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지음 / 마음산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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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를 떠올리면 줄줄이 등장하는 감독들이 있다. 김기덕, 홍상수, 박찬욱, 봉준호 정도랄까. 박찬욱과 봉준호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 허나 김기덕과 홍상수는 내게 불편했다. 영화를 즐겨보던 시기에도 볼수록 불편한 영화였다. 너무 그로테스크해서(김기덕)도 너무 현실적이어서(홍상수)도 아니고 지나치게 대상화된 여성 인물들이 문제였다. 여성임을 자각하고 인지한 35년 정도의 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 두 감독의 영화 속 여성들은 ‘남성이 인식하는 여성’일 뿐이었다. 즉 대상화된 여성이다. 갈수록 견딜 수 없어졌다. 그 뒤론 그들의 영화를 더이상 보지 않았다. 아니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감독들을 찬양(까지는 아니라도 칭찬)하는 사람들을 보면 진짜?라는 생각이 그치질 않는다. 진짜? 정말? 다름과 다양성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면서도 난 저 감독들의 영화를 보고 싶지 않다. 개인으로서의 여성이 아닌 대상화된 여성, 상징으로 존재하는 인물들이 나를 불편, 불쾌를 넘어 치고 때리고 괴롭힌다. 너무 폭력적이다. 개인의 서사가 아닌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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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의 에세이는 전혀 어렵지 않았는데, 평론가의 평론은 어렵다. 어려운 단어와 어려운 해석과 어려운 철학이 뒤엉켜 어지럽다. 다행히 멀미가 날 만큼은 아니고 한 페이지에 두 문장 쯤을 다시 읽어야하는 정도랄까. 천천히 읽고 오래 생각하며 갸웃거렸다. 다시 읽어야 할 책들이 늘어난다. 잊을 것 같은데 목록을 작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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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신형철 평론가는 부정할지도 모르겠지만. 결혼 전과 결혼 후의 문장이 다르지 않은가. 아니 정정하자. 사랑하기 전과 후가 다르지 않은가. 태도 자체가 다르지 않은가. 감수성이 다르지 않은가.라고 묻고 싶다. 정말 안 다른가? 그대론가? 같은가?

#정확한사랑의실험 #신형철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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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 서해문집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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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어떻게 꺼내 놓느냐, 어떻게 표현하느냐, 어떻게 이야기가 되느냐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불가능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아주 가끔 한 번씩 그래도 되는대로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런 나를 응원한다. 말이 흘러넘치는 것일 수도 있고 어떻게든 보여주고야 말겠다는 욕구일 수도 있겠다. 언젠가는 뭔가 쓰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 반 걸음쯤 앞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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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이 누구에겐 너무 빤하고 뻔해서 지긋지긋하고 저 정도면 준수한 편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무슨 말도 안되는 과대망상같은 이야기냐는 사람 사이. 이 글도 그럴 수 있겠다. 좋은 엄마와 좋은 여자, 나쁜 엄마와 나쁜 여자가 같은 의미가 아닌 것처럼 단정할 순 없겠다. 읽는 내내 너무 알겠고 알겠고 알겠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종종 이러다가 정말 산 채로 썩고 곪아 문드러지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나 정도면 편하고 행복하다고 자위한다. 너무 바라는 사람, 기대치가 저 꼭대기인 사람 같다가도 이렇게나 잘 참는 나를 칭찬하기도 한다. 어느 면만 어떤 부분만 진실이 아닌 모두 진실이고 그래서 괴롭고 그래서 견뎌진다. 그래서 웃고 그래서 울 수 있다. 다들 그렇게 산다. 그저 모두 좀 덜 아프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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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선 충분히 민감하다. 그 부분이 사람을 싸우게 한다. 그 외에도 민감한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것에 민감한 사람들은 끝없이 싸울 수 밖에 없다. 어느 하나도 그냥 지나치기 힘들고 견뎌지지 않고 늘 아프다. 그런데 사실 이유는 하나다.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것. 혹은 사랑하려 하는 것. 그래서 자꾸 생각하고 이해하고 싶어지고 뭐라도 하려든다. 결국 싸우고 만다. 만신창이로 죽을 것 같은데도 싸우고 만다. 그거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싸운다. 고작 그것뿐이라 미안한 마음으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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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는 문장에서 나는 피부가 투명한 사람을 떠올렸다. 존재가 사라지는 사람이 아닌 투명한 겉껍질 때문에 뼈, 핏줄, 근육, 장기, 상처, 생각이 모두 보이는 사람. 피부와 화장 대신 비틀어지고 시뻘겋고 움품꺼진 뼈와 근육의 움직임이 모두 보이는 얼굴을 갖게 되는 것이다. 더러는 징그럽달 수도 있고 더러는 약점을 잡아 공격하려 들 것이다.
나는 싸울 때마다 실금이 생기는 것 같다. 현미경으로도 안보일만큼의 실금이 자잘하게 여기저기 생겨나는 것. 그 실금들로 인해 당장 부서지는 일은 없겠으나 언제고 온 몸이 실금 상태가 되면 아주 작은 충격에도 산산히 바스라질 것 같은 그런 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외투를 걸치고 스카프를 두른다. 조금이라도 충격을 완화해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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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고 이해하며 곱씹다가 비슷해도 역시 다르구나를 3장에서 느낀다. 작가가 생각하는 사랑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너무도 달라 그 전까지의 같음이 놀랍게 느껴진다.

#싸울때마다투명해진다 #은유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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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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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연의 논리엔 크게 두가지 오류가 있다. 자잘한 것들 관점의 차이는 일단 놔두자. 세연의 관점에서 세연의 논리를 반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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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연은 지금 세대를 들어 ‘표백’된 상태라고 한다. 개성의 말살, 다름을 존중되지 않는 사회의 다른 표현이랄 수 있겠다. 자, 그럼- 지금만 그런가?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언제든 그랬다. 언제든 이미 완성된 것처럼 여겨지는 기존의 틀과 젊은 세대는 싸워야 했다. 그들의 싸움은 늘 험난했고 과거의 틀을 따르는 것이 순리로 여겨졌다. 별 사소한 것까지도 그렇다. 시키는대로, 어른들 말씀처럼, 남들 하는대로, 원래 그렇다고 정해진 것들이 얼마나 숭고하고 오래되고 중요한 가치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설명하지 않고 그저 그렇다고 그러니 그대로 따르라는 말은 시대를 막론한다. 지금이 좀 더 그런 것처럼 여겨지는 것은 내 자신이 속한 세대이기 때문이지, 거시적 관점에서 세계 전체를 조망한 것은 아니다. 세계가 완성되었고 우리는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는 것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다들 그 와중에도 움직였고 덕분에 여기에 이른 것이다. 도달해야 할 것들은 널렸고 갈 길이 멀다. 사회와 세계를 보지 못한 것은 세연, 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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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세연은 영웅을 오해하고 있다. 슈퍼 히어로나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이들에 대한 절대적 오해가 있다. 우리가 그들을 영웅이라 천재라 칭하는 것은 그들의 결과만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을 무시해선 안된다. 세연은 무시가 아니라 거의 부정하고 있다. 그들이 지리하고 지난한 과정을 견뎌냈고, 거창한 것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었으며 비난과 조롱과 가난과 좌절과 실패의 결과였음을 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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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서 어떻게 시작되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가.를 잊으면 그럴 수 있다. 역사 속 대부분의 영웅이나 사건은 그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앞 뒤, 양 옆 많은 것들과 싸운 결과이다. 그 싸움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내용이 조금 변하고 성격이 조금 달라질 뿐. 끝나지 않고 완성, 종결은 없다. 세연이 정말 고민하고 갈등해야했던 것은 ‘무엇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 였다. ‘싸울 것이 없으니 나는 할 것이 없다’니 너무도 오만하다. 지나치게 자신만 들여다 본 탓이리라. 지금 세대도 거창하고 대단하고 멋진 것을 할 수 있고 하고 있다. 분명 어렵고 힘든 일이다. 역사 속에 어떤 자취로 남을지 지금 판단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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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가정하고 움직인 이들의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 자리, 그 역할이 사소하다 여기지 말자. 작고 하찮다고 스스로 가능성을 짓밟아놓고 변명하지 말자.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첫번째 지적처럼 원래 기성세대는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고 비판하고 조롱한다. 그것은 그들이 용기가 없어서다. 그들이 용기가 없다고 세상의 모든 용기가 사라졌다고 할 순 없다. 내몰려도 꿋꿋이 간다. 가다가 잘못되면 다시 또 간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재시작의 기회가 늘었다. 안된다는 말이 진실이라고 누가 말했는가. 지나치게 성급했다. 그래도 우리는 변할 수 있고 변하고 싶다. 영웅도 되고 천재도 되고 역사에 흔적도 남기자. 모두 할 수 있다. 싸울 마음만 있다면 가능하다. 설마 겁나서 포기한 건 아니겠지?

#표백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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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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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귤 작가의 책을 읽고 리뷰(라고 불러도 되나?)를 쓸 때마다 생각한다. 작가의 책은 전부 사서 읽어놓고도 매번 생각한다. 나는 이 작가를 왜 좋아하지? 아니 왜 매번 읽고 있지? 몇 번씩? 나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함께 고개를 갸웃거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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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구에게도 빠져서 덕질(이 단어 자체가 내게 어색하다)을 해본 적이 없고, 잘 휘둘리지도 않고, 말랑말랑한 위로를 바란 적도 없으며, 개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글자가 많은 책을 좋아하고, 그림이 주라면 감탄이 나올만한 그림(고양이 그림 제외-)이어야 한다. 도통 농담이나 개그와는 거리가 멀고 가볍고 쾌활한 분위기가 불편하다. 과거에 비해 지금은 아주 밝아졌지만 그래도 나는 대체로 ‘꺄아아’나 ‘어머어머’ 혹은 ‘너무 멋져’, ‘최고야’라는 단어와 친하지 않다. 내 정체성 저 건너편에 존재할 것 같은, 절대 동선이 엮일리 없을 것 같은 작가일 것이다. 그런데 매번 책을 산다. 텀블벅도 신청하고 인스타도 팔로우 한다. 나는 왜 작가의 그림이나 글을 보며 찡하고 짠한 마음이 될까. 나도 모르는 나. 전혀 익숙하지 않은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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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거 다 거기서 거기고. 그 삶을 잘 들여다보는(또는 펼쳐보이는) 사람들의 시선은 나를 환기 시킨다. 아, 그래그래.하고. 그래서 또 그래그래.하며 밑줄을 긋는다. 다 거기서 거긴데 뭐 별다를 것도 없는데도 멀게 여기고 갸웃거린 것은 내 편협함의 증명이다. 내 책장 속 가장 말랑말랑한 표지를 가진 책이다. 마음도 말랑말랑해질 필요가 있다. 엉덩이도 물론이고. 곧 복숭아가 나올텐데. 말랑말랑 말고 아삭아삭이 좋은 나는 언제나 다정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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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리커버 특별판)
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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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존재에 의문을 가진다. 왜 태어났는가. 존재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내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성장에 따라 형태도 성격도 달라진다. 만약 그 존재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끝없이 외부에서 자극한다면 견딜 수 있을까? 존재를 긍정하는 일이 가능할까? 외부의 부정적 자극이 끝없이 이어지는데 외부의 도움 없이는 일상이 쉽지 않다면? 상상조차 괴롭다. 그래서 우리는 막연한 상상으로 극복을 응원하고 때론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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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 약자와 강자로 치환되어선 안된다. 사실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이 책을 통해 아주 조금 엿보았을 뿐 실감한 적이 거의 없다. 약간의 질병,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 정도로 그들의 실상과 비교할 순 없다. ‘오줌권’이라는 단어에서 그들의 비참을 본다. 너무도 당연한 것이 너무나 어려운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과 우리의 차이는 그저 약간의 다름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우리가 각성해야할 부분은 우리도 그 다름의 상황에 놓여질 가능성에서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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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쉽게 생각했다. 너무 안일했고 너무 무관심했다. 장애인의 삶을 단순화 시키고 가능성을 외면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인권을 다르게 생각했다. 얼마간의 편의 문제로 감정적인 문제로 여겼다. 얼마나 편협한가. 얼마나 이기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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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나 장애인을 볼 때, 순간적으로 표정이 변했다. 혐오든 동정이든 그들을 다르게 인식했다. 그러다가 아차, 이러면 안되는데-하고 반성한다. 약간의 낯선 시선에서 불쾌하고 불편해 하면서도 그들을 그렇게 대했다. 제멋대로 구별하고 구분하고 다른 태도를 취했다. 내 태도와 행동이 그들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에 대해선 늘 부족했다. 앞으로도 쉽게 고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의식하고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법과 제도 뿐만이 아닌 우리의 인식도 개선해야만 한다. 얼마나 먼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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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것들을 더 알아야했다. 모르고 오해하고 제멋대로 생각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막막한 기분이다. 그래도 더 알아야겠어서 다시 읽고 밑줄을 긋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할 것을 적어둬야겠다. 한번씩 책장을 넘기며 점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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