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수록 정신이 아득해진다.
결국 ‘구네 니코라이’는 뭐였을까?
‘미에루’는?
‘이치카’랑 그 꽃은 뭘까?


상당히 많은 복선과 열린 결말로 독자에게 의문을 주고 각자의 상상에 따라 다양한 결론을 낼 수 있을 작품이었고, 나는 여전히 상상 중이다.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바바 요시유키에게는 장녀 사쿠라코와 세 아들 유이치, 유지, 유조가 있다.
처음 시작되는 [결산의 관]은 시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어머니 ‘기미코’를 모시게 되며 생기는 고부 갈등에 관한 이야기인데 모르쇠를 유지하는 남편 유이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대화하며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는 딸 이치카가 등장한다.

더 이상의 갈등을 참지 못하고 기미코에 큰소리치고 나온 카페에서 아름다운 남자 ‘구네 니코라이’를 만나고 이 남자는 매번 등장하며 각 챕터의 주인공에게 어떤 선물을 준다.


목차대로 각각 관, 상자, 항아리, 돌, 황금잔 그리고 재능을 선물하는데 주인공들 모두 바바 요시유키의 가족이다.


모든 떡밥들이 떨어지고 마지막 [무결의 인간]에서는 의문의 남자가 나타나며 발생하는 가족들의 행동과 선택이 뇌 과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결국 그들이 정신 질환이 있었는지 아니면 실제로 의문의 남자가 존재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또 장남 유이치가 의사 ‘시호 고노스케’에게 보내는 편지들을 통해 앞선 이야기를 정리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오고 이름도 다들 비슷해서 중간에는 헷갈려서 메모를 하며 읽다 보니 훨씬 이해가 잘 되었다.


구네는 누구이고 미에루가 그렇게 중요했는지, 이치카가 가진 능력이 무슨 의미였는지, 그리고 [천부의 재능]에서 충격적으로 마무리되는 장면이 대체 어떤 의미였는지 여전히 생각 중이지만 목차를 지나갈수록 스토리는 탄력을 받고 목차끼리 상당히 연계되어 있어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다시 한번 소름 돋는 [천부의 재능] 결말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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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키스의 말 - 2024 제18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배수아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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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장례 세일>을 읽고 어쩌면 내가 저 상황이었어도 그랬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상당히 냉혈한에 배은망덕한 자식처럼 보이지만 직접적인 간병은 아니더라도 오래 그 상황을 겪어본 입장으로, 가족의 죽음을 몇 년간 상상하고 겪다 보니 생각보다 죽음은 덤덤했다.
그렇다고 안 보고 싶고 안 그립고 안 슬프고 그런 건 전혀 아니지만, 갑자기 가족을 잃은 슬픔과는 다르다는 것.
가장인 ’현수‘의 입장과 그의 상황들을 고려하고 읽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또 인상 깊었던 건 <허리케인 나이트>
누구나 겪었을 ’불편한 관계‘의 이유 중 하나인 빈부격차를 이야기한 작품인데 생각보다 너무 공감됐다.
나도 대학 때 이런 친구가 있었는데 (그렇다고 너무 차이 난 건 아니지만 대학 때 자기 차가 있었음 말 다 했지) 사실 그 친구가 티를 내고 다녔다거나 깔보거나 눈치를 준 건 아니지만 내가 느낀 괜한 자격지심..

같이 여행 간 에피소드에서 자연스러운 리드와 리드당함, 뭔지 알 것 같다.



당선작인 <바우키스의 말>은 상당히 난해했다. 아 작가님,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달걀과 닭> 번역하셨군요? 쩝...
아직 내 독서력을 더 늘려야 되구나, 심사평을 읽어도 어려운 의식의 흐름 같은 작품이라, 언젠가 배수아 작가님 작품, 가장 쉬운 걸로 다시 도전해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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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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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두 나라로 나뉘었다?
요원들은 24시간 모든 사생활이 감시되지만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연방공화국, 신권정치로 12사도가 이끌며 기독교 교리를 믿으며 나라가 정해준 결혼 대상, 혼전 성생활 금지 등 이를 어길 시 공개 화형을 하는 공화국 연맹

극단적으로 나뉜 두 나라, 과연 어느 쪽에서 살 것인가?


주인공 샘 스텐글은 연방공화국 정보국 요원으로 어느 날 공화국 연맹 요원이 자신을 암살하려 한다며 밤대로 생포 작전을 부여받는데 그 대상은 평생을 모르고 지냈던 이복동생의 존재이다.

공화국 연맹과 연방공화국의 국경 사이 존재하는 중립지대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나라들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



누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스텐글의 생활을 보면서 미치지 않고 살아가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다. 24시간 자신의 행동을 감시하고 대화를 들을 수 있는데, 심지어 성생활까지 중계된다는데 이게 사는 것인가?


진짜 진지하게 두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하란다 면 차라리 공화국 연맹이 괜찮을지도.. 결혼 상대를 정해준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지만 이 책을 보니 몰래 외도하는 것도 가능한 듯싶다. 그리고 감시보다 훨씬 낫다.


스텐글의 숨 막히는 잠복 작전과 내 믿음을 저버리는 마지막 반전까지! 작품 중간 약간 지루한 부분도 있었지만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은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며 읽었다. 마무리도 살짝 아쉬웠지만 상상으로만 하던 콘셉트들을 글로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트럼프가 당선되기 전부터 읽었는데 당선된 후 읽으니 재밌네,ㅎㅎ (작가님 괜찮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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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린다 러틀리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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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소년과 동물의 교감은 놓칠 수 없는 감동이 있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한 놀라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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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린다 러틀리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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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기, 텍사스에서 부는 먼지폭풍에 부모님과 동생을 잃은 주인공 우드로 윌슨 니켈 일명 ‘우디’는 고향 텍사스주 팬핸들을 떠난 어느날 ‘그레이트 허리케인’을 만나며 정착한 그의 삶이 또다시 무너진다.

한편 허리케인을 이겨낸 두 기린 ‘걸’과 ‘보이’를 만난 우디는 그들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동물원으로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린이 탄 트럭을 쫓기 시작한다. 정말 우연한 계기와 우디의 끈질김으로 트럭 운전수가 되면서 우디와 존수 영감의 여행이 시작된다.




솔직히 중간에 우디가 저지르는 멍청한 실수들이 너무 많아서 답답했다. 그런데 존스 영감의 말처럼 나는 우디처럼 가족을 잃어본 적도, 더스트볼을 경험한 적도 그리고 우디만큼 가난한 적이 없기 때문에 그가 그 유혹들에 넘어가는 걸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어거스터, 그녀를 용인해주는 우디의 어리석음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이해하는 존스 영감이 있었기에 나이 듦이 무엇이고 누군가보다 더 많은 경험이 다양한 이해와 포용을 불러온다는 걸 알았다.



이 책은 정말 많은 고난과 시행착오가 나온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거의 대부분이 기린을 트럭에 태우고 동물원에 가는 내용이니 얼마나 다사다난한 일들이 있겠는가. 거기에 우디가 제공하는 실수들도 어마무시하지만 그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존스 영감이 있다.

그리고 전에 읽었던 <사방에 부는 바람>이 한 몫했다. ‘더스트볼’을 겪은 텍사스 사람들의 고통은 언급한 <사방에 부는 바람>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이 겪은 이별의 고통과 가난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었고 우디가 그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니 그의 실수들도 이해된다.


이 책의 내용은 우디가 겪은 고통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아서 대부분의 독자들이 나와 같이 우디를 답답해했겠지만 미국의 모래 폭풍에 관한 내용을 아는 독자라면 우디의 행동도 이해할 듯.

그리고 좁은 트럭에서 최선을 다해 어려운 여행을 이겨내준 기린들이 대견하고 우디가 기린에게 느낀 감정들도 같이 느꼈다. 항상 느끼지만 동물과 인간에 관한 내용은 언제라도 좋은 듯.
추운 겨울, 따뜻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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