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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과 데이트하러 떠난 길 위에서
김연정 지음 / 매직하우스 / 2018년 6월
평점 :
북두칠성의 기운을 받아 가슴에 일곱개의 점을 찍고 태어나 응칠이라는
아명으로 불렸고 불 같은 성격 덕에 태조 이성계를 떠오르게 하는 나름
훈남인 세례명 토마스의 도마 안중근.
그와의 특별한 데이트를 떠나기 위해 저자는 준비를 참 많이 한다. 마치
첫 데이트의 설레임으로 이 옷 저 옷, 이 가방 저 가방, 이 머리 저 머리
해보면서 떨리는 마음을 달래는 여인네 처럼 그는 안중근과의 만남을 위해
가슴 설레는 준비를 한다. 그리고는 여기 저기를 기웃거린다.
침략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 막부 시대를 요약해서 설명하기도 하고,
안중근의 독립 운동 참여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그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협약과 조약들을 일일이 열거 한다. 오랜만에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을
다시 읽으며 "오늘에 이르러 목 놓아 크게 울다"는 제목에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그뿐인가.
황야의 혈투와도 같은 '스티븐슨 저격 의거'는 어쩌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일거라는 상상은 나 혼자만의 것이어도 좋다. 아마 이때가 우리나라
경찰들의 총은 쏘기 위함이 아니라 던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이론이
시작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유명한 그의 단지된 손바닥 사진을 보며
'아! 저렇게 자기 손가락을 잘라서 혈서를 썼구나'정도로만 생각했던 나에게
"손가락 뼈까지 절단하면 기절할 정도의 극심한 고통이 수반되어 혈서를 쓸 수
없을 것이다"하는 의학계 인사의 설명은 무지한 나의 머리를 한대 쥐어 박고
지나간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얼마나 처절했으면 그 고통 마저도 감수하면서
결연한 의지를 보였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러 다시 한번 안중근 의사의 의기에
고개가 숙여졌다.하야시 도시스께라는 인물이 이토 히로부미가 되는 과정은
생경했고, 그가 사살당한 하얼빈에 그들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아끼고 꽁꽁
싸매 놓았던 '731부대'가 있었다는 사실 또한 새롭게 알게 되었다.
책의 중간 중간에 나오는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 은 마치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구속 당해버린 저자의 모습을 드러내는것 같아 미소가 지어 진다. 책을 읽어
내려가며 점점 더 안중근이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해져서 책꽂이에 꽂혀 있던
조정래 선생의 '안중근'을 꺼내 읽어 보며 저자가 느꼈을 안중근과의 데이트의
설레임을 살짝이나마 맛 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