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개념의 비판 - 데리다.라캉.알튀세.푸코, 20세기 문명연구총서 14 20세기문명연구 총서
윤효녕 외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현대 철학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이들 데리다, 라캉, 알튀세, 푸코는 소위 후기 구조주의자들로 불린다. 이들의 주목할 만한 공통점이 ‘주체’의 문제이다. 근대철학에서 주체란 ‘사유주체의 절대주체’인데 반해, 이들에게서는 ‘타자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주체’이다. 즉 주체는  ‘나’의 바깥에 의해 ‘구성되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구조주의적 방법을 사용하기에 언어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지은이들은 이들 4명의 후기 구조주의자들이 근대적 자기 동일적 절대 주체를 해체하면서도 주체의 절대부정이라는 위험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이중의 의식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구체적 성과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 책은 4명의 후기 구조주자들의 사상을 ‘주체’라는 코드로 기존의 내용을 정리 설명한 것일 뿐 더 이상의 학술적 진전도 없고, 새로운 담론의 예지도 없다. 기껏 각 장의 말미마다 이미 확인된 4명 사상가의 한계를 언급한 것을 마치 저자의 새로운 업적인 것처럼 치장하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정보를 조합 가공한 것에 불과하다. 이 책이 연구비 지급에 따른 합동 저작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 정도 수준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이 책은 4명의 후기 구조주의자에 대한 기본적 지식이 있어야 읽을 수 있기에 초보자의 입문서로는 적당하지 않고, 그렇다고 새로운 내용도 없기에 수준 있는 공부도 되지 않는다. 참으로 어정쩡한 책이다. 단지 각 철학자들을 ‘주체’의 코드로 정리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제 3장 라캉과 제 5장의 푸코 편은 그들 사상의 정리 차원에서 읽어볼만 하다. 제 2장 데리다는 보통이다. 제 4장 알튀세 부분은 정리 자체가 잘 안고 심지어 지은이가 핵심을 알고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제 6장 부분은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6장은, 5장까지 정리한 반휴머니즘적 주체형성의 대척점으로 몇몇 사상가를 소개, 비판하는 장으로 할애했다. 이는 자신들이 서두에 밝힌 주체의 절대부정의 위험에 빠지지 않겠다는 언급에 대한 해결책쯤으로 제시한 것 같은데, 이도 지은이의 연구가 아닌, 기존 사상가를 아주 간략히 소개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연구를 대신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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