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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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치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처럼 과거 미스터리한 일을 함께 겪은 사람들이 10년 만에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끝없이 이어지지만 시작점을 찾을 수 없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같은 이야기.
하나의 세계와 또 하나의 세계가 맞닿은 꿈과 현실 같기도 하고 삶과 죽음 같기도 한 단꿈을 꾸게 될 지 악몽을 꾸게 될 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미스터리!

이렇게 쓰다보니 왠지 띠지의 문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지만 기묘한 이야기예요. 어디선가 들은 것 같지만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는 이야기랄까요? 책을 읽고 나니 구어체로 써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네요.
그러니까 누구나 한 번 쯤은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다며 어떤 이야기를 꺼내게 되지 않나요? 꿈 같은데 너무 생생하고 분명 현실인데 어딘지 멍-해서 도무지 체감되지 않는 그런 이야기 말이예요. 글쎄 이런 일이 있었다니까.하며 조금쯤 흥분하며 얘길 꺼내도 듣는 사람으로썬 무슨 얘긴지 종잡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요. 누구는 농담으로 듣고 누구는 으스스하다며 몸을 떨 수도 있는 거죠. 무엇을 상상하건 자유지만 글쎄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니까요.라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는거죠. 얘기를 할 수록 나조차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 내가 꿈을 꾸거나 착각한 건 아닌지 싶어지는 그런.

색의 대비가 선명하고 이야기에 흡인력이 있는데 역시 이상하고 묘한 구석이 있어서 약간 몸이 붕뜬 기분으로 읽었다. 한여름 읽기 좋은 기담 같지만 어쩐지 내막이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이 작가는 '밤은 짧아-'로 알게 되었지만 사실 이 작품이 처음이다. '밤은 짧아-'는 늘 서점을 뒤지고 다니는 습관 탓에 제목이 너무 익숙해져버린 작품이랄까? 이 글을 읽고 나니 왠지 읽고 싶어져서 찾아봤더니 품절.이라 중고책까지 뒤져 주문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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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군함도 세트 - 전2권
한수산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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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이 작품을 오래 준비해온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여직 일제강점기 35년, 36년이라고 글로 배워서 알고 있었지만 읽다보니 말이 35,6년이지 그 전부터 삶과 생활을 야금야금 빼앗겨온 것을 알겠다.
그 생각은 미처 못했다.
어느날 천지가 개벽하듯 나라를 빼앗기고 그 뒤 뼈아픈 역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전부터 토지를 빼앗기고 일자릴 빼앗기고 이리저리 몰려온 것이다. 먹을 것을 잃고 가족을 잃고 세상천지 의지할 곳 없이 나라마저 잃은 그 마음을 그 삶들을 어찌 가늠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그것을 어찌 기억해야 다시는 그 아픔이 우리에게 오지 않을까. 아픔.이라고 쉽게 말할수도 없는 그 삶들을 우리가 어찌 다 알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빼앗아간 그들이 대대손손 편한 것을 어찌 그냥 두고봐야만 한다는 말인가-
빼앗긴 들에 봄이 왔다고 생각했건만 그 봄이 제 봄이 아니고 꽃샘추위 여전한 채로 60년도 넘어간 것은 아닌가.

"헐벗고 서러운 거야 어디 사라지겠는가. 앙금처럼 가슴 밑바닥에 가라앉았다가 때 없이 팔뚝처럼 솟아오르고 부옇게 들고일어나는 저 억울함을 1-219p"
기약없이 불쑥 솟는 고통과 절망을 분노와 억울함을 어찌 있겠는가. 분노로 견디고 살아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와중에도 사람을 살리는 것은 사랑이라고 작가는 끝없이 말한다.
"봐라, 면면히 흘러가는 거. 세상이 어떻게 요동쳐도 아이들은 태어난다. 아이들은 태어나고 우리네 사는 일도 면면히 흘러간다. 1-264p"
"찻잔에는 푸릇한 바탕에 흐드러지게 핀 모란이 그려져 있었다. 무늬가 아름답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아, 그랬었나. 사람들은 찻잔에 모란무늬도 그리며 살았었나. 갑자기 눈물이 솟구쳐올랐다. 1-463p"
금화의 인생이란 아름다움을 느낄 새도 없이 처절하게 살아내는 것만이 전부였다. 사람 사는 것이 매일반일진데, 왜 이토록 처절해야 했을까. 왜 그럴 수 밖에 없었을까.
"이것이 희망이다. 어깨와 어깨를 부딪치며 손에 손을 움켜잡고 우리가 일어설 때, 이것이 희망이다. 우석은 생각했다. 이렇게 어깨동무를 하고 힘을 모아서 우리는 간다. 수레바퀴처럼 굴러간다. 젊은 조선의 아들들, 푸른 수레바퀴가 되어 우리는 간다. 2-344p"
"산다는 것의 의미도, 믿음도, 가치도 다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그 마지막 그루터기, 그 사랑. 그것이 남아 있기에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제 나는 그 소중함을 안다.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그 사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사람과 사랑이다. 이제 안다. 마지막까지 기대고 부둥켜안아야 하는 것은 사람이며, 사람 사이의 사랑이다. 2-416p"
인간다움을 놓을 수 없어 끝없이 괴롭던 지상은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한다. 자기를 살 게 하는, 누구를 살리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 사이의 사랑임을 작가는 지상의 입을 통해 전하는 것이 아닐까.
"오세요. 당신이 오실 때는 제가 기다리는 때입니다. 제가 기다리기에 당신은 오셔야 합니다. 2-459"
서형이 그토록 기다린 것은 지상이었나. 들의 봄이었나. 빼앗긴 나라였나.

작가는 끝없는 고통과 절망을 말한다. 아니 그것은 작가의 말이 아닌 그 시대를 견뎌낸 모두의 현실일 것이다.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일본에 의탁한 지상의 아버지도, 어쩌다보니 친일파의 자식이 된 지상과 우석도, 자식이 독립군이 되었다는 앓아눕는 서형의 어머니도,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 자박거리며 뛸 때까지 지상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서형도, 행동하고 움직이며 바꾸려는 우석도, 사랑을 너무 늦게 만나 내어줄 것이 하나 없는 금화도, 군함도에서 도망친 지상이나 카메가제 특공대로 나간 아들이나 같다는 에가미 노인도, 군수 개발을 하면서 그래도 전쟁은 아니라고 이래서는 안된다는 나까다도 아프지 않은 사람이 누가있을까. 대체 그들을 그처럼 아프게 한 이가 누구란 말인가. 그토록 사람들을 처참하게 몰아간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역사를 특히 과거를 파헤치는 글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 감정적이어서도 안되고 너무 적나라해서도 안되지만 그 당시를 절절하게 전해야만 하는 것이다. 작가는 사건과 상황을 전달하면서도 그 속의 삶을 얘기하고 있다. 그들 모두 각자의 삶, 그 모두가 소중하고 그 모두를 품어안는다. 우리가 기억해야할 것은 잊고 잃은 역사의 현장 뿐이 아니라 그 속의 사람들이 아닐까.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는 그 절망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낸 사람들을 기억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를 살아낼 우리를 위해서도 잊지 않고 기억해야한다. 전쟁이 준 참상과 무수한 죽음과 절망을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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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흥상사 (은행나무X) - 2017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개봉열독 X시리즈
박유경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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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이야기인지- 충분히 잔인하고 추악하고 역겨운 현실이지만 이렇게 뒤틀린 이야기를 읽으면 그저 장르소설, 호러물이라는 이미지를 넘어서 신경이 곤두선다. 꼬박 두시간 12시 34분부터 2시 29분까지 읽었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할 일이 많아서 딱 한시간만 읽겠다고 펼쳤는데 시간을 볼 틈도 없었다. 일그러지고 뒤틀린 것은 매력적인 것인지 그 와중에도 안도할 수 있는 결말을 원한건지 나로서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그로테스크함은 한국의 현대미술과도 닮아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잔인하고 추악한 상상의 산물이 아닌 지독한 현실반영일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해주길 바라는 마음. 동화 속 처럼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니라도 그래도 최소한의 인간다움이 선에 닿아있다고 믿고 싶다.

어쩔 수 없는 조건들은 원망하지 않고 되돌아보지도 않고 싶었다. 이제 그만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며 허허거릴 수 있는 세계 속에서 살고 싶었다. 130p

인간의 오만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니 그것은 실제적인 확고한 믿음이 아니라 믿고 싶은 믿어야한다는 강박과도 같은 게 아닐까? 인간은 자신도차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 본능이니 욕구니 하는 것들을 말하지 않아도아주 사소한 것에 지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한다. 우위에 선 척, 나만은 안전하고 괜찮은 척, 타인과 나를 등급으로 나눠 구별하고 그것이 자신감이나 자존감인냥 포장한다. 우스운 연극일 뿐이다. 사실 진짜 자존감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자존감이나 자신감은 상대적으로 우월해서가 아닌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받아들이는 것에 있는 게 아닐까? 굳이 누굴 끌어내리고 무릎 꿇리고 깔아뭉개지 않아도 충분하다. 인간의 오만은 끝이 없지만 대부분 추악한 결말로 이어진다.

여하간에 무섭고 끔직한 이야기다. 그것이 너무 생생하다면 작가의 글솜씨가 훌륭한 것인지- 세상이 참담한 것인지- 내 머릿속이 컴컴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머리털이 곤두서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최근의 책들 중에는 최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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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 앵두 - 다자이오사무 단편집 루켓유어셀프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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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는 말을 똑바로 털어낼 수 있는 인간은 홧술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는다. 앵두,13p
- 어쩌자고 덜컥 준비도 없이 부모가 되어서 어제도 오늘도 말한 것을 후회했다가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가, 두 김씨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균형을 잡겠다고 안달복달한다. 그러면서 나도 좀 크고 있구나 싶은 것이 천만다행이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냥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홍역을 치르는 것과도 같은 것이라는 말인가. 그렇지만 홍역을 앓다 죽은 사람도 있고, 홍역을 치르다 눈이 찌부러지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여학생,68p
- 이랬다가 저랬다가 사춘기소녀같은 마음은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된다하여 크게 달라지지도 않더라. 어떤 부분은 더 애같아 지기도 하고 고집만 세지기도 한다. 어릴 적에는 어른이 대단하게만 보이더니만 자라면서 보니 별반 다를 것이 없고. 아이고 어른이고 간에 저마다 고민이 있고 무게가 있고 그렇더라. 상대적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님에도 왜 현재는 과거나 미래보다 늘 못나보이는 것인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나는 지금이 전보다 마냥이 눈꼽만큼 더 낫다.

- 다자이 오사무를 몇 권 읽다가 그가 2차 대전 당시의 사람인 것에 새삼 놀란다. 거기도 여기도 사는 것은 매일반이고 세상 돌아가는 것과 상관없이 각자에겐 각자의 마음이 있구나 싶어진다.
- 볼군은 일본음악(주로 애니 ost)를 좋아하는데, 그 사실이 조금 불편한 모양이다. 일본의 다양한 면을 좋아할 수는 있겠으나 우리와 일본의 역사적 관계와 그 속의 비극을 잊어선 안된다. 일부 우익, 정치세력의 태도라도 그 사이엔 청산되어야할 과거의 아픔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고 가르쳐왔다. 그러면서 건담 등의 일본 애니나 영화도 같이보고 찾아서 보여주기도 하고, 다양한 일본을 함께 접하고 있다. 볼군 입장에선 약간의 혼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도 그렇다. 하지만 잘한 것은 잘한 것, 못한 것은 못한 것. 국가가 책임져야할 부분과 개인과 사회의 교류는 분명 구분되어야 한다. 그것은 비단 한일관계 뿐이 아니다. 일본은- 어떻더라. 여자는- 어떻더라. 노인은- 어떻더라. 남자는- 어떻더라.는 일반론에 불과하다. 잘 살펴보면 대다수가 그렇지 않다. 언론의 조작과 세뇌이기도 하고. 장점보다 단점을 더 쉽게 발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보편적으로 어떤 부분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결코 모두,전부를 말할 수는 없기에 매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 스스로도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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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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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걸 먼저 읽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1/2쯤 읽고 난 후 작가가 분명 여자한테 당한 적이 있어!라는 합리적 의심과 추정을 하게 되었다. '죽여-'와 '아낌없이-'에서 남자를 이용하는 교활한 미모의 여자와 그 여자들에게 반하고 이용당하는 멍청한 남자들이 등장한다. 두 책의 주제가 '멍청한 남자들이여, 여자의 미모에 농락당하지 말라'가 아닐까 싶어진다.
2. 작가의 여성취향 중 하나는 의자에 기대듯이 앉아 양다리를 모아 한쪽으로 올리는 자세.가 분명하다. 두 책 모두에 묘사된 여주인공의 자세다. 미스테리한 여자들에 대한 모종의 판타지가 있는 게 분명하다.
3. 어쩐지 도리언 그레이가 생각났는데(전혀 관련이 없고, 연상된 이유를 모르겠다-), 과거 소설에서 순진하고 어리석은 여자들이 마성의 남자에게 당하는 이야기에서 이제는 이런 인물상으로 변화 중인가 싶어진다. 소설 속에서 시대적 인물상의 변화를 찾는 것도 즐겁다. 이 책에선 화자가 여럿이지만 여주인공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그런 부분에서 '아낌없이-'보다 매력적이다. 개인적인 선호도지만- 치밀하고 계산쪽인 인물의 서사와 당하는 입장의 서사는 분명 차이가 있다.
4. 역자는 '죽여마땅한'과 '죽어마땅한'에 대해 언급한다. 살인자의 정체성과 능동성. 우리는 쉽게 '죽어도 싸다'고 말하지만 실제적인 살의를 느끼고 그것을 계획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살의- 그것은 극단적인 혐오, 증오를 담고 있을텐데 언젠가부터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은 살의를 품고 살아가는 것 같아 두렵다.
5. 정의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죽어마땅한 사람들이 있더라도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사람들은 언제쯤 경각심을 갖고 두려워할까. 그런 사람과 그런 사회가 바로 곁에 있음을 언제 인지하게 될까? 숨고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손톱이나 눈꼽의 크기라도 변해야한다는 것을 언제쯤 받아들일까? 이상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염세주의자일 수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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