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흥상사 (은행나무X) - 2017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개봉열독 X시리즈
박유경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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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이야기인지- 충분히 잔인하고 추악하고 역겨운 현실이지만 이렇게 뒤틀린 이야기를 읽으면 그저 장르소설, 호러물이라는 이미지를 넘어서 신경이 곤두선다. 꼬박 두시간 12시 34분부터 2시 29분까지 읽었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할 일이 많아서 딱 한시간만 읽겠다고 펼쳤는데 시간을 볼 틈도 없었다. 일그러지고 뒤틀린 것은 매력적인 것인지 그 와중에도 안도할 수 있는 결말을 원한건지 나로서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그로테스크함은 한국의 현대미술과도 닮아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잔인하고 추악한 상상의 산물이 아닌 지독한 현실반영일 수도 있겠다 싶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해주길 바라는 마음. 동화 속 처럼 나쁜 사람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그 후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니라도 그래도 최소한의 인간다움이 선에 닿아있다고 믿고 싶다.

어쩔 수 없는 조건들은 원망하지 않고 되돌아보지도 않고 싶었다. 이제 그만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다며 허허거릴 수 있는 세계 속에서 살고 싶었다. 130p

인간의 오만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니 그것은 실제적인 확고한 믿음이 아니라 믿고 싶은 믿어야한다는 강박과도 같은 게 아닐까? 인간은 자신도차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 본능이니 욕구니 하는 것들을 말하지 않아도아주 사소한 것에 지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한다. 우위에 선 척, 나만은 안전하고 괜찮은 척, 타인과 나를 등급으로 나눠 구별하고 그것이 자신감이나 자존감인냥 포장한다. 우스운 연극일 뿐이다. 사실 진짜 자존감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자존감이나 자신감은 상대적으로 우월해서가 아닌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받아들이는 것에 있는 게 아닐까? 굳이 누굴 끌어내리고 무릎 꿇리고 깔아뭉개지 않아도 충분하다. 인간의 오만은 끝이 없지만 대부분 추악한 결말로 이어진다.

여하간에 무섭고 끔직한 이야기다. 그것이 너무 생생하다면 작가의 글솜씨가 훌륭한 것인지- 세상이 참담한 것인지- 내 머릿속이 컴컴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머리털이 곤두서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최근의 책들 중에는 최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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