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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은 왜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전설이 소설로 씌여지는 과정을 쓴 소설이다. ‘그러니까 작가는 소재가 어떻게 소설이 되는가를 익숙한 아랑전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라기엔 구성이 독특할 뿐 완전한 소설임이 분명하다. 독특한 구성과 서술 방식 탓에 여러 이야기가 뒤엉켜 있는 느낌이지만 약간의 틈을 포함한 하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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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의문이나 의심은 많은 정보를 찾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도 많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것들 역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어디까지 드러내고 어디까지 감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정절을 지키고자 목숨을 잃은 꽃다운 처녀 아랑의 슬픈 전설이 왠갖 이권다툼 사이의 비참한 죽음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 주위의 누군가가 소재가 되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고 분명 로맨스였는데 호러나 미스테리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비단 소설 뿐이겠는가. 소설이든 영화는 현실의 재창조이므로 어디건 간에 스민 현실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잔인함을 보지만 그것이 낱낱이 파헤쳐져있기 때문일 뿐 현실보다 처참해서가 아니다. 그 적나라함에 즉각적으로 반응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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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작가가 그랬다. 작가가 등장인물을 만들지만 종종 혹은 자주 등장인물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작가는 그저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작가가 상상하는 그대로 그려지는 것이 아닌 진실이 파헤쳐지듯 인물이 움직이고 사건이 드러나고 작가조차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야 현실과 다를 바 없다. 현실의 감당하기 어려운 참담함은 우리의 눈을 감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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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을 읽어가고 있는데, 확실히 ‘김영하의 글’이지만 모두 다르다. 같고도 다른 많은 이야기들 속에 작가가 있다. 나머지도 연달아 읽을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