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화살을 굳이 가슴에 꽂지 마라 - 한·중·일 50만 독자를 위로한 신경 쓰지 않는 연습
나토리 호겐 지음, 이정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인이 상처 주려 뱉은 말도 자기 의지로 걸러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삶이 더 편안해질 것 같다. 고통받는 내면을 달래줄 조언들이 많은 책으로, 현대인들의 고질적인 고통인 인간관계로 인한 어려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상처를 내는 것도 어쩌면 자기 자신일 것이다. 책 속의 가르침을 잘 따라서 내면의 안정을 느끼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터메초
샐리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면의 목소리를 이토록 섬세하게 짚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고, 살면서 막연하게 느끼던 감정들의 정확한 이름을 비로소 찾아낸 기분이다. 초반에는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다는 형 피터의 복잡한 심경에 도무지 공감하기 어려워, 자연스레 순박한 체스 천재 동생 아이번의 서사에 완전히 몰입했다. 서툰 인간관계 속에서도 애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겪는 혼란과 형을 향한 묘한 반발심, 연인을 만나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들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내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피터가 겪는 혼란마저 폭풍처럼 밀려오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삶이란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재단할 수 없고 선택지 역시 무 자르듯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정답 없는 변수의 연속이 곧 인생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히며 서로의 결핍을 치유해가는 과정, 가장 징글징글하게 싫어하면서도 결국 제일 아끼게 되는 형제의 애증과 부자지간의 앙금까지. 굳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 누구나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보편적이고 강력한 스토리텔링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야말로 사정없이 탐독했다. 책의 온도와 내 기분의 온도가 완벽히 동기화되는 몰입감을 느꼈다. 미친 듯 킥킥거리며 읽다가, ‘어떡해’ 하는 표정으로 멈췄다가, 다시 기분이 업되기를 반복했다.
​이 소설은 파편화된 에피소드를 계속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도 단편적인 시간의 흐름을 뚫고 인물들이 선명하게 살아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어딘가 하나씩은 문제가 있는 가족들이 등장하지만, 그 부족한 점들을 가족들의 믿음과 사랑으로 채워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완벽해 보이는 엄마의 기괴한 집착이나, 병원 원장의 위엄과 나약한 환자의 모습을 휙휙 넘나드는 아빠의 모습은 구태여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 분위기와 사건만으로 매력적인 인물상을 구축한다.
​특히 정신병동에 입원한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는 상당히 독특하다. 때로는 겁을 먹고, 때로는 마음을 빼앗기며, 환자들의 괴성과 울음소리를 감동적인 음악처럼 받아들이는 화자의 강렬한 정신세계는 묘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즐겁게 본 장면은 세 형제가 창문에 부딪히는 새 소리만 듣고 종류를 맞히는 퀴즈쇼에 나가자며 계획을 세우던 대목이다. 양말에 콩을 넣어 창문에 던져보자는 엉뚱한 발상, 그리고 정작 찝찝한 일은 동생에게 시키는 형들의 모습에 무릎을 쳤다. 우리 집도 삼 형제라 항상 시끌벅적했는데, 어떤 ‘악동 짓’을 할지 고민하다 결국 만만한 동생을 앞세우던 우리네 어린 시절과 어쩌면 그리 닮았는지.
​어린 시절의 추억은 아기자기하고 유쾌하며, 때로는 끔찍한 일조차 웃으며 넘길 수 있는 활기가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빠르게 자라 집을 떠나고 부모가 늙어가는 과정에서 이야기는 조금씩 덜 우스워진다. 성장이 가져다주는 상실과 잃어버리는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독일 정신병동 한가운데 위치한 집이라는 배경은 나의 한국적인 과거와 접점이 하나도 없어 보이지만, 이들의 삶에 내 유년기가 겹쳐 재생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파괴하고 부수는 것을 즐기던 조금 망가진 자아부터, 세상을 다 아는 척했던 사춘기의 자아까지 잊고 있던 '아이다움'이 속속들이 깨어났다.
​이 소설은 마냥 웃긴 삶만을 조명하지 않는다. 둘째 형과 아버지, 그리고 형제 같던 개의 죽음까지 삶의 아픔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 끝을 우울한 검은색으로만 칠하지 않고 삶을 다시 흘러가게 두기에, 마음이 쓰이면서도 참 좋았다.
​책을 읽다 잠든 밤, 꿈속에서 천둥벌거숭이처럼 마구 뛰어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깨어난 뒤 기억은 몽롱해도, 내 어린 시절을 다시 만나 기뻤던 그 마음만은 선명하게 남았다. 정말 즐거운 추억 여행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책 교유서가 시집 4
기혁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반적으로 텍스트를 독해할 때 작가와 작품을 분리하여 독립된 세계로 바라보는 것이 비평의 정석으로 통한다. 그러나 이 시집은 그러한 불문율을 보란 듯이 무너뜨린다. 시적 자아가 전면에 등장해 "소설책의 제목을 지우겠다"고 선언하며 텍스트의 경계를 허물고 나오기 때문이다. 시인은 소설과 비소설, 독자와 비평가 등 문학을 둘러싼 제반 요소들을 시의 안쪽으로 끌어들이며, 허구와 실재의 경계가 모호해진 독자적인 메타 세계를 구축한다.
​이 시집은 미학적 아름다움보다는 세계의 부조리에 대한 폭발적인 고백에 가깝다.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정서는 짙은 공허와 상실감이며, 이는 시인이 목도한 현실이 소설 속 비극보다 잔혹했음을 시사한다. 특히 '계엄'이라는 사회적 사건이 남긴 분노는 시집 곳곳에서 날 선 언어로 형상화된다. 비속어와 성적인 메타포 등 거과 없는 시어들은 당시의 부조리가 얼마나 격렬했는지를 증명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주목할 만한 지점은 시인이 상정하는 독자의 위치다. 작품 속에서 독자는 작가의 고통스러운 삶('신맛 나는 삶')을 소비하며 위안을 얻거나, 흥미가 떨어지면 가차 없이 텍스트를 폐기하는 무심한 존재로 그려진다. 이는 문학이 소비되는 방식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인 인식이자, 수용자의 태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으로 읽힌다. 그러나 시인은 이러한 냉소를 넘어, 결국 '쓸모없는 것'들로 치부되는 고통과 비극을 '폭신한 언어의 침대'로 변환하려는 고단한 의지를 드러낸다.
​결국 이 시집은 날 선 분노로 점철되어 있으나, 그 이면에는 현실의 비극이 문학적 허구 안에서만 머물기를 바라는 역설적인 소망이 담겨 있다. 거친 파도와 같은 현실을 건너, 언어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평온에 대한 갈망. 이것이 시인이 텍스트를 부수고 나와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궁극적인 메시지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에게 있어서 구원 - 교유서가 소설
채기성 지음 / 교유서가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집은 마치 우리 주변의 풍경을 낮은 채도로 담아낸 사진첩 같다. 57분 교통정보를 전하는 캐스터, 사제가 되려는 신학생, 게임 사운드 디자이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비로소 형체가 보이는 '흐릿한' 사람들. 드라마 속 인물들이 선명한 빛을 발한다면, 이 책의 인물들은 그보다 훨씬 더 우리 삶의 진짜 냄새를 풍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조금은 망가지고, 억울하고, 죄와 용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단편 <로만티셰 슈트라세>는 억눌린 일상에 작은 균열을 내는 쾌감을 선사했다. 독일의 아우토반을 질주하며 낯선 자신을 마주하는 주인공. 현실의 겁쟁이인 내가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일탈을 그가 대신 실현해 줄 때, 꽉 막힌 속이 뚫리는 듯했다.
​반면 표제작 <우리에게 있어서 구원>은 인간관계의 가장 아픈 지점을 건드린다. '나쁜 사람'보다 더 견디기 힘든 '우유부단한 사람'. 차라리 악역이라면 미워라도 할 텐데, 그 모호함은 곁에 있는 사람을 서서히 병들게 한다. "원하던 대로 사제가 돼."라고 쏘아붙이던 해리의 결정은, 그래서 더 처연하고 시원했다.
​책장을 덮으며 생각한다. 데이트 폭력이나 묻지마 범죄처럼 예고 없이 우리 삶을 비틀어버리는 불행들 앞에서, 우리는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 <수아에게>의 수아처럼 영문도 모른 채 다친 마음들이, 이 소설 속 흐릿하지만 따뜻한 시선 안에서 조금이나마 위로받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