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의 의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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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청소기에 격려를 보내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표제작인 <안녕의 의식>을 썼다는 작가가 30년 작가 생활 중 선보인 첫 SF소설집이다.
특히 사회적 문제가 고스라히 담겼고 비판도 은근히 들어간 작품이 보여 속시원히 읽을 수 있었다.


총 8편의 단편이 들어간 작품집은 SF라는 커다란 틀안에서 다양한 장르를 담고있다.

자판기에서 수상한 음료를 뽑으니 미래로온 10대를 만난 이야기부터 외계인의 출현, 로봇을 가족으로 생각하게 되는 시대가 도래하는 설정, 학대받은 아이와 그 부모를 위해 생겨난 ‘마더법’ 등 근본적인 sf설정부터 근미래 상황, 우리가 상상만하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 첫 번째로 실린 <엄마의 법률>은 학대 받은 피해 아이뿐만 아니라 학대를 가한 가해 부모까지 구제한다는 틀에서 있을법한 이야기로 읽혔다. 만약 현실에 적응시키고자 한다면 가해 부모가 아이와 분리되어 다시한번 기회를 얻는다면 애초에 가정 폭력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싶다. 여하튼, 접근 자체는 좋았다.

마지막 단편인 <보안관의 내일>은 죽은 자의 인격 모듈을 주입한 인공지능들과 마을을 이루어 살아가는 보안관에 관한 내용으로 배경과 세세한 스토리만 바뀌지 큰 틀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 어떤 수수께기를 풀어가는 이야기이다. 가상게임, 가상현실을 생각나게했던 이 작품도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결과에 불과했지만 깨닫는 것은 많았다. (자세한 것은 스포가 될 수…)


일본 미스테리, 추리 소설에서 엄청난 작품을 쏟아낸 작가이지만 내가 저자의 작품을 읽은 건 2019년 <용은 잠들다>이후 처음이다. 추리 소설 자체를 읽기 그만 둔 시기이고 특히 일본 소설의 문체(?)에 실망하고 있던 터였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실망감은 없었다.
이태까지 써온 작품과 전혀 다른 방향성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마무리가 인상적이였으며 다양한 장르가 섞여있어 더욱 좋았다.

성공한 작가라면 본인이 잘하는 장르로 안정감있는 작품을 써서 대중에게 인정받을텐데 이런 모험적인 시도를 한 저자의 열정이 대단하다.
저자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에게도 선물같은 작픔이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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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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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sf의 현재. 하드 sf보다 훨씬 편안하고 거부감없이 세련된 느낌이다. 감정적이 부분이 좋았고 문장도 너무 아름다웠다. 읽을수록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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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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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공(空)이다. 존재에는 실재가 없다. 그러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 실재하지 않기에 모든 것이 일어날 수 있고, 깨닫지 못한 이들이 그것을 기적이라 부를 뿐이다.”


아름다운 문장이 정말 많다. 저자의 작품을 처음 읽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상이었다. <천개의 파랑>을 읽고나서 왜 미디어와 인플루언서들이 그녀를 찬양하는지 알지 못했고 다시는 볼 일 없겠다고 믿었다.
이 작품을 읽고 ‘내가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구나‘ 생각했다. 2년 전 나는 자극적 스토리만 찾았는데 지금은 한글의 아름다움이 좋다.

최근 다시 한국문학이 좋아졌다. 번역된 작품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숨 쉬지 않고 길게 내지른 문장도, 짧게 여러번 호흡하는 문장도 작가와 같은 호흡으로 내쉴 수 있어서 좋아진 것 같다. ’정서가 맞다.‘

작품을 읽으면서 요즘 sf의 결이 많이 달라졌다고 다시한번 느낀다. 몇년 전 내가 좋아하던 sf는 공감과 감정을 호소하지 않았다. 현실과는 전혀 다른 ’완전 미래‘ 이야기를 쫓았고 나도 동감하고 열광했다. 요즘 그런 이야기엔 지쳐버렸다. 현실과 다른 설정이지만 등장인물들간의 섬세한 감정이 너무 좋아졌다.

<노랜드>가 그랬다.
눈이 피로할 정도로 독서를 하게하는 이유였다. 미래지향적 설정에서 인물들 각각의 사연이 여운을 남긴다. 전혀 다른 장르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짧은 단편으로 눈의 피로를 풀어줬다.

이 책은 21년 저자가 청탁받은 원고를 엮어모은 작품으로 다양한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이 많으니 구매전에 참고하시길. 책을 사고 보니 읽었던 작품이 여러개면 속상했겠지만 다행히 1편 빼고 처음보는 작품이었다. 다행이지뭐, ㅎㅎ

한국 sf의 현재를 읽은 느낌인데 시간이 지나서 리뷰를 하려니 더 좋았던 것 같다. 거부감있는 완전 새로운 세계가 아니라서… 편안하고 따뜻했던 기분이 좋았다.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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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던 나날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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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외면하지 않은 것 자체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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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참던 나날
리디아 유크나비치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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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꼭 이해해야 한다. 망가진 사람들은 항상 네, 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거나 바로 앞에 대단한 것이 있어도 그것을 선택하지 못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학대하는 아버지, 방치하는 어머니 어린 저자를 두고 살기위해 집을 나가버린 언니. 저자는 폭력과 방치를 버티고 살아남은 생존자다. 수치심을 지고사는 여자, 꿈을 저버리고 마약과 섹스로 도망친 여자, 죽은거나 마찬가지였던 여자.

저자의 학대는 많은 것을 건너뛴 것 같다. 표현과 묘사가 직설적이지 않고 감정은 의식의 흐름을 흐르는 것 같이 썼지만 저자에겐 끔찍한 고통이였음을.. 우리가 알고싶지 않지만 알 것 같은 학대의 경험을 한 것 같다.

스스로를 죽였다. 좋은 성적의 수영선수였던 저자는 아버지의 학대로 시들해졌고 술과 마약에 찌들었다. 어떻게든 집을 탈출하고 장학금을 받아 대학교에서도 수영을 이어갔지만 상처는 저자를 놓아주지 않았다. 여자와 남자, 몇 번이고 자기 몸을 그들에게 내주었고 그러면서 자기자신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책은 뒤죽박죽이다. 시간의 흐름과 사건의 순서에 따라 전개되지 않는다. 그래서 중간에 포기할까 싶었지만 이렇게 자신을 놓아버린 저자가 어떻게 붙들고 작가가 되었는지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다.
‘글쓰기’와 새로운 ‘가족’. 특히 글쓰기가 저자에게 많은 힘이 되어준 것 같다.
책 대부분은 술과 마약과 섹스에 관한 내용이라 집중하기 힘들었으나 이렇게 적나라한 고백을 한 저자의 용기가 대단하다.


“아버지의 분노, 그의 존재가 마음대로 내 목소리와 손에, 내 살결 에 침입했다.”

“물속에 들어갈 때는, 책에 빠져들 때처럼, 삶을 땅에 버려두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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