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평전 - 문익환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판 문익환 평전
김형수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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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는 고작 사진 한 두장이 전부였다.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무척 기쁘고 감사하다. 민족적으로든 신앙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그의 면면들이 내게 힘과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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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신, 출생에서부터 장례에 이르기까지 한 인물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생의 흔적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사람과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수월할 리 없다. 그리고 재미날 리도 없다. 문익환 목사의 삶이 드라마틱한 탓도 있겠지만 작가의 애정이 더욱 글을 즐겁게 만들어 준 것 같다. 덕분에 꽤 두툼한 타인의 삶을 이틀동안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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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중반을 넘어서며 1900년대를 살아낸 한국인에게 그 속에서 나라도 양심도 팔지 않고 묵묵히 살아낸 모두에게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살아낸 삶을 상상할 수도 없으니 이만큼의 자유와 이만큼의 안녕에 대한 부채감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이 과거에만 머무르는 것에 대한 반감과 고집불통의 성격에 대한 반항도 크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져 미래를 비추는 어른이 필요했고 그들이 점점 생을 등지는 것이 한탄스러웠다. 역사 속에 존재하는 과거에서부터 개탄스러운 현재를 지나 꿈을 보여줄 어른들이 가시는 것에 안타까웠다. 그렇게 시대의 어른들이 있다. 그 어른들은 하나같이 다정하고 다감하다. 이제 그런 어른들을 책에서나 만나야 하는 것이 슬프다. 다행인 것은 그 바로 다음 세대에 한국 현대사를 안아주는 한 분이 하나씩 매듭을 짓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역사 속에 있는 증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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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무엇이냐.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종교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이냐.
그것은 사랑이다. 여러 이름을 가진 사랑. 민족애, 인류애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이다. 우리 모두에겐 사랑이 필요하고 그것은 절대적이다. 아픈 사람을 돌보고 슬픈 사람을 위로하고 약자의 편에 서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희망을 노래하는 그 모든 것에 사랑이 없으면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성경을 그것이 진리라고 말한다. 모든 이야기에서 그것을 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 당연한 진리, 그 단순한 진실이 언제부터 허황된 우스갯소리가 되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사랑임에 틀림없다.
정치적, 역사적인 판단을 유보한데도 문익환 목사가 보인 사랑에 감사하다. 그 사랑으로 위로받고 치유받고 꿈꾸게 된 모든 자에게 그의 삶은 은혜고 축복이다.
한 사람의 일대기에 이렇게도 굴곡지고 참담한 역사가 녹아있다. 그 와중에도 꿈꾸고 웃고 노래한 삶에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의 삶에서 민족의 해학과 자긍심을 보고, 그의 고난에서 시대의 아픔을 보고, 그의 신앙에서 하나님의 인내와 사랑을 본다.
덕분에 다시 울고 웃고 꿈꿀 수 있다.
이 책을 만난 것에 감사하다.
다시 한국인인 것에 감사하다.
우리의 역사는 그 모든 것을 헤치고 나아온 모든 삶 속에서 더 자라고 꽃 피우고 열매 맺을 것이다.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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