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목소리를 이토록 섬세하게 짚어낼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고, 살면서 막연하게 느끼던 감정들의 정확한 이름을 비로소 찾아낸 기분이다. 초반에는 두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다는 형 피터의 복잡한 심경에 도무지 공감하기 어려워, 자연스레 순박한 체스 천재 동생 아이번의 서사에 완전히 몰입했다. 서툰 인간관계 속에서도 애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 젊은 나이에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겪는 혼란과 형을 향한 묘한 반발심, 연인을 만나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들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내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왔다.하지만 뒤로 갈수록 피터가 겪는 혼란마저 폭풍처럼 밀려오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삶이란 자로 잰 듯 반듯하게 재단할 수 없고 선택지 역시 무 자르듯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정답 없는 변수의 연속이 곧 인생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인물들이 복잡하게 얽히며 서로의 결핍을 치유해가는 과정, 가장 징글징글하게 싫어하면서도 결국 제일 아끼게 되는 형제의 애증과 부자지간의 앙금까지. 굳이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 누구나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보편적이고 강력한 스토리텔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