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미술사 (무선)
E.H.곰브리치 지음, 백승길 외 옮김 / 예경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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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향유한다는 것은 나름의 지식과 경험에 바탕 하여야 한다.  예술을 직업으로 하는 창조적 작업은 물론이거니와 그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수용자도 일정부분 그 예술의 語法을 익혀야만 가능하다.

 원론적으로 ‘우리 삶 자체가 예술’이라느니,  ‘고급 예술과 대중 예술의 구분은 없다’는 포스트 모던적 모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예술은 그 장르만의 관점과 해석의 작동 방법이 분명 있다.  누구나 현대무용, 오페라, 발레 같은 예술을 즐길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는 그 예술들이 대중적 접근을 하지 못한다는 계급적 특징도 있지만, 역으로 대중에게 접근하기 힘든 양식적 요소가 분명 있음을 역설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모두가 예술작품을 즐기지만 무엇이 ‘뛰어난’ 예술적 성취인가는 또 별개의 영역으로 남는 것이다.

  ‘미술’이라는 장르를 어떻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내게 등대 같은 길잡이가 되어 준 책이 Gombrich의 ‘서양 미술사’이다. 내가 미술을 모른다는 사실에 기초하여, 최소한 ‘미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미학적 정리가 필요한 때에 이 책을 알게 되었다.

 1950년대에 최초로 출간되어 32개 국어로 번역된 서양미술사의 고전으로 선사시대동굴벽화부터 시대와 양식, 작품명이나 작가들 이름에 따라 정리하고 각 사회문화와의 상관관계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미술 ‘작품’이라는 것이 그 시대의 사회적 상황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을 날과 씨로 짜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즉 미술과 사회사의 관계를 작품 창조와 이해의 일관된 관점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작품의 양식’과 ‘사회적 양식’의 관계를 얽고 있어서, 이 책을 정독한 후 미술이라는 것이 굉장히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라는 도발적 문장이 始終 이 책을 관통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가 책의 끝에 밝힌 것처럼 현대미술의 다양한 실험양식에 대해 일정부분 곤혹스러운 면을 내비치는 것에 이르면, 나 같은 문외한은 현대미술에 더더욱 소원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문학이나 음악과는 또 다르게 분명 미술은 아직 대중과는 친숙한 단어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도처에 너무 친숙하게 ‘미술 속에서’살고 있건만, 이를 깨닫지 못하고 저 다른 곳에 미술을 찾다보니 그런 것은 아닌지.

 질 좋은 외제 화보집은 비싸고, 단행본 출간은 대중적 작가들에게만 집중되고, 그나마 시공사나 한길아트에서 출간된 책들은 미술을 ‘설명만’하고 있어 무척 곤혹스럽다. 그나마 재원출판사 시리즈가 손에 맞는다.  

  언제 눈 밝은 문화인(?)인 되려는지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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