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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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정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책은 지승호가 소위 진보적 지식인과의 대담을 묶은 것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형도를 파악하지 못한 독자들은 산만하다 싶을 수도 있겠지만, 정치적 분화를 눈여겨 봐본 독자라면 ‘지극히 현재적인’ 의미에서 유효한 글읽기가 될 것이다. 지승호는 각 대담자에게 개별적인 질문과 함께 공통 질문을 던지는데, 그 중 하나가 현재 노무현 정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 한미 FTA에 대한 견해는? / 그러면서 자연스레 민주노동당에 대한 질문도 함께 한다. 
  첫 번째, 노무현 정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 대부분의 대담자가 정치적 개념으로 ‘보수 정당’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좌파정권이니 진보정권이니 하는 규정은 수구 세력의 딱지 붙이기에 불과하다고 규정한다. 논자들은 노무현의 보수적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386정치인, 운동권 정치인들의 실패로 인해 진보세력 전체가 (진보와 좌파의 현실적 변화를 체험해보지도 못하고) 매도 당하는 것에 가장 큰 분노를 표하고  있다. 이중에 한홍구는 노무현의 개혁적 성과는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이것은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 보수세력들이 해야할 일임에도 우리 사회의 수구세력의 불건강성을 질타하고 있다.  대분분의 논자가 ‘진보’와 ‘개혁’을 구분하며 노무현이 개혁적인 부분은 있을지 몰라도(이 부분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진보적인 정권으로는 규정하지 않는 공통 견해를 가진다.  

  두 번째 한미 FTA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논자들이 부정적이었다. 국익론 자체가 실은 계급의 이익으로 대체되어야 하며 반민중적 정책을 일방적으로 펼친 노무현은 한나라당과 차이가 없다고 규정한다.  11일 나는 서울의 반 FTA 민중 대회에 결합하기로 하였다. 각 지역별로 전세버스로 상경하기로 하였는데, 경찰들이 전세버스를 자신들의 차량으로 막고 나몰라라 막아 버렸다. 수십명의 경찰이 우리 버스 한 대를 에워싸 출발 자체를 막아버린 것이다. 이 사태는 전국적인 것이었으며 서울 대회의 군중의 숫자는 반 이상 날아가 버렸다. 뉴스에서도 경찰의 불법은 지적되지 않고 마치 농민들이 도로를 불법 점거한 것처럼 보도하거나, 수 만명의 서울 도심 시위도 지극히 피상적(말단적 현상인 폭력적 장면만 내보낼뿐)보도 일뿐 그들의 주장이 무엇인지는 전혀 보도 하지 않는다. 그 때 느낀 참담함은 도대체 내가 내 발로 움직이는 이동의 자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현 정권,  민중들의 의사 표현자체도 막아버리는 노무현 정권이 군사 독재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깊은 회의와 분노가 있었다.  아직도 민중들은 자신의 기본적 의사 표현도 허락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지배계급의 헤게모니 자체를 자각하지도 못한다.  
  세 번 째 민노당에 대한 견해는 사람마다 미묘한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진보적 가치를 인정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당파성이나 외연의 확대의 실패면에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진중권은, 비핵을 내세워야 할 진보정당이 어떻게 북한 핵을 옹호할 수 있느냐며 민노당을 주사파의 붉은 파쇼집단으로 규정하는 부분은 섬뜩하기도 하고, 또 한편 그런 민노당의 경직성에 나 역시 실망하기도 한다. 
 

박노자는 위험하지 않은 학문은 죽은 학문이라며, 그리고 홍세화는 물신주의와 지배계급의 헤게모니에 장악된 한국사회를 깨뜨리기 위해서는,  결국 ‘교육’의 문제라고 두 사람은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전교조에 애정과 비판을 함께 보내주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양의 불편과 위로를 주는 글을 혐오한다는 김규항은 계급의식의 각성을 주로 이야기 하고 있다. 한홍구는 과거사 위원회의 진실 회복일을 하며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보수적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좌파/진보/개혁’으로 규정되는 비상식적 정치개념을 비판하고 있다.
  심상정은 민노당 국회의원이어서 현정권의 보수반동성에 가장 강한 비판을 하고 있다. 자본과 관료, 보수 세력에 굴복한 노무현 정권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애초 노무현이 참여정부로서 개혁적 작업을 이루어내려면, 관료사회를 견제하기 위해서 공무원 노조와 손잡거나, 교육관료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전교조와 손잡고 개혁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노조는 탄압하고 소수 엘리트들만 참여시킴으로써 개혁의 힘을 스스로 상실했다는 지적은 정확하고도 가슴 아픈 지적이다. 노무현 정권의 출범 당시 나는 이제야 정부는 개혁 세력과 손잡고 보수 반동 세력과 한 판 붙겠구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정권 초기부터 노조를 배척하는 노무현에게 너무 놀라고 배신감을 느낀 터라 지금 생각해도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진중권은 이번에는 깊은 논의보다 단편적으로 던지는 말들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정확해 해부해 버린다. “지식인은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얘기가 아니라 들어야 하는 얘기를 해야한다.” “진보가 그것이 비판하는 사회보다 더 낙후된 것이 문제” “사람들은 미래를 못 보니까 자꾸 과거를 본다” 등은 촌철 살인의 명언이다. 그리고 진중권이 얼마 전 민노당을 탈당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 같은데, 아마도 단단히 실망한 모양이다. 손석춘은 노무현이 조선일보를 비판하면서 사실은 조선일보의 논리와 방법을 그대로 답습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중앙, 동아의 구독수가 반토막 났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우리 사회의 보수화에 대한 걱정도 함께 하고 있다. 

  지금 현시점의 정치적 지형을 읽기에 좋으나, 내가 바라는 것은 이 책의 효용가치가 아예 사라져 ‘아 옛날에는 이런 이상한 논의도 있었구나’라며 웃을 날이 오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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