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김형숙 지음 / 뜨인돌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중환자실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처치들이 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무의미하게) 생명 연장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고

그것도 환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며

무엇보다 가족과 마지막 인사말도 못하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린다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책이 주는 느낌은 묵직했고 가슴 아팠고,

그리고 내 생각을 바꾸게 했다.

 

지금 내가 의식이 있을 때,

‘치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연명을 위한 적극적인 처치’를 거부한다는 확인서를 작성해야겠다.

 

이 책을 보기 전,

‘무의미한 의료 소비’ 혹은 ‘남겨진 가족에 대한 정신적 경제적 부담’ 때문에

인위적인 생명 연장에 부정적이긴 했지만,

이 책을 읽고는

인위적인 연명 처치 (특히 회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기도 삽관)는

환자를 마지막까지 고통으로 몰아넣는 것이자

가족 간 이별을 나눌 마지막 기회마저 뺏는 것이라는데 주목하게 되었다.

 

가족과 의미있게 이별하는 것,

이 책에서는 계속 이를 중심에 놓고 있다.

 

중환자실 의료진들이 최선을 다하지만,

그래도 규정과 관례에 따른 일처리가

정작 환자가 누릴 ‘인간다운 이별’을 불가능하게 했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무의미함에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의 문제,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우리가 갑자기 의식 불명이 되었을 때는

그런 처치에 대한 고민과 결정을 환자 스스로 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이다.

그래서 가족에게도 내 의사를 밝혀 두었다,

‘무의미한 연명 처치’는 거절한다고… .

 

지은이는 중환자실의, 여러 어려운 상황 하에서

그나마 가장 인간적인 죽음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자신의 ‘작은 배려’가 환자 가족에게는 ‘큰 의미’가 될 수 있음을 내비친다.

오랜 현장 경험에서 자신의 생각이 점차 변했음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이론도 설명도 아닌 현장을 통한 깨달음의 기록인 것이다.

 

이런 깨달음은

자기 직업에 타성으로 임하거나

자기 직업 행위를 성찰하지 않는 자들에게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죽는 방식에 대한 그 어떤 철학적 담론보다 나를 흔들었고, 힘이 있다.

이 책으로 인해 내 생각이 바뀌었다.

좋은 책이다.

이는 전적으로 지은이의 경험에 따른

고민과 성찰,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

글쓴이의 힘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봤는데, 새로 구입해서 주변에도 읽기를 권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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