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 스텔라 오디세이 트릴로지 개정합본판
김보영 지음 / 래빗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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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두 주인공이 만나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보다 만나지 못하는 남녀 주인공이 전하기도 힘든 편지를 주고받으며 보여주는 애절한 사랑이 더 마음 아프고도 더 사랑스럽다. 이런 SF 장르의 프러포즈 소설이라니.
서로의 기다림이 길어지고 길어져도 기억하고 잊지 않고 만날 수 있다고 믿는 믿음이 간절하여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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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상회 다이쇼 본격 미스터리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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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키 하루오 작가를 <방주>로 처음 만났다. 책을 읽고 어마어마하게 충격을 받았고, 그렇게 빠져들게 되었다. <십계>와 <방주>가 서술을 과감하게 쳐내고 결말을 향해 뛰어간다면, <교수상회>는 시대 배경과 주변 인물들 모두를 조명하며 찬찬히 이야기를 쌓아나간다. 추리 소설도 좋아하지만 소설 자체를 즐기는 나에게는 너무나 귀중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주인공은 도둑 하스노다. 엘리트였고 궁핍함 없이 살 수 있던 그는 도둑으로 전직한다. 그리고 도둑질이 발각되어 감옥에 다녀온다. 이후 그에게 어쩔 수 없는 사건들이 들어오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해결해주게 된다. 이 이야기들은 <시계도둑과 악인들>에서 보았다. 이 책을 읽을 때 하스노는 왜 도둑이 되었을까 궁금했는데, <교수상회>를 완독했지만 아직 뚜렷한 이유를 모르겠다. 더 큰 이유가 있을까, 아니면 단순한 변심일까.

반전의 제왕답게 마지막 마무리를 깔끔하게 맺었다. <살로메의 단두대>를 어서 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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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나라 2 (양장)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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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란 자리는 지식 많은 자가 아니라 백성을 가장 깊이 사랑하는 자가 앉아야 한다.”

​이 문장은 권력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묻는다. 왕은 왜 존재하는가, 학문은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문자는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는가. 이런 본질적인 질문들이 책 전체를 단단하게 관통하고 있다.

​작가가 세종을 그저 뻔하고 평면적인 성군으로만 그려내지 않은 점도 무척 좋았다. 새로운 문자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기존의 견고한 질서를 뒤흔드는 몹시 위험하고 고독한 일이었을 테니까. 그래서 책 속의 세종은 박제된 위대한 왕이라기보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깊은 시선으로 백성을 들여다본 한 인간으로 다가온다.

​나는 이 책에서 ‘백성’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 정말 살아 숨 쉬는 존재로 다뤄지는 순간들에 크게 마음이 동했다. 세종은 백성을 시혜적인 동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 각자가 고유한 소리와 말을 지닌 채, 자기만의 삶을 살아내는 존재임을 꿰뚫어 보았다. 그렇기에 훈민정음 창제가 단순한 발명품을 넘어, ‘사람을 온전한 인간으로 인정하는 일’처럼 읽히기도 한다.

​무엇보다 “세상에 없는 소리조차 만들어 낸다”는 문장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것은 단지 문자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지금껏 기록조차 되지 못한 채 흩어져야 했던 사람들의 삶과 감정까지 세상 밖으로 꺼내놓겠다는 결연한 선언처럼 들린다. 자신의 이름을 적고, 자식의 이름을 적으며 행복해하는 이들의 미소가 보이는 듯 해서 뿌듯하게 책을 닫았다.

너무 당연히 쓰는 한글에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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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책
안나 마촐라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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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내를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
그걸 참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들,
그리고 남성의 폭력과 지배를 당연시하는 사회와 종교를 보며 깊은 분노를 느꼈다.
여성이 자신의 몸과 삶을 지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독이었던 시대.
끝없는 학대 속에 놓인 여성들은 결국 독을 선택하게 된다.
객관적인 사실만 놓고 보면 그녀들은 분명 범죄자다.
무색무취의 독으로 사람을 죽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밖에 할 수 없도록 몰아붙인 세상과 남자들이, 정작 그녀들을 심판하려 드는 모습은 너무도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읽는 내내 화가 나고 억울했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이야기다. 실제 역사 속에서도 수많은 여성들이 학대를 당했고, 더 억울하게는 ‘마녀’로 몰려 이유도 모른 채 죽임을 당했다.
스테파노라는 인물 역시 인상 깊다. 그는 끊임없이 동요하고 망설이지만, 결국 자신의 출세와 안위를 위해 선택을 감행하고 많은 여성들을 불행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행동이 옳다고 되뇌며 자신을 정당화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비극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우리 역시 욕망과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린 채, 무엇이 진실로 그릇된 일인지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학대받는 여성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 문제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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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담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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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어떤 느낌인지 읽고 밝을 때 봐야겠다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오들오들 무서워하며 밤새 봤다. 엄청난 흡입력과 가독성, 그리고 색다른 공포. 억지로 만들어낸 어색한 공포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생생했다. 으스스한 분위기의 책을 좋아한다면 꼭 읽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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