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이다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9
장강명 지음 / 현대문학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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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 없이 가족을 응급실에 보내야 하는 순간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는 일이 결코 가볍지는 않을 것 같다. 죽음과 질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기에, 이야기 속 인물들의 불안과 절망이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찾아오는 감정은 의외로 슬픔보다 공포일지도 모른다. 어떤 진단을 받게 될지,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최악의 상황까지 끊임없이 상상하게 된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그래서 잔인하다.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점점 지쳐간다.

이 책에서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와중에도 삶은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병원비를 마련해야 하고, 일을 해야 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누군가의 삶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간다. 주변의 걱정과 위로 역시 그 마음은 다정하지만, 정작 당사자가 겪고 있는 두려움까지 온전히 닿기는 어렵다.

더욱 마음 아팠던 것은 병이 몸뿐 아니라 삶의 방식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오랫동안 함께 대화하고 일상을 나누어 온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수술을 받고, 언어 기능이나 여러 후유증을 감당해야 한다면 앞으로의 삶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막막할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을 지켜보는 일에는 대신 아파줄 수도, 결과를 바꿔줄 수도 없다는 무력함이 따라온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이 책이 끝까지 붙잡고 있는 것은 절망만은 아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미리 단정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며 그저 좋은 결과를 바라는 마음. 결국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그 마음을 놓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너무 단순해서 오히려 가장 간절한 기도가 된다.

부디 모두가 많이 아프지 않기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조금 더 오래,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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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인연 ㅣ 붉은 박물관 시리즈 3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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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의 매력은 인물에 있다. 차갑지만 똑똑한 관장 캐릭터를 내세워 미해결 사건들을 해결해낸다. 다른 책과의 차별점은 이미 시간이 흐른 뒤 남아있는 증거만으로 재수사를 한다는 것인데, 논리가 치밀해서 보다 보면 놀라움이 느껴진다.

각각의 단편이 훌륭하다. 특히 마지막 장의 경찰 동기조 이야기는 추억에 잠기게 된다. 기발하고 재밌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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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메가처치 - 2026 일본 서점대상 1위
아사이 료 지음, 송태욱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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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 1~5 까지 읽고)

이 책에는 현시대가 만들어낸 외로움과 소통의 부재, 고독과 고립 같은 것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덕질을 하고, 덕질은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더 나아가 자신의 가치관을 표명하는 방법이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변화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지금 이 시기, 이 시대를 보여주는 현실감이 강한 책이다.

덕질하는 세대의 친구들을 우리는 Z세대라고 부르며 하나의 프레임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과금 문화로 인한 팬들의 부담이 있고, 정작 열심히 활동하는 아티스트보다 기획사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도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화자가 계속 바뀌어가며 이러한 문화적 현상에 대한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한다. 내가 작가가 천재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나는 모든 화자의 발언에 공감하고 끄덕였는데, 또 다른 화자가 이전 화자의 말을 부정하고 전혀 다른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도 그 말이 또 맞는 것 같고, 역시나 공감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자유롭게 관점을 오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작가의 전작 <생식기>나 <정욕>을 읽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독특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다행히(?) 화자가 사람이다. 이렇게 자유자재로 여러 인물의 어깨를 오가며 그들의 눈 너머로 세상을 보여주니,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

이런저런 생각과 사상이 작가가 내세워 보여주는 인물들에게서 쏙쏙 나타나니, '뭐, 날 위한 책이었나?' 하는 자의식 과다를 느끼게 되다가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해봤겠지.' 하는 생각에 머무르며 다시 차분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어쨌든 말이다. 뒷이야기를 보지 않고서는 섣불리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작가님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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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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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정말 너무 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아주 웃긴 일이지만 나는 지금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보고 싶으면 방문을 열고 엄마를 보면 된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엄마가 자꾸 보고 싶었다. 곁에 있는 사람인데도, 문득 그리워지는 마음이 있었다.

책 속 딸은 엄마를 떠나 유학을 간다. 낯선 곳에서 공부하고 과제를 하고, 룸메이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평범한 하루를 살아간다. 그 일상 사이사이에 엄마와의 영상 통화가 있다. 서로의 하루를 묻고,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사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특별할 것 없는 대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서로를 향한 걱정과 애정이 가득하다. 서로를 직접 돌볼 수 없는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 두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결국 엄마는 딸을 만나기 위해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향한다. 그렇게 둘은 잠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무척 단순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 단순한 이야기 사이에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특히 엄마와 떨어져 살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엄마는 늘 자식의 안부를 걱정한다. 별일 없다는 것을 알아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걱정하고,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들어도 한 번 더 묻는다. 자식이 어디에 있든, 몇 살이 되었든 그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딸 역시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엄마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엄마에게 돌봄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의 건강을 챙기고, 외롭지는 않은지 살피고, 무언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묻게 된다.

엄마와 딸은 평생 서로를 돌보고 보살피는 사이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밉고, 귀찮고, 짜증이 날 때도 있다. 너무 가까워서 서로의 마음을 함부로 대할 때도 있다. 그런데도 결국 엄마는 엄마이고, 딸은 딸이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서로의 빈자리를 더 선명하게 느끼고, 곁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서로를 더 자주 생각하게 된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전화를 걸어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고, 상대가 전부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요한 것은 대화의 내용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결혼을 하고 집을 떠나면서 비로소 알게 되는 마음도 있다. 늘 곁에 있던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 사람이 내 일상에 얼마나 깊이 자리하고 있었는지를 깨닫는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마음을 생각했다. 엄마와 딸은 서로에게 평생 보살펴주고, 또 보살핌을 받는 존재라는 것.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하루를 궁금해하고,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도하는 것.

그래서 책을 덮고 나니 엄마가 보고 싶었다.

아마 이 책은 엄마와 딸이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 것 같다. 거창한 사건이나 특별한 사랑이 아니라, 매일 안부를 묻고 서로의 하루를 궁금해하는 아주 평범한 마음. 결국 우리를 가장 오래 지켜주는 것은 그런 마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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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이야기 ㅣ 이야기의 낮과 밤 2
나쓰메 소세키 외 지음, 김희용 외 옮김 / 유선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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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고독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세상에서 잠시 멀어져 혼자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늘 이 지상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다 보면, 가끔은 조금 외롭고 쓸쓸한 곳으로 스스로를 떨어뜨려놓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고독은 때로 축복이 될 수 있고, 그런 고독이 필요한 순간에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

<혼자가 되는 연습>, <어둠 속의 목소리>, <고독 이후>.

세 개의 부로 나뉜 이 책은 고독을 향해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담고 있다.

1부에서는 나쓰메 소세키와 알베르 카뮈의 글을 통해 혼자가 된다는 것의 쓸쓸함을 마주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홀로 남겨진 사람, 어느 편에도 속하지 못한 채 결국 혼자가 되어버린 사람. 이들의 고독은 단순히 혼자라는 상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세상 어디에도 자신이 기댈 곳이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2부에 이르면 고독은 더욱 깊어진다. 안톤 체호프의 <우수>에서 아들은 죽었지만, 그의 슬픔을 들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과, 그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는 세계. 결국 그는 말에게 자신의 슬픔을 털어놓는다. 사람이 가장 외로운 순간은 혼자일 때가 아니라, 곁에 사람이 있어도 자신의 마음을 건넬 곳이 없을 때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3부 <고독 이후>에 이르면 고독의 끝에서 다시 삶을 바라본다. 헤르만 헤세의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자리에도 새로운 시작이 있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다자이 오사무의 <기다리다>에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바라본다.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그것이 정말 올지도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기다린다.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그것은 정말 올까.

책을 덮고 나서 어쩌면 고독은 삶에서 떨어져 나가는 일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바라보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가 되어야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있고,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자리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삶도 있다.

고독하고 싶은 날이 있다면,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하고 싶다. 혼자가 되는 연습을 하고, 어둠 속의 목소리를 듣고, 그 고독의 끝에서 다시 삶으로 돌아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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