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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단경 읽기 - 참 불교를 알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김윤수 엮음 / 마고북스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성철 스님' 번역본과 함께 비교하며 읽기
당나라 禪僧으로 달마에 이어 6祖에 해당하는 惠能 선사의 설법집이다. 그 내용은 금강경의 가르침과 같으며 단지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대범사의 설법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전제 33절로 구성되어 있다. 부처의 가르침이 아님에도 그에 버금 간다하여 ‘經’이라 하여 남종의 所依경전으로 내세우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내가 읽은 두 책은 모두 현존 最古本인 돈황본을 텍스트로 삼고 있다. 단 후반 23절 부터는 혜능 후대에 첨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내용도 앞에 비해 무척 번쇄하고 편협하다. 이는 북종에 대한 남종의 정통성을 주장하기 위해, 후대 남종의 승가집단에 의해 조작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반부 6절까지에서, 홍인화상 밑에서 신수를 제치고 혜능이 가사를 받고 법을 계승하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예화인데 이도 북종의 신수에 대한 남종의 정통성을 다분히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이리라. 혜능이 覺悟의 증거로 남긴 그 유명한 偈頌이 이 단경 가름침의 전부다 해도 틀리지 않다. 한마디로 나는 壇經이 금강경의 㒣無所住 以生其心의 풀이라고 여기고 있다. 내게는 계속 無相이 가장 핵심적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김윤수의 책이 단경에 대한 전체적 이해를 일목하게 잘 정리했다. 또한 기존의 성철 번역과 그 밖의 여러 번역본을 참고 비교하여 활용하기에 좋았다.
성철의 책은 우리말 사용에 있어 자연스럽고 몇몇 핵심적인 곳에 이르면 훨씬 수월하게 그 뜻이 전해온다. 깊은 안목을 유감없이 나타낸다. 성철이 앞부분에 편찬 수록한 識心見性, 內外明徹, 無念爲宗 등은 단경의 핵심적 사항들을 정리한 것으로 보면 되겠다. 그런데 성철은 줄곧 漸修에 대한 頓悟의 우위를 강조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한글 번역 다음에 거의 사족을 달지 않다가도 頓悟나 漸修와 관련된 부분만 나오면 꼭 한마디 거든다.
금강경 일독 후, 이제나 저제나 壇經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제야 읽게 되었다. 단경은 금강경의 약식 해설서로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항상 생각하건대, 이러한 經을 ‘읽었다, 내용을 이해했다’는 것이 經에서 말하는 깨달음의 차원이라면, 그런 근본주의적 언술을 강요한다면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단지 그 책이 가지는 텍스트로서의 가치와 구성을 일별하고 그냥 말할 뿐이다, ‘읽고 이해했다’라고. 이는 문자적 이해마저 곤란한 현대 서양 철학의 난해성과는 분명 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