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이름은
조남주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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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떠나. 성별이 없이 사람1,2,3으로 말해보자. 그랬을 경우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어딘가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럽다면, 다를 뿐 틀렸다고 여겨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괜찮다. 사실 성에 따른 구분 뿐만이 아닌 권력, 연령, 직업군 등 모든 차이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동일한 기준,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쉽게는 눈치+_+)는 차이가 있어선 안된다.
구분 이전에 그래봐야 모두 사람, 인간, 호모 사피엔스기 때문이다. 서로 잘났다고 떠들어도 인간은 족해야 백년 내외의 삶일 뿐이다. 아무리 잘나고 훌륭해도 오롯이 혼자 살아갈 순 없는 유기적이 존재일 뿐이다. 그러니 제발 혼자 잘났다고 떠들지 말고, 감정이입이란 걸 좀 해보자. 인간이 가진 훌륭한 능력인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폭력에 시달리고 익숙해지는 것, 나뉘어야할 책임과 역할을 떠맡는 것, 가족을 사고로 잃는 것, 몸이나 마음이 불편한 채로 살아가는 것, 인간 이하의 취급을 감내하는 것 그 모든 일이 나와 무관한 걸까? 내게는 절대 그런 상황이 오지 않을까? 나는 늘 안전하고 늘 편안한 상황일 수 있을까? 그것을 바라는 것은 너무 순진하고 안일하다. 그렇다면 각자 당장 할 수 있는 아주 작고 가벼운 실천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자. 세상이 변하는 일은 결국 이런 식이다. 각자 깜냥대로 조금씩. 인간이 유기체인 이상 이 역시 책임이고 주요한 역할인 것이다.
문학이 이 책임과 역할을 일깨워주길 바란다. 문제를 제기하고 각자가 방법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 자연스러운 공감을 일으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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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작가의 유명해진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읽지 않았다. 하지만 책 한권이 가져온 인식의 변화는 느끼고 있다. 그러니까 여자만 억울해가 아니라 이러저러한 상황이니 우리 같이 생각 좀 해 보자. 기왕이면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도 잡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누이랑 매부랑 안싸울 수 있게! 가재를 잡진 못해도 구경하며 신날 수 있게! 실재의 삶을 체감할 수 없다면 이렇게 글 속에서 만나고 아- 해줬으면 좋겠다. 소설은 그저 허구와 가상의 세계가 아니라 거울이다. 단 오목거울, 볼록거울, 선명한 거울, 청동거울 등으로 다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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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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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며 지나치게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 순간들이 있었다. 큰 사건이 아니어도 각인처럼 남은 일상의 모습들, 아이가 자라고 있음을 실감한다. 어떤 부모가 되어야지, 어떤 가족이 되어야지,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고, 안전하게 보호하고, 마음을 살피고, 꼼꼼하게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그 계획과 노력이 모두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전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위기의 상황을 만나는 것은 어린 왕을 위험에서 구출하는 호위무사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전적으로 나를 의지하고 내 행동과 말이 절대적이다. 내 공포와 내 상태를 드러낼 수는 없다. 안심시키고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빵점이다. 내 몸 추스르는 것도 쉽지 않고 내 마음을 살피는 것만도 버겁다. 들쳐 업고 뛸 시기를 무사히 지나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살아남았다. 살아남아야 한다. 나는 물론이고 이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이 아이가 안전해질 때까지 최대한 살아남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 언제 안전해질까, 그 때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내가 차단해야할 것은 무엇이고, 가감없는 사실을 알려줘야 할 때는 언제인가, 아이의 몸과 마음의 안전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을까.
영화로 나오면 좋겠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하며 싸우는 엄마가 나오는 영화가 꽤 많지 않나? 일단 터미네이터*_*
생각할 것은 많지만 긴장감 만으로도 꽤 괜찮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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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평전 -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문익환 평전
김형수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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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는 고작 사진 한 두장이 전부였다.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무척 기쁘고 감사하다. 민족적으로든 신앙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그의 면면들이 내게 힘과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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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출생에서부터 장례에 이르기까지 한 인물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생의 흔적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사람과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수월할 리 없다. 그리고 재미날 리도 없다. 문익환 목사의 삶이 드라마틱한 탓도 있겠지만 작가의 애정이 더욱 글을 즐겁게 만들어 준 것 같다. 덕분에 꽤 두툼한 타인의 삶을 이틀동안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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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중반을 넘어서며 1900년대를 살아낸 한국인에게 그 속에서 나라도 양심도 팔지 않고 묵묵히 살아낸 모두에게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살아낸 삶을 상상할 수도 없으니 이만큼의 자유와 이만큼의 안녕에 대한 부채감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이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에 대한 반감과 고집불통의 성격에 대한 반항도 크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져 미래를 비추는 어른이 필요했고 그들이 점점 생을 등지는 것이 한탄스러웠다. 역사 속에 존재하는 과거에서부터 개탄스러운 현재를 지나 꿈을 보여줄 어른들이 가시는 것에 안타까웠다. 그렇게 시대의 어른들이 있다. 그 어른들은 하나같이 다정하고 다감하다. 이제 그런 어른들을 책에서나 만나야 하는 것이 슬프다. 다행인 것은 그 바로 다음 세대에 한국 현대사를 안아주는 한 분이 하나씩 매듭을 짓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역사 속에 있는 증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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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무엇이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종교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이냐.
그것은 사랑이다. 여러 이름을 가진 사랑. 민족애, 인류애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이다. 우리 모두에겐 사랑이 필요하고 그것은 절대적이다. 아픈 사람을 돌보고 슬픈 사람을 위로하고 약자의 편에 서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희망을 노래하는 그 모든 것에 사랑이 없으면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성경을 그것이 진리라고 말한다. 모든 이야기에서 그것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 당연한 진리, 그 단순한 진실이 언제부터 허황된 우스갯소리가 되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사랑임에 틀림없다.
정치적, 역사적인 판단을 유보한데도 문익환 목사가 보인 사랑에 감사하다. 그 사랑으로 위로받고 치유받고 꿈꾸게 된 모든 자에게 그의 삶은 은혜고 축복이다.
한 사람의 일대기에 이렇게도 굴곡지고 참담한 역사가 녹아있다. 그 와중에도 꿈꾸고 웃고 노래한 삶에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의 삶에서 민족의 해학과 자긍심을 보고, 그의 고난에서 시대의 아픔을 보고, 그의 신앙에서 하나님의 인내와 사랑을 본다.
덕분에 다시 울고 웃고 꿈꿀 수 있다.
이 책을 만난 것에 감사하다.
다시 한국인인 것에 감사하다.
우리의 역사는 그 모든 것을 헤치고 나아온 모든 삶 속에서 더 자라고 꽃 피우고 열매 맺을 것이다.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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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미드나잇 스릴러
로저먼드 럽튼 지음, 윤태이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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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여러부분에 감탄하고 말았어. 첫째, 처음부터 끝까지 편지글인데도 전혀 늘어지거나 진부하지 않아. 둘째, 미스테리 추리물이지만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거든? 그런데 또 반전과 비밀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어. 아닌데 싶다가도 역시 미스테리! 뭐 이런 느낌이랄까? 셋째, 나는 이렇게까지 사람을 위로하는 미스테리는 처음 본 것 같아. 탁월한 심리묘사, 아름다운 문장, 삶의 지혜 뭐 이런 거라기보다는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 진심들은 구석구석의 아픔들을 위로하는 것 같았어. 미스테리 소설을 읽으며 막 울컥하고 찡하고 몇번씩이나 그랬는지 몰라. 아마 분명 마음에 들거야. 내가 미스테리 소설은 꽤 많이 읽는 편이잖니- 최소한 아주 나쁘지는 않을거란 거지.
간단하게 이 소설을 요약한다면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되었나, 그래서 그녀는 어떻게 될까? 정도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너무 애매하긴 하네. 여하간 재밌었어. 사실 요즘 책에 집중이 잘 안되서 재밌는 책을 편하게 읽겠다며 집어든 책이거든. 읽고 싶은 것과 읽을 수 있는 것 중에서 읽을 수 있은 것을 선택한 셈이야. 읽고 싶은 것들은 천천히 곱씹으면 읽어야 해서 좀체로 진도가 안나가더라. 그나저나 나는 왜 독후감(?)을 이딴 식으로 쓰고 있을까? 독후감, 리뷰. 적절한 한국어 단어를 찾고 싶어. 나는 매번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걱정하고 갈등하고 조심하려고 해. 정확한 단어의 딱 들어맞는 표현,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외래어나 외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비속어는 쓰지 않고 바른 표기로- 스스로도 조심하고 식구들에게도 잔소리하는 편이지. 아, 이야기 속에도 비슷한 게 나오긴 해. 중요하진 않지만 말야. 요는 재밌었고 막바지에 이르러 맥주를 두 캔(작은 걸로- 혼자서 3-4000cc는 거뜬했는데, 이제 한 두캔도 버거워.)이나 마시면서 새벽 3시가 넘도록 앉아있었어. 왜 조금만 더 하다보니 날이 샌다는 거 간만이라 좋더라구. 이거 마무리가 난감하네. 어제의 취기가 남아있다고 변명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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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
디제이 아오이 지음, 김윤경 옮김 / 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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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이별에 대한 숱한 말들 중에 어떤 것도 정답은 없다.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자존감’ 부분이다. 비단 사랑과 이별에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란 힘들 수 밖에 없다. 나도 상대도 스스로 바로 설 수 있어야 언제든 서로 돕고 의지할 수 있다. 아주 단순한 논리다.
나는 결혼 후 아주 많이 변했다. 어둡고 칙칙하고 자괴감 덩어리였는데 십수년 사이 조금씩 변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 사이 좋은 순간만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 백만번쯤 싸우고 백만번쯤 울고불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이 함께해왔다. 찬찬히 돌이켜보면 그 난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명 서로를 걱정했고 서로를 챙겨왔다. 각자의 방식과 각자의 언어로- 마흔이 되어서야 나 자신을 좀 좋게 봐주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십수년 동안 거의 매일같이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처음엔 남편이 나중엔 남편과 아들이- 익숙치 않던 단어들이 자연스러워졌다. 나를 살리고 웃게 한 고마운 존재들이다.

어떤 상대가 좋고 어떤 사랑이 좋고 어떤 관계가 좋은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와 함께하면서 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되었나가 아닐까 싶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가,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가가 아닐까? 어렸던 우리는 십년에 걸쳐 함께 성장했지만 어느 이상의 나이에 시작된 관계에서 서로의 변화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있는 그대로 함께일 때의 나와 혼자일 때의 나에 대해 생각하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서로를 사랑하는지, 서로를 살리는 관계인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상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똑바로 서서 거울 속 나를 보고, 맞은편의 상대를 보면 사랑이든 이별이든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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