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란 자리는 지식 많은 자가 아니라 백성을 가장 깊이 사랑하는 자가 앉아야 한다.”이 문장은 권력의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묻는다. 왕은 왜 존재하는가, 학문은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문자는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는가. 이런 본질적인 질문들이 책 전체를 단단하게 관통하고 있다.작가가 세종을 그저 뻔하고 평면적인 성군으로만 그려내지 않은 점도 무척 좋았다. 새로운 문자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기존의 견고한 질서를 뒤흔드는 몹시 위험하고 고독한 일이었을 테니까. 그래서 책 속의 세종은 박제된 위대한 왕이라기보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깊은 시선으로 백성을 들여다본 한 인간으로 다가온다.나는 이 책에서 ‘백성’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 정말 살아 숨 쉬는 존재로 다뤄지는 순간들에 크게 마음이 동했다. 세종은 백성을 시혜적인 동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들 각자가 고유한 소리와 말을 지닌 채, 자기만의 삶을 살아내는 존재임을 꿰뚫어 보았다. 그렇기에 훈민정음 창제가 단순한 발명품을 넘어, ‘사람을 온전한 인간으로 인정하는 일’처럼 읽히기도 한다.무엇보다 “세상에 없는 소리조차 만들어 낸다”는 문장은 참으로 아름답다. 그것은 단지 문자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지금껏 기록조차 되지 못한 채 흩어져야 했던 사람들의 삶과 감정까지 세상 밖으로 꺼내놓겠다는 결연한 선언처럼 들린다. 자신의 이름을 적고, 자식의 이름을 적으며 행복해하는 이들의 미소가 보이는 듯 해서 뿌듯하게 책을 닫았다.너무 당연히 쓰는 한글에 무한한 감사를 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