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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평점 :
엄마가 정말 너무 보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아주 웃긴 일이지만 나는 지금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보고 싶으면 방문을 열고 엄마를 보면 된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엄마가 자꾸 보고 싶었다. 곁에 있는 사람인데도, 문득 그리워지는 마음이 있었다.
책 속 딸은 엄마를 떠나 유학을 간다. 낯선 곳에서 공부하고 과제를 하고, 룸메이트와 이야기를 나누며 평범한 하루를 살아간다. 그 일상 사이사이에 엄마와의 영상 통화가 있다. 서로의 하루를 묻고,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사소한 이야기를 나눈다.
특별할 것 없는 대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서로를 향한 걱정과 애정이 가득하다. 서로를 직접 돌볼 수 없는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 두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결국 엄마는 딸을 만나기 위해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향한다. 그렇게 둘은 잠시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무척 단순한 이야기다. 그런데 그 단순한 이야기 사이에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특히 엄마와 떨어져 살아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엄마는 늘 자식의 안부를 걱정한다. 별일 없다는 것을 알아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걱정하고,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들어도 한 번 더 묻는다. 자식이 어디에 있든, 몇 살이 되었든 그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딸 역시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엄마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엄마에게 돌봄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엄마의 건강을 챙기고, 외롭지는 않은지 살피고, 무언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묻게 된다.
엄마와 딸은 평생 서로를 돌보고 보살피는 사이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밉고, 귀찮고, 짜증이 날 때도 있다. 너무 가까워서 서로의 마음을 함부로 대할 때도 있다. 그런데도 결국 엄마는 엄마이고, 딸은 딸이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서로의 빈자리를 더 선명하게 느끼고, 곁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서로를 더 자주 생각하게 된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전화를 걸어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고, 상대가 전부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중요한 것은 대화의 내용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인지도 모른다.
결혼을 하고 집을 떠나면서 비로소 알게 되는 마음도 있다. 늘 곁에 있던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 사람이 내 일상에 얼마나 깊이 자리하고 있었는지를 깨닫는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마음을 생각했다. 엄마와 딸은 서로에게 평생 보살펴주고, 또 보살핌을 받는 존재라는 것.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하루를 궁금해하고,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도하는 것.
그래서 책을 덮고 나니 엄마가 보고 싶었다.
아마 이 책은 엄마와 딸이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인 것 같다. 거창한 사건이나 특별한 사랑이 아니라, 매일 안부를 묻고 서로의 하루를 궁금해하는 아주 평범한 마음. 결국 우리를 가장 오래 지켜주는 것은 그런 마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