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
기무라 유이치 글,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 양선하 옮김 / 효리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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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펴면 조금 낯설게 느끼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다. 아이들 그림책이라고 하면 바로 떠올리게 되는 알록달록한 예쁜 그림이 가득한 책은 아니다. 목판화인 듯한 굵고 거친 선에 어두운 톤의 색깔. 게다가 중간에는 피를 흘리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감동이 가득한 책이다. 

(잠깐 덧붙이자면, 아이들에게 예쁜 그림만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한다. 피 흘리는 일이 있다면 피 흘리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 아이들의 균형된 발달에 훨씬 좋다고 한다.) 

10살 이전의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절대적인 존재이지만 철이 들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가진 결함이 부끄럽고 못마땅하게 여겨지기 시작한다. 꼭 부모가 결함이 없더라도 부모의 지도가 귀찮고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때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그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는가?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나에게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가? 그런 것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로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더 진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읽혀 주었더니 재미있고 엄마가 죽어서 슬프다는 반응이고, 엄마 독자들은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함께 감동을 나누고 '만약에'라는 전제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좋을 듯 하다. 

그리고 이 책에는 숨은 재미가 있다! (사실 나는 처음에 발견하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발견하고 내게 알려주었다. 역시 아이들은 대단하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엄마가 숨어있다. 숨어서 아들 구가 잘 지내는지 쳐다보는 엄마를 찾는 재미, 그리고 이어서 오는 가슴아픈 사랑에 대한 감동을 마음껏 누리시길! 

추가정보- 베스트셀러로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던 '마당에 나온 암탉'과 놀라울 만큼 유사한 이야기. 하지만 이 책은 더 저연령대를 대상독자로 삼고 있다. 엄마의 무한한 헌신적인 사랑은 참으로 범우주적인 소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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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소리 푸른숲 어린이 문학 16
문숙현 지음, 백대승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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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리뷰를 쓰다 보면 겪는 딜레마가 있다. 아무리 애써도 나는 어른이라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확신이 서지 않는 부분이 있는 책은 꼭 주변의 아이들에게 읽혀서 반응을 확인하고 리뷰를 쓰고 있다.

우선 '검고소리'는 음악과 악기의 시초 라는 아직 시도되지 않은 소재로 환타지를 쓰는데 도전한 것 만으로 칭찬 받아  마땅하다. 이 부분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스토리 부분에서는 아직 완숙한 느낌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어른의 입장이고 많은 판타지를 읽어서인지 등장인물의 전형성은 잠깐 미루어 놓더라도, 줄거리가 너무 예상범위 안에서 움직여서 조금 지루했다. 그래서 주변의 아이들에게 읽게 하고 소감을 말해보게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올라가는 아이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올라가는 아이는 초반에는 흥미진진했는데 뒤로 가면 갈수록 너무 급하게 넘어가는 것 같아서 재미가 반감되었다고 했다. 유치원 다니는 아이가 있는 엄마에게 읽게 하고 소감을 물었더니 '소재가 새롭다. 그냥그냥 재미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평하자면, 국악을 소재로 삼은 새로운 이야기이니 한번쯤 읽어볼만 한 책이나 대상연령은 초등학교 3학년에서 6학년까지가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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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루, 세상을 바꾸다
애비 지음, 유기훈 그림, 고은광순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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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시민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은 좀 별난 사람 취급을 받는 세상이다.  정당활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양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흐름에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세우려면 정치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벽이 너무 커서 그 벽을 보지 못하고 주어진 틀 안에서 수동적인 삶을 살게 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벽은 더 좁고 더 견고하리라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아이들이 정치라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 닿아있다는 것을 차근차근 배워나가기 위한 걸음의 일환으로 이 책은 아이들에게 필독서로 권장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고, 솔직히 엄~~~청나게 흥미진진하지는 않다. 아, 물론 재미있다. 잠깐 부연 설명을 하자면, 요즘은 워낙 판타지 소설이나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오락들이 많은 세상이라 그런 것을 많이 접한 아이들에게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손이 떨린다 정도의 재미는 아닐 거라는 거다. 하지만 가치의 측면에서 정말 좋은 책임을 보증해드리며 아이들에게 반드시 읽혀 주실 것을 권한다. 아이들이 정치 우화로서의 메시지를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주인공 펄루를 포함한 몬트머 족이 지도자가 바뀌면서 겪는 일 자체를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고 본다.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시는 어른 독자라면, 주인공의 독특성을 한번 눈여겨 보실 것을 권하고 싶다.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은 대체로 사연이 어찌되었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있고 그 임무를 수행하는 "여정"을 떠난다. 그리고 여정 속에서 온갖 모험을 겪으며 "영웅"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필자에겐 이 주인공 펄루가 좀 독특하게 보였다. 펄루는 참 부단히도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여정도 임무로부터 도망치려다가 시작된다고 말하는 쪽에 가깝다. 그리고 목숨을 건 선택의 순간에서도, 여타 판타지의 주인공들처럼 임무 수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평소 자신이 살아온 인생철학 또는 신념에 근거한 선택을 한다. 물론 펄로는 영웅이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참 남다르다. 매우 매력적인 주인공이 아닐 수 없다.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판타지 팬들은 한번 읽어보실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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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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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싱글이거나 결혼을 했거나, 이혼을 했거나 상태의, 

나름 직장 생활이란 걸 어떠한 이유에서든 (커리어 우먼의 꿈을 '아직도' 꾸고 있다던지, 먹고 살기 위해서 하고 있다던지, 그냥 이제 이게 생활로 굳어서 하고 있다던지, 아니면 즐기고 살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 다니고 있다던지, 그것도 아니면 남자들의 사회 속에서 멋지게 한방 먹이며 성공한 여자로 살고 싶다던지) 

아직 또는 다시 하고 있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두 가지 행동을 제공할 것입니다. 

한가지는 웃음 (깔깔깔, 혹은 속 쓰린 웃음) 

다른 한가지는 고개를 끄덕 끄덕하는 것. 

오쿠다 히데오, 정말 남자 맞을까? 이 사람 여자 아닐까? 싶을 만큼 30대 직장 여성의 고민과 애환을 유쾌하게 풀어놓은 멋진 소설. 

표지가 요즘 유행하는 연예인 뷰티북같은 그림이라 왠지 시시한 책일거란 선입견을 주는 것은 심히 불만스럽지만, 내용은 최고다! 

출판사 분들, 제발 표지 좀 바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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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독서 습관 - 초등 저학년을 위한
4차원 지음, 정지은 그림 / 개똥이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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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의 1/3이 서울과 그 근교 도시에 산다. 

그래서 가끔 보면 서울 밖에도 아이들이 살고 있다는 것 잊은 듯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지방 소도시 혹은 읍면리 단위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느낄 괴리감에 대해 작가들은 한번이라도 생각을 해보는 걸까 싶어 왠지 씁쓸할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먼저 칭찬을 해주고 싶다. 지방에 사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책이니까.

어쩌면 서울에 사는 아이들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을 유치원 즈음에 다 배우지 않나 싶다. 유치원이나 어린이 집이 아니더라도 동사무소 같은 곳에서 운영하는 독서 프로그램도 많고 동네마다 조그마한 도서관이 있으니까. 초등학교 들어가서 도서관이라는 곳에 처음 가보고 친구들과 책을 돌려보게 되는 아이들은 지방에 사는 아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즘은 지방도시에도 도서관이 하나씩은 다 있다. )  

부모가 딱히 아이들의 독서 지도를 해줄 처지도 아니고, 도서관에 데리고 다녀 줄 처지도 아닌 상황에 놓인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책을 소중히 하는 법, 감상을 나누는 법들을 설명해 준다. 

내용은 그림책이라기 보다는 만화책처럼 꾸며져 있다. (요즘은 만화로 지식 전달을 하는 추세인가 보다.) 책 보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접근이 더 용이할 것 같다. 

나의 개인 취향과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전체적으로 목적이 분명하고 내용도 괜찮은 책. 

그런데... 

어쩐지 전국의 도서관 사서들을 겨냥해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그냥 우스개 소리일까? ㅎㅎ 

 <update> 이번에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는 아이 둘을 데려다가 책을 읽혀 보았다. 반응은 '재미있어요' 였다. 만화 같은 그림이 아이들로 하여금 접근이 쉽도록 만들었고 책을 읽는다는 부담을 줄이고 끝까지 읽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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