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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ㅣ 펭귄북스 오리지널 디자인 4대 비극 시리즈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노승희 옮김, 스탠리 웰스, T. J. B. 스펜서 편집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햄릿이 골몰한 것은 복수일까, 죽음일까. 감당하기 벅찬 진실을 마주했을 때 인간의 생존본능은 회피를 주장한다. 피하고 숨고 도망쳐서 안전해지고 싶은 욕구와 사리지고 지워지지 않는 진실 사이에서 안절부절한다.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이 문제는 일상에서 크고 작게 우리를 몰아세운다.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면 쉬울텐데. 아무렇지 않기 위해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야만 할 것이다. 모든 인물의 죽음이 결말일 수 밖에 없는 이 이야기가 새삼 나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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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비극이 다른 비극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비극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이상, 비극 다음이 희극일 리 없다. 비극을 끝내기 위해선 진실이 명백히 드러나야 한다. 지리멸렬한 권선징악이라해도 그것이 세상의 정의여야 한다. 당연한 결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누구도 비극을 피해갈 수 없다. 비극에서 도망쳐나오기 위해 얼마를 버둥거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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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그저 이야기가 아닌 작품으로 만나려면 그 언어를 이해해야 할텐데, 그럴 능력이 안된다. 이럴 때마다 아쉽고 안타깝다. 씌여진 문장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