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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평점 :
아이를 키우며 지나치게 선명한 기억으로 남는 순간들이 있었다. 큰 사건이 아니어도 각인처럼 남은 일상의 모습들, 아이가 자라고 있음을 실감한다. 어떤 부모가 되어야지, 어떤 가족이 되어야지, 아이를 행복하게 만들고, 안전하게 보호하고, 마음을 살피고, 꼼꼼하게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그 계획과 노력이 모두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전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위기의 상황을 만나는 것은 어린 왕을 위험에서 구출하는 호위무사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 전적으로 나를 의지하고 내 행동과 말이 절대적이다. 내 공포와 내 상태를 드러낼 수는 없다. 안심시키고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빵점이다. 내 몸 추스르는 것도 쉽지 않고 내 마음을 살피는 것만도 버겁다. 들쳐 업고 뛸 시기를 무사히 지나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살아남았다. 살아남아야 한다. 나는 물론이고 이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이 아이가 안전해질 때까지 최대한 살아남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 언제 안전해질까, 그 때까지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내가 차단해야할 것은 무엇이고, 가감없는 사실을 알려줘야 할 때는 언제인가, 아이의 몸과 마음의 안전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을까.
영화로 나오면 좋겠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하며 싸우는 엄마가 나오는 영화가 꽤 많지 않나? 일단 터미네이터*_*
생각할 것은 많지만 긴장감 만으로도 꽤 괜찮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