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쇼 - 2판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7-154
[ 퀴즈쇼 - 김영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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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집에 있는 김영하 작가의 책은 모두 읽었다. 출간 된 책 중 대여섯권을 제하곤 모두 읽은 샘이다. 산문집을 포함하면 얼추 15권 쯤 되는 것 같다. 작가의 다음 책도 구입할테고 읽지 않은 나머지 책들도 구입하게 될 것이다. 이 작가의 태도와 방식이 내게 적당하게 여겨진다. 적당한 위로, 적당한 다정함, 적당한 문제 제기, 적당한 훈계 등 등.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적당한 거리감과 감정으로 내게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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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처럼 삶에도 명확한 답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정확한 답이 있다면 그 답만 찾으면 된다. 확고부동한 하나의 답이라면 그것만을 추구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답이 있을 리 없고 누군가에게 그 답이 있다해도 그 답이 내게도 답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더러는 알 수 없는 인생이라 좋다하고 더러는 알 수 없는 인생이라 버겁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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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력이라는 것은 ‘이해하는 능력’이라기보다는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닐까? 스스로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타인에게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사랑과 이해가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따로 따로 각자의 역할과 위치가 있는 것이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이해가 필요치 않더라도 상대의 사랑을 납득하고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해가 필요하다. 사람은 참으로 복잡하고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생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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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관념 안에 자신을 가두는 것은 약간은 편하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 내 팔자는 원래 그렇고 내 인생은 별 뾰족한 수 없이 이렇게 흘러갈거야라는 생각과 태도. 그것을 누구도 확인해줄 수 없고 무엇으로도 장담할 수 없는데도 막연한 느낌만으로 결론 짓는다. 뭐, 어차피. 랄까? 뭐, 어차피.일 거라면 되는대로 내키는대로 제멋대로 살아봐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책임져야 할 것이 나 자신 뿐일 때만 가능한 것들이 있다. 다른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은 저버린데도 큰 문제는 없다.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법 정도만 지키면 된다. 나머지는 모두 괜찮다. 우울할 것도 찌질할 것도 좌절할 것도 사실 순간의 감정일 뿐이다. 그런 것들은 생명을 뒤흔들 수 없다. 아니 그래선 안된다. 그 어떤 것도 생명의 소중함을 짓밟을 순 없다. 나 자신도 나를 함부로 해선 안된다. 좀 더 예쁘게 귀하게 소중하게 여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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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에는 많은 삶이 있다. 각자의 삶이 익숙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다. 모두 그렇게들 산다는 것이 체념이 아닌 위안으로 작용하길 바란다. 그렇게들 다들 애쓰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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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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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동명의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미스테리 로맨스, 여주인공은 원래 관심있던 배우였고 남주인공은 그 드라마의 배역을 예뻐했었다. 그 드라마는 미스터리 였어도 색채가 밝았는데 이 글은 밝지 않다. 어둡다. 그것도 단정한 검은색이 아니라 온갖 색이 모여 검어진 어두움이다. 그 사이사이 언뜻 보이는 현란한 색의 뒤엉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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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단언한다. 가장 먼저 자기애가 필요하다. 나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고 소중하다는 확고한 믿음. 그것이 없이는 흔들리고 넘어지고 갈등하다 나자빠진다. 돌아올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잡아먹힌다. 누가 툭 당신은 소중한 존재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요.라고 말해줘도 공연한 의심이 들고 그 뿌리깊은 의심은 뿌리없는 한 문장을 짓밟는다. 그것이 사람을 어디까지 끌고 가서 어디에 내팽개치는 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아니 겪고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것을 알려야 한다. 확고한 믿음이 되고 든든한 뿌리가 될 수 있도록 세뇌에 가깝게 반복적으로 지치지 않고 기쁘게 말해줘야 한다. 나는 그것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복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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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 대해 반문한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왜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가. 우리는 끝없이 생각하고 그 안에는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갈망이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 내가 어떻더라도 나를 받아주고 기다려주고 안아주고 사랑해줄 누군가의 사랑. 그것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역시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삶이 쉽지 않은 것은 누구에게나 같지만 더러 더 어렵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삶보다 죽음이 더 쉽게 느껴지고 어떤 의미라도 찾지 않고서는 살아야 할 이유를 느낄 수가 없다. 그들을 구원할 이는 그들 자신 뿐이다. 최소한 누군가 동아줄 비슷한 것이라도 던져줄 때 붙잡고 싶은 마음과 힘이 남아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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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하고 추악하고 끔찍해서 외면하고픈 일들은 실제한다. 소설이나 판타지보다 더 참담한 현실과 그 속에 던져진 이들은 실존한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나는 너보다는 나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는 식의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아닌 슬픔이 죄책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들을 위해서사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들어야 한다.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은 더 강해서가 아니라 더 약하고 방법을 몰라서이다. 나는 성선설을 믿는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선한 힘을 믿는다. 그것만이 옳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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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적인 고통의 전이 혹은 공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것이 오해가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그 공감이 사실은 오해고 그래서 괴로울 수더 있다고, 그 오해를 해소하기 어려우니 오해에 부응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과연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공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없을까?
작가가 그들을 들여다봐줘서 고맙다. 알고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나같은 사람을 구해주리라 믿는다. 한 생명이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면 그보다 귀한 일이 어디있겠는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귀하고 소중하고 연약하고 슬프고 찬란하다. 그 모든 삶이 단 1초라도 하나 빠짐없이 행복할 그 순간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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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은 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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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소설로 씌여지는 과정을 쓴 소설이다. ‘그러니까 작가는 소재가 어떻게 소설이 되는가를 익숙한 아랑전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라기엔 구성이 독특할 뿐 완전한 소설임이 분명하다. 독특한 구성과 서술 방식 탓에 여러 이야기가 뒤엉켜 있는 느낌이지만 약간의 틈을 포함한 하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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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의문이나 의심은 많은 정보를 찾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도 많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것들 역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어디까지 드러내고 어디까지 감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정절을 지키고자 목숨을 잃은 꽃다운 처녀 아랑의 슬픈 전설이 왠갖 이권다툼 사이의 비참한 죽음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주위의 누군가가 소재가 되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고 분명 로맨스였는데 호러나 미스테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비단 소설 뿐이겠는가. 소설이든 영화는 현실의 재창조이므로 어디건 간에 스민 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잔인함을 보지만 그것이 낱낱이 파헤쳐져있기 때문일 뿐 현실보다 처참해서가 아니다. 그 적나라함에 즉각적으로 반응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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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가 그랬다. 작가가 등장인물을 만들지만 종종 혹은 자주 등장인물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작가는 그저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작가가 상상하는 그대로 그려지는 것이 아닌 진실이 파헤쳐지듯 인물이 움직이고 사건이 드러나고 작가조차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야 현실과 다를 바 없다. 현실의 감당하기 어려운 참담함은 우리의 눈을 감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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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을 읽어가고 있는데, 확실히 ‘김영하의 글’이지만 모두 다르다. 같고도 다른 많은 이야기들 속에 작가가 있다. 나머지도 연달아 읽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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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2017 제11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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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와 dd의 이야기가 처음은 아니다. 읽다가 읽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기분은 느낀 것은 그 때문이다. d와 dd의 행복했던 시간이 궁금하다. 마냥 밝고 예쁘진 않겠지만 서로에게 꼭 필요했을 그들의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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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의 글을 읽다가 턱하니 막혀와서 펑펑 울고 말았다.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서로가 힘겨워지는 순간이 있다. 더는 안될 것 같은 그런 순간. 딱히 어떤 것 때문이라고 말할 순 없는 그런 순간. 먼저 깨달은 자가 이별을 고한다. 장편소설로 발간되어 구입해뒀다. 읽고 더 울게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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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작품들도 좋았다. 이기호 작가는 역시 아내가 현자라는 것을 확인했고, 김언수 작가와 윤성희 작가와 윤고은 작가는 슬펐다. 편혜영 작가의 글은 좀 더 만나보고 싶다. 이렇게 수상집을 통해 작가의 일부를 만나는 일은 반갑다.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약간의 동기부여도 된다.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이야기들을 다른 시선으로 마주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살아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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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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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부분은 정교하게 볼 수 있지만 전체를 시각화하지 못해 그것을 인식할 수 없다? 부족분을 추상과 가정으로 메꾼다. 특징은 보지만 인상은 느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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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있는 책 들 중에 이 책을 발견한 김슨생이 이거 재밌어.라고 했다. 우리는 자기 책이 별로 아니 거의 없는 성장기를 보냈다. 도서관과 대여점을 통해 책을 만나왔고 지금 가진 책들은 모두 결혼 후 구입한 것들이다. 서로의 독서목록을 몰랐고 관심분야나 작가도 약간 달라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을 김슨생이 뒤늦게 만나기도 했고 내가 뒤늦게 관심을 보인 작가들을 김슨생이 먼저 만난 경우도 많다. 그래도 로저 젤라즈니는 도무지 좋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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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만나는 세계가 너무도 놀라워서 이해하고자 내 논리로 분석하려고 했으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 속엔 상상조차 못한 판타지가 실재했다. 납득하고 이해할 수 없는 세계. 그것이 순간에 의해 펼쳐지기도 해서 두려움도 생겼다. 종종 찰나의 판타지가 펼쳐지곤 한다. 기시감이라거나 순간적인 발작이나 마비, 환청이나 환각 등을 경험한 적이 있다. 이질적이고 생경한 그 순간의 감각은 또 다른 세계를 엿본 정도라서 이상징후까지 이어지는 일은 없었다. 우연히 엿 본 또 다른 세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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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면 놀라운 무수한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사회화와 학습을 통해 제한하고 통재한다. 확인되고 검증된 세계만이 전부라고 그 외의 것들을 비정상이라는 테두리 안에 가두고 무시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내 세계가 협소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해 허구와 가상의 것이라고 폄훼하고 비난하기도 한다. 우리가 미처 알 수 없는 모든 것들에 대해 우리의 시야는 감당할 수 없고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은 외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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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라고 불리우는 사람들도 뇌의 10-20%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나머지 부분은 사용이 불가능해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일까? 훈련을 통해 활성화 할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한 것은 아닐까? 중요하고 대단하다고 여기는 것만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것이 주어져 있는 것일까? 모르는 것 뿐만이 아니 알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내가 이해하고 인정할 수 없는 세계와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 세계에 내가 던져질 수도 있다는 사실도 염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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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능력과 인체의 기능에 대해서도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경탄하면서 가정하고 연구한다. 인간에겐 인간이 분석하고 이해하고 수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이다. 놀라움으로 시작해 두려움으로 이어지고 찬탄하며 책을 덮었다.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 히브리서 11장 1절
요즘 자꾸 생각나는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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