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 - 세상이 지우려 했던 소녀들, 그러나 끝내 지워지지 않은 이야기
수잔 위그스 지음, 허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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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보호라는 이름 아래 약자들을 가둬 두었던 시설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도가니』와 닮았다. 1968년 뉴욕 버펄로, 열다섯 살 메이린은 의붓아빠의 손길을 피했다는 이유로 엄마에 의해 '선한 목자의 집'에 보내진다. 세인트 윌다스의 소녀들은 가톨릭 집안의 바람직한 여자가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는 말을 요람에서부터 듣고 자랐다. 배경은 미국인데 우리나라인 줄 알았다. 어느 나라에서나 성차별적 가치가 아이들을 틀에 가두고, 힘없는 약자를 이용하는 자들이 있다는 사실이 역겹고 끔찍하다.
더 소름 돋는 건 자신의 행동이 옳다고 믿는 수녀들이다. 소녀들을 가둬 세탁일을 시키고, 말을 듣지 않으면 체벌하고, 의사가 소녀를 임신시켜도 묵인한다. 소녀들의 노동으로 번 돈은 노후 자금이라는 구린내 나는 이유로 몰래 숨긴다. 그러면서도 소녀들을 바르게 길들이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믿지 않으면 지금까지 해온 일을 스스로 부정하게 되니까.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아는 엄마가 딸을 보냈다는 것도 끔찍했다. 종교와 엮인 가스라이팅은 아끼는 딸에게조차 비인간적인 일을 강요하게 만든다. 더 많이 꿈꾸고 더 즐거운 경험을 할 나이였는데, 메이린은 소녀 시절을 빼앗겼다.
트라우마는 수십 년이 지나도 기쁨의 순간에 찬물을 끼얹는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그 일을 겪은 소녀들이 삶을 내려놓는 대신 탈출을 택했고, 그 의지로 더 나은 삶을 일궈냈다는 것이다. 피오나의 오빠 플린은 메이린에게 말한다. "내가 널 구할 수는 없어. 하지만 난 널 보고 있어."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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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히어 - 메타 CDO가 제안하는 디지털 마케팅 불변의 법칙
알렉스 슐츠 지음, 김태훈 옮김, 최창석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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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시대가 되면서 개발자, 마케터, 디자이너 같은 구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만들고, 누구나 알려야 하는 시대라면 마케팅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 답이 궁금해서 이 책을 펼쳤다.

저자 알렉스 슐츠는 메타의 마케팅 총괄로, 이베이와 메타에서 20년 넘게 쌓은 경험을 이 책에 담았다. 그가 가장 먼저 꺼내는 이야기는 '북극성'이다. 탁월한 성장에는 탁월한 마케팅이, 탁월한 마케팅에는 명확한 목표가 필요하다는 것. 팀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목표, 그리고 그 목표에 얼마나 다가갔는지 잴 수 있는 지표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입사한 2007년 페이스북의 북극성은 '세상을 온라인으로 연결한다'였고, 회사는 이를 MAU라는 단순한 숫자 하나로 측정했다. 그 숫자가 허수로 부풀지 않도록 가드레일 역할을 하는 지표까지 따로 세웠다는 대목에서는, 목표를 세우는 일만큼 그것을 정직하게 재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광고 채널을 고르는 법, 광고 소재를 테스트하는 법, 그리고 AI 시대의 마케팅까지 차근차근 짚어 나간다. 직군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무엇을 향해 가는가'를 정하는 일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도구는 AI가 대신해 줄 수 있어도, 북극성은 결국 스스로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물론이고, 회사 일이든 내 사업이든 내 SNS든 방향이 막막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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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2026.10 - Vol.862
현대문학 편집부 지음 / 현대문학(월간지)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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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 실린 소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신민의 <란제리>, 윤고은의 <면의 밑동>, 이장욱의 <원숭이 엉덩이는>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글을 보고 있으면 어떤 결핍들은 누군가에게는 크고 누군가에게는 동정을 불러오며 누군가에게는 사소하다는 걸 새삼 다시 느낀다. 그리고 그런 결핍을 가진 것이 인간이고, 그러기에 서로가 잘 보듬어주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나 실천하기 어려운 결론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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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꿈의 선물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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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 기록한 꿈 일기다.

그는 꿈에서 본 공간과 사물, 감각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꿈에서 떠오른 연상과 현실의 기억을 함께 적었다. 정신분석 치료를 받으며 자신의 무의식과 내면을 이해하려 했던 과정도 담겨 있다.

꿈속에서 아버지와 마주하며 현실의 감정을 확인하고, 타인을 혐오하면서 동경했던 자신의 모순까지 솔직하게 기록한다. 꿈을 통해 미래를 예견하려 하기보다 꿈에 나타난 이미지와 감정에서 자신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심이다.

꿈은 깨어난 뒤 완전히 되살릴 수 없고 글로 옮기는 순간 원래의 아름다움도 사라진다. 그럼에도 사라지는 꿈을 붙잡아 기록하고 자신을 들여다보려 했던 헤세의 시도가 담긴 책이다.

실물이 매우 아름답고 내용이 풍성하니 소장하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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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의 후더닛
아사네 주지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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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설정이 매우 신박했다. 중요한 것은 너무 따지려 들지 말자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게 1000년을 버텨?" 이런 질문을 하게 되면 끝도 없이 이상해진다. 그냥 그러려니, 소설이니까, 가정이니까 하고 봐야 한다.
1쇄에는 문장부호 오류가 좀 많다. 수정되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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