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사람을 보면 본받고 싶어진다. 아니 그것은 가당치도 않고 흉내라도 내고 싶어진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글이라도 따라읽고 싶어진다. 난 이덕무를 전혀 몰랐다. 어쩌면 아버지라면 아셨을지도 모른다. 사극의 실존인물들에 대한 이력을 줄줄 읊어주셨던 아버지라면. 하지만 이제 계시지 않으니 물을 수가 없다. 꿈에서라도 슬쩍 여쭤봐야지._ 제목을 참 잘 지었다. 문장의 ‘온도’. 온도라는 말이 가지는 다양한 느낌들이 다가온다. 차고 어둡더라도 볕을 기다릴 수 있다면 빛이 스밀 수 있다면 좋겠다. 이덕무의 문장도 그렇지만 엮은이의 문장도 그렇다. 때론 찌르고 때론 슬프게 해도 어딘가 빛을 기다리는, 볕이 스미는 느낌이 있다. 모두 공감하진 않더라도 페이지의 2/3를 접어둘만큼 끄덕거리며 읽었다._ 엮은이는 자꾸 쓰라고 한다. 있는대로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쓰라고 다그친다. 무엇에도 개의치 않고 쓸 수 있다면 좋으련만 내겐 허세도 거품도 치장도 가득하다. 털어내기엔 내 글도 나도 너무 초라하다. 언젠가는 솔직해서 공감하고 자연스러워서 귀여운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한 30년 후 쯤?_ 오십평생 2만권의 책을 읽었다 한다. 평생을 가난했던 이덕무가 2만권의 책을 만난데엔 지인들의 공이 컸다. 워낙에 읽기를 즐긴 탓에 이덕무의 손을 거치지 않은 책이 좋은 책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니 귀한 서책을 내어주는 데에 거리낌이 없었으리라. 읽는 다는 것은 그저 활자를 쫓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소화시키는 데 있다면 이덕무의 머릿속과 마음 곳곳에 가득한 생각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2만권까진 아니라도 5천권 정도는 읽었으면 싶다. 하긴 1년 1-200권도 여의치 않은데 가당키나 한지-_ 니체와 김수영이 자주 언급되는데, 서슬퍼런 김수영의 시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는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가와도 닮았다. 세상도 두렵고 타인도 두렵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나 자신이다. 아무도 몰라도 나는 알고 있는 면면들을 다시 살피자. 안 들켰다고 내쉬는 한숨을 누군가 들을지도 모른다. 아이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