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반레 지음, 하재홍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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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트남 현대 작가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에 속한다는 반 레의 대표작이다. ‘바오 닌전쟁의 슬픔이 일군의 베트남 평자들에게 패배주의 문학으로 비판받았다기에, 베트남 평단에서 찬사받는 반 레의 작품은 어떤지 궁금했다

 좀 투박하게 규정하자면 반 레는 바오 닌과 대척하는 작가로 보인다. 바오 닌은 전쟁이 베트남인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았는가 즉 전쟁의 보편적 고통에 집중했다면, 반 레는 승리를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웅변한다. 마치 관변 문학처럼 상투적이라 할 만하다.

 작가 반 레는 조국해방전쟁에 모든 것을 던졌다. 그의 삶은 존중과 경외를 받아 마땅하지만, 그의 문학적 성취는 또다른 것이다. 소설 전반이 관념과 계몽으로 넘쳐나고, 인물들은 선과 악의 명확한 이분법에 따라 움직일뿐이다. 이런 평면적 인물들에게 전쟁의 갈등과 고뇌를 읽을 수는 없었다. 베트남 해방전사들은 오직 선의와 공동체 의식만 충만한, 윤리적 인간으로만 부각된다. 또 중간중간에 상투적이고 해설적인 대화 즉 작가가 개입하듯 설명하는 서술 역시 좋은 방법이 아니며, 문장 역시 전반적으로 수준있다 할 수 없다. 영혼계를 떠도는 응웬꾸안빈꾸에지’, ‘천년기의 설정도 소설효과를 반감시키는 구성으로 보인다.

 반 레의 다른 작품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작품을 전쟁의 슬픔과 비교하기는 무리이다. 바오 닌의 전쟁의 슬픔이 얼마나 뛰어난 작품인지 다시 느꼈고, 전쟁의 슬픔20세기 최고의 전쟁문학으로 손색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쟁에 참가한 작가가 전쟁의 참혹함을 증거하는 그 치열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지만, 문학의 성취와 작가의 삶은 다른 영역이다. 세계 문학에서 베트남 문학의 위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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