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동명의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미스테리 로맨스, 여주인공은 원래 관심있던 배우였고 남주인공은 그 드라마의 배역을 예뻐했었다. 그 드라마는 미스터리 였어도 색채가 밝았는데 이 글은 밝지 않다. 어둡다. 그것도 단정한 검은색이 아니라 온갖 색이 모여 검어진 어두움이다. 그 사이사이 언뜻 보이는 현란한 색의 뒤엉킴이 있다.
-
-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단언한다. 가장 먼저 자기애가 필요하다. 나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고 소중하다는 확고한 믿음. 그것이 없이는 흔들리고 넘어지고 갈등하다 나자빠진다. 돌아올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잡아먹힌다. 누가 툭 당신은 소중한 존재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요.라고 말해줘도 공연한 의심이 들고 그 뿌리깊은 의심은 뿌리없는 한 문장을 짓밟는다. 그것이 사람을 어디까지 끌고 가서 어디에 내팽개치는 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아니 겪고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것을 알려야 한다. 확고한 믿음이 되고 든든한 뿌리가 될 수 있도록 세뇌에 가깝게 반복적으로 지치지 않고 기쁘게 말해줘야 한다. 나는 그것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복음이라고 생각한다.
-
-
존재에 대해 반문한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왜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가. 우리는 끝없이 생각하고 그 안에는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한 갈망이 있다. 무조건적인 사랑, 내가 어떻더라도 나를 받아주고 기다려주고 안아주고 사랑해줄 누군가의 사랑. 그것이 어떤 힘을 가졌는지 역시 겪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삶이 쉽지 않은 것은 누구에게나 같지만 더러 더 어렵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삶보다 죽음이 더 쉽게 느껴지고 어떤 의미라도 찾지 않고서는 살아야 할 이유를 느낄 수가 없다. 그들을 구원할 이는 그들 자신 뿐이다. 최소한 누군가 동아줄 비슷한 것이라도 던져줄 때 붙잡고 싶은 마음과 힘이 남아있어야 한다.
-
-
비참하고 추악하고 끔찍해서 외면하고픈 일들은 실제한다. 소설이나 판타지보다 더 참담한 현실과 그 속에 던져진 이들은 실존한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나는 너보다는 나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는 식의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아닌 슬픔이 죄책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들을 위해서사 아닌 나 자신을 위해 들어야 한다.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은 더 강해서가 아니라 더 약하고 방법을 몰라서이다. 나는 성선설을 믿는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선한 힘을 믿는다. 그것만이 옳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
-
직접적인 고통의 전이 혹은 공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것이 오해가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그 공감이 사실은 오해고 그래서 괴로울 수더 있다고, 그 오해를 해소하기 어려우니 오해에 부응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과연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좀 더 이해하고 좀 더 공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없을까?
작가가 그들을 들여다봐줘서 고맙다. 알고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나같은 사람을 구해주리라 믿는다. 한 생명이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면 그보다 귀한 일이 어디있겠는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귀하고 소중하고 연약하고 슬프고 찬란하다. 그 모든 삶이 단 1초라도 하나 빠짐없이 행복할 그 순간을 기도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