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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파커 J. 파머 지음, 김찬호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비통하다’는 몹시 슬퍼서 마음이 아프다는 뜻이다. 정치와 마음은 지극히 공적인 부분과 지극히 사적인 부분이라는 점에서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인다. 쉬운 이해를 위해 그 접점을 찾아본다.
정치-인간-마음.
정치-민주주의-인간-마음.
정치-민주주의-관계-인간-마음.
정치와 마음 사이 꽤 많은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몹시 어색하고 기이하게 여겨진다. 지나치게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구분해온 것은 아닐까? 개인과 집단을 너무 별개로 치부한 것은 아닐까? 좀 안일했던 것은 아닐까?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왜냐- 사람이 너무 많고 그 많은 사람이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효과적이고 손쉬운 결론을 위해 다수결의 원칙을 적용하지만 그렇다해도 희생을 강요할 순 없고 모두 평등할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그러니 갈등하지 않을 수 있는가. 각 개인의 입장과 생각과 요구가 다르다. 그 모두를 충족시킬수는 없고 다수의 횡포로 소수를 그냥 무시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그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
간혹 사람들은 갈등을 말하는 이들이 갈등을 일으킨다고 오해한다. 갈등이 원래 존재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그 갈등을 드러내고 확인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마치 아무 갈등이 없는 것처럼 잊고 외면한다. 그러면 갈등이 사라지나? 해소되나? 안타깝게도 그 갈등을 외면한 댓가가 따른다. 갈등이 점점 자라나는 것이다. 덩치가 커지고 힘을 갖고 갈등의 당사자들을 무너뜨린다. 그냥 조용히 사라지진 않는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갈등이 사라졌다면 그것은 누군가,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꺼내서 분석하고 엉킨 매듭을 풀 듯이 낑낑대며 수고한 까닭이다.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의견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것은 모두 같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내 의견이 부정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왜? 좀 틀려도 괜찮고, 다른 것은 당연하고,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함께 궁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문자로 배웠지만 체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불편과 불쾌를 감수하고 체험해야한다.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그것이 왜 필요한지- 그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것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만 좀 더 솔직한 관계, 좀 더 나은 결론에 이른다. 그래야만 좀 더 바람직한 사회, 좀 더 신뢰할한 세상이 된다고 말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은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 있다. 그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인간은 모두 각자 자유와 평등의 권리를 가졌고 그것들은 자주 서로 부딪힌다. 70억이 넘는 사람들이 계속 서로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 부딪힐 지 혹시 완충재를 사용할 수 있는지 부딪힘으로 더 빛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전혀 부딪히지 않고 살고 싶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에 대한 부분만이 아니다. 관계, 마음, 종교 모든 것에 마음이 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씌여있다.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우리가 현실과 이상(가능성)의 간극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내적자아와 외적자아의 갈등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결국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네 마음은 어떤가- 그 마음은 안녕한가- 그 마음이 안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이 책 덕분에 나는 조금쯤 더 안녕해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