼다'라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면 먼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하며 사뭇 놀라기도 한다. 자신이 알고 경험한 것이 진리인양 다른
사람에게까지 강요하거나 받아들이길 요구하는 무례함이 우리의 삶속에서도
여지없이 일어난다. 자신만의 시각, 자신만의 프레임에 갇히면 진리에 이르기
어렵다. 올바른 시각을 위해 사색과 독서와 여행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이 말년에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하는 소리가 너무 커서 우리가 못 듣는것이며
이는 하나님의 존재도 그와 같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는 캠브리지에서 생물학이 아닌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의 획일화되고 경직된 프레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쇼팬하우어의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는
염세주의자이자 폐쇄적 고립주의로 산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내놓은 주장이라고
혹자는 말하지만 인간관계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 얼어붙은 땅에 버려진 고슴도치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몸을 가까이 하지만 서로의
가시에 찔려 아파하다 결국 가시가 없는 머리를 맞대는 방법을 택하듯이 인간관계에서도
적당한 거리는 예(禮)와도 같다. 서로 예를 지키며 상대를 대하는 것이 가사에 찔리지
않으면서 온기를 나눌수 있는 것처럼 상호관계에 도움이 되고 더 깊은 교류를 나눌 수도
있다.
수없이 많은 심리학적 용어들을 사용하며 행동을 통한 인간의 심리를 설명하는 저자의
마지막 한마디가 마음에 든다. 어쩌면 이 말이 없었으면 나는 분명 저자의 과한 추론에
강한 반감을 가졌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얼굴이 나의 진짜 얼굴이 아니듯, 겉으로 나타나는 상대의 몸짓을 통하여
어떻게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