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엔딩 크레딧》
/ 《本のエンドロール》(講談社, 2018)
안도 유스케安藤 祐介(1977~) 지음/이규원 옮김, 137×197×25mm 520쪽 601g, 북스피어 펴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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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쇄 회사는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物の造り이다.‘
인쇄소 영업 사원인 우라모토浦本가 회사설명회에서 취업준비생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이 몰고 올 파장은 컸으나 오백이십 쪽 이야기를 맺으며 인정받는 과정을 그린 직장인 샐러리맨 성장기이다.
옮긴이는 ‘모노즈쿠리‘를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드는 것, 혹은 그 장인‘이라고 주석을 달아 설명했다. 일본 산업의 진수를 이룬 정신이다. 인쇄소가 생산한 대표 제품인 책이다. 이런 생산품의 목차 중 글자 하나가 오식임을 제본 후에 발견한 사건을 두고 자책하는 모습에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상상만 해도 면목 없고 한스러웠다. 책의 탄생은 저자와 편집자, 여러 방면에 걸친 수많은 관계자 에게 두루 축복받는 일이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세상에 나오는 책은 애초에 있어서는 안 된다.˝ 일본은 이런 정신이 점점 무너져 가는 나라이다.
2.
도요즈미 비블리오 배틀은 원하는 이가 점심 시간에 휴게실에서 부정기로 여는 추천도서 발표 모임이다. 누가 시켜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회사가 지원하는 모임도 아닌 말 그대로 자생 모임이다. 각자 추천할 책을 가져와 발표하고 투표한다. 책 만드는, 남이 말하기로는 책 인쇄하는 회사에서 책 사랑하는 이가 모여 서로 권하는 아름다운 모임이다. 참가자들은 이 모임에서만큼은 ‘책이 팔리지 않는 세상‘이라는 바깥 현실을 잊고 집중한다. 자기 일, 천직을 살고 있다.
3.
책은 필수품이다. 과장하는 것도 과대평가도 아닌 것이, 동일본대지진 때 대피소에서 생활하던 이재민들은 음식이나 옷 이외에도 책을 원했다고 한다. 지진으로 무너진 서점에서 책상자를 보내자 많은 피난민이 좋아했고 금세 동이 났다고 한다. 책은 ‘불급할지언정 불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에는 어땠을까? 한국 사회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인터넷이 끊어진다면 책을 볼까? 책이 바이러스를 없앨 수는 없지만 책을 필요로 하는 이가 분명히 있다.
4.
이 필수품을 만드는 자가 누구인가. 지은이만인가. 편집자만인가. 출판사만인가. 아니다. 손을 거쳐간 모든 이다. 이 모든 이의 기록이 간기 또는 판권면에 빼곡히 들어서야 한다. 가끔 사전에 펀딩을 해서 발간하는 책처럼 그 이름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 엔딩 크레딧도 엄연히 상영 시간 안에 들어가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는 마지막까지 보면서 많은 이에게 경의를 표한다.
5.
한국에서 쓰는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용어(영어 End credits/Closing credits)를 일본에서는 ‘엔드 롤エンドロール‘이라고 하나보다. 돌돌돌 롤롤롤 올라가는 검은 바탕의 위대한 이름들이여! 주인공 우라모토도 엔딩 크레딧으로 보자면 숨은 이름이다.
연공서열, 정년퇴직, 가정보다 회사, 회사는 가족도, 평생직장의 시대는 가고, 점심 도시락 등등. 전형적인 일본식 사고와 가치관을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드라마 영화로 나오지 않으려나 기대한다.
6.
ㅡ가끔 띄는 무리한 번역표현 중 두 개만 고른다면.
˝컵라면에 포트의 열탕을 부어서•••˝(390쪽 위에서 10줄)
˝•••신비한 오라를 발하고 있었다.˝(418쪽 위에서 6줄)

ㅡ오식
˝1연(1천 매)만으로도˝ 는 ˝1연(오백 매)만으로도˝ (24쪽 위에서 12줄)

#책의엔딩크레딧 #本のエンドロール #고단샤 #講談社 #안도_유스케 #安藤祐介 #이규원 #북스피어 #일본직장소설 #책을만드는이 #우라모토 #浦本 #도요즈미인쇄 #豊澄印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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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우라모토는 평대에 진열된 나가시노의 바람을 한 권 집어 들고 망설임 없이 맨 마지막 페이지를 폈다.
저자 약력 아래에 이 책의 제작에 관여한 업체들이 죽 기록되어 있다.
▪︎펴낸곳 주식회사 분유칸
▪︎인쇄 도요즈미인쇄 주식회사
▪︎제본 주식회사 호코쿠샤
판권은 책의 엔딩 크레딧이다. 제작에 관여한 모든 이의 이름을 실을 수는 없지만 ‘도요즈미인쇄주식회사‘ 너머에는 노즈에나 지로 씨, 후쿠하라, 우라모토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종이 구입처를 알아봐 준 게이단샤 업무부의 요네무라 신코나 기후의 이나바야마지업 사람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주식회사 분유칸 너머에는 편집자 아마쿠사 게이고의 이름도 새겨져 있는 것이다.
아마쿠사가 실종된 탓에 우라모토가 뒷감당하느라 고생했다. 아마쿠사에게 원망과 분노가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유감스럽다는 심정이 앞선다.
‘축배를 들자고 약속했던 그날의 주점을 기억한다. 우라모토는 그날 이것이 바로 모노즈쿠리라는 실감을 새파란 신입 편집자와 공유했었다.ㅡ˝
-181~182쪽- 2장 <나가시노의 바람>

˝ㅡ그렇게 말하고 모리타는 아하하 웃었다.
˝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책이 팔렸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책을 위해 한몫 거들고 싶어요.˝
한몫 거든다. 그 말이 우라모토의 가슴에 꽂혔다.
˝제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책들이 매장에서 독자에게 한 권이라도 더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본받고 싶군요. 제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보다 나은 책을 만드는 거겠죠.˝
우라모토는 ‘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모리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라모토 씨와 이야기하다 보면 인쇄하는 사람, 제본하는 사람도 있었지 하는 실감이 듭니다.˝
책을 쓰는 사람, 기획하는 사람, 제작하는 사람, 배본하는 사람, 그리고 파는 사람이 있다. 평소에는 서로 교류가 없지만 우라모토의 일과 모리타의 일은 하나의 길로 이어져 있다. 그것을 실감하고 든든함을 느꼈다. ㅡ˝
-253~254쪽- 3장 <페이퍼백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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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고 나서 문단 둘 고르기
一本の本読んでから、二つの段落を選択する。
Leggi un libro e scegli due paragrafi.
Leer un libro y elegir dos párrafos.
Read one book and choose two paragraphs.
#책 #독서 #書冊 #冊 #圖書 #図書 #本 #libro #liber #βιβλίο #book #reading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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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프롤로그
<1장> 슬로우 스타터
<2장> 나가시노의 바람
ㅡ 장정
<3장> 페이퍼백 라이터
ㅡ 디지털제본시스템
<4장> 사이버 드러그
ㅡ 전자책
<5장> 책의 보물상자
에필로그
특별 단편 <책은 필수품>
편집자 후기


第一章『スロウスタート』 ――早く刷れ!
第二章『長篠の風』 ――美しく刷れ!
第三章『ペーパーバック・ライター』―― 安く刷れ!
第四章『サイバー・ドラッグ』 ――電子も作れ!
第五章『本の宝箱』 ――本を造れ!




등장 인물

1. 도요즈미인쇄豊澄印刷(株)
ㅡ분교 구 오토와에 있는 본사, 유서 깊은 출판사 게이단샤의 관련 회사
▪︎우라모토 마나부浦本学(남, 32): ‘가쿠짱‘, 영업2부(문예서) 영업사원, 중도입사 경력 3년차, 주인공, 전자책총괄영업담당<4장>
▪︎가카자키 유카리(여): 우라모토의 약혼자
▪︎나카이도中井戸 고지(남, 39): 영업2부 톱영업사원, 경력 17년차
▪︎히로노 마이(여): 인사부 채용담당
▪︎고세키 요시히로(남): ‘부처님 고세키‘, 생산관리부팀장
▪︎기미요(여, 60): 서무 아르바이트
▪︎시라오카 에리코(여): 제작부 서적팀리더, 데이터제작 총괄 <4장>
▪︎후쿠하라 에미福原笑美(여): ‘에미린‘, 제작부 DTP;Data Top Publishing 조작자
▪︎모리 노부히사毛利: 영업2부 부장
▪︎노노미야: 영업1부(만화) 부장
▪︎후리하와: 전자책제작부장<4장>
▪︎다키야마(여): 제작부 DTP;Data Top Publishing 조작자<4장>
▪︎우스타 히나타: 디자인파트 ‘투모로게이트디자인‘ 북디자이너

2. 도요즈미인쇄豊澄印刷(株) 사이타마 후지미노 공장
▪︎노즈에 마사요시野末正義(남, 32): ‘미스터 꿍‘, 인쇄제조부 계장, 입사 11년차, 현장총괄, 5호기 기장
▪︎사오리(여): 노즈에의 부인
▪︎고타(남):노즈에와 사오리의 쌍둥이 아들
▪︎요타(남):노즈에와 사오리의 쌍둥이 아들
▪︎하루카와 도시아키(남, 27): 사오리의 남자 동생, 노즈에의 처남
▪︎시바타(남): 1호기 기장
▪︎다카노(남): 신입, 래퍼가 꿈
▪︎요시자키 지로(남, 58): ‘印刷のジロさん‘별색 제작기술자, 근속 40년
▪︎사토(남, 25): 4년차
▪︎야마기타 규(남): 잉크젯 디지털 윤전인쇄 디지털제본시스템DCN5953 ‘데쿠노‘ 담당<3장>

게이단샤慶談社
ㅡ 분교 구 오토와 거리에서 고코쿠지 쪽으로 2분 걷기에 있는 출판사,
▪︎오쿠다이라 쇼(남, 30): ‘오만방자‘, 문예편집부, 젊은 편집자
▪︎요네무라 신코(여): 업무부 문예담당
▪︎오다 겐토: 신참 편집자
▪︎무라세 미호(여): 모로미자와 류이치 담당 신입편집자 <4장>
▪︎오카베: 문고본출판부<4장>
▪︎하루하라: 문예출판부장<4장>
▪︎와타나베: 고참 편집자, 시대소설 <5장>

호코쿠샤
ㅡ 이타바 시에 있는 제본소
▪︎이모리 다이스케: 젊은 사장

월드인쇄大手印刷会社
ㅡ 경쟁사, 우라모토의 전 직장

하쿠라이도箔来堂
ㅡ 박인쇄 70년 노포

(주)분유칸
ㅡ 20년 전에 창립한 신흥 출판사, 픽션 논픽션 두루 화제작 양산, 기획력 영업력으로 빠르게 성장
▪︎아마쿠사 게이고(남, 22): 입사 2년차 편집자 <2장>. 후에 중개상 데이토출판판매(주) ‘데이한‘ 서적구매부로 이직 <5장>
▪︎스즈키(남): 선배 편집자


미카와야서점
▪︎모리타 가즈요(여, 중년): 문예서담당 <2장>, <3장>,<4장>

그 밖
▪︎후치타 시게루: 저자, 등단 십주년 기념작 《슬로우 스타터》<1장>
▪︎구사카 도요노부: 1980년대부터, 역사소설가 《나가시노의 바람》<2장>
▪︎고구레 요이치(남): 북디자인 명장 <2장>
▪︎소가베 슌(남, 29): 신인 미스터리 작가 <3장>
▪︎모로미자와 류이치流一(남, 50대): 베스트셀러 작가, 전자책 응원모임 조직 <4장>
▪︎이치조 사치코(여): 베스트셀러 작가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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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원제: 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1866)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81) 지음/김연경(1975~) 옮김, 세계문학전집 284•285권, 132×225×25mm 1권 512쪽 557g • 2권 536쪽 579g, 민음사, 1판 8•7쇄 2014(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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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동기는 가난이며 사회의 책임이기에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작가 말대로 범죄의 사회 심리 보고서로 범죄와 속죄 사이에서 대립하는 내면 묘사

스물세 살 청년 라스콜니코프가 처한 형편과 상황을 1부 7장 중 여섯 장(1~6장)에서 심란한 내면의 심리를 변호하고 마지막 7장에서 실행한다. 범죄자는 나머지 다섯 부(2~6부)와 에필로그의 긴 부분 동안 스스로를 감금하다가 자수하여 감금을 당한다. 파스카를 넘는 과정일 수 있는데 회개는 없다. 지금은 기대하지 못할 속편에서나 볼 수 있었을까. 아니면 읽는이의 몫으로 남긴 것일까? 분명히 복음서가 전편을 관통하고 있다.

표지 그림을 알렉산드르 코스니체프(Александр Косничев, 1970~)의 2006년 작 <수도사>)로 고른 이유도 이런 점에서 짐작이 간다. 라스콜니코프가 보낸 긴 시간은 분명 어둠이지만 수도사의 손은 여전히 성서를 들고 있다. 표지 디자이너가 묘하게 손을 가렸다.

1860년대 후반 페테르부르크 배경이면 러시아정교회인데 천주교회 용어인 ‘미사, 부제‘ 등으로 번역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 궁금하다. 성서 본문도 천주교회에서만 쓰는 《성경》(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 2006)보다는 정교회에서 쓰는 《공동번역성서 개정판》(대한성서공회KBS, 1999)으로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차별 경향이 있는 ‘미망인, 노파‘ 등은 앞으로 어떤 말로 대체할 수 있을까?
===
[종이책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읽기]
#죄와벌 #Преступление_и_наказание #표도르_미하일로비치_도스토옙스키 #Фёдор_Миха́йлович_Достое́вский #김연경 #민음사
#책 #독서 #書冊 #冊 #圖書 #図書 #本 #libro #liber #βιβλίο #book #readingbooks

[책 한 권 읽고 나서 문단 몇 고르기]
˝
‘˝상태가 영 엉망이시구려, 자, 의자! 여기 의자에 앉으세요. 좀 앉아요! 물 좀 가져와!˝
라스콜니코프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지만, 영 마뜩치 않은 듯 깜짝 놀란 일리야 페트로비치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쳐다보며 기다렸다. 물을 가져왔다.
“바로 제가••••••.” 라스콜니코프가 말문을 열었다.
˝물부터 마셔요.˝
라스콜니코프는 한 손으로 물을 물리치고 조용히 띄엄띄엄, 하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바로 제가 그때 관리 미망인인 노파와 그 여동생 리자베타를 도끼로 살해하고 금품을 훔쳤습니다.˝
일리야 페트로비치는 입을 딱 벌렸다. 사방팔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진술을 되풀이했다.
˝
-2권 467쪽 <6부 8장>

˝
[•••] 게다가 과거의 이 모든, 모든 고뇌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모든 것이 최초의 격정에 사로잡힌 지금은 [•••] 숫제 자기에게 일어난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  생각할 수도, 뭔가에 생각을 집중할 수도 없었다. [•••] 오직 느낄 따름이었다. 변증법 대신에 삶이 도래했고, 의식 속에서는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이 생겨나야 했다.

베개 밑에는 복음서가 놓여 있었다. [•••] 라자로의 부활 부분을 읽어 준 [•••] , 그녀는 [•••] 복음서를 권한 적도 한 번도 없었다. [•••] 여태껏 펴 보지도 않고 있었다. [•••] 지금도 그것을 펴 보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는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과연 그녀의 신념이 이제 나의 신념이 될 수는 없을까? 적어도 그녀의 감정, 그녀의 갈망이라도••••••.‘ [•••] 겨우 칠 년! [•••] 둘 다 이 칠 년을 칠 일처럼 바라볼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미 새로운 [•••], 한 인간이 점차 새로워지는 [•••] 점차 다시 태어나는, 점차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 가 여태껏 전혀 몰랐던 새로운 현실을 알아 가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것은 새로운 얘기의 주제가 될 수 있겠지만, ㅡ우리의 지금 얘기는 끝났다.
˝
-2권 497~499쪽-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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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모던 -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한석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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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모던-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한석정(1953~) 지음, 158×230×30mm 518쪽 803g, 문학과지성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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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부지런히 대충대충 어영부영 민족과 조국‘ 아마도 남북한 공통으로 친숙한 구호가 아닐까. 잠시 스쳐 지나간 만주제국을 되돌아보니 저 모든 것의 원류라 한다.
남북한은 만주제국의 복제국가라니? 만주제국에 관한 시대 사료와 연구가 대부분 일본 위주인 한계가 있다. 자칫 아버지 일본이 요절한 아들 만주를 그리워 흘리는 눈물인 양, 식민주의  미화로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60년대 불도저 체제의 연원이 어디인지 고찰한다‘고 분명히 못을 박는다. 지나치게 확대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다.

만주제국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할 말이 많아질 것이다. 일본제국의 괴뢰국이냐? 새시대의 다민족 연합 신흥국이냐? 부산에서 하행선 기차를 타고 서울을 거처 만주로 가는 철길은 수탈에 지친 농민의 마지막 탈출구 엑소더스(구약성서 탈출기)이며, 지식인이라 자처하던 식민지 출신자의 도피처나 병역 기피 수단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에겐 독립운동의 기억만 남아 있었다.

한국 역사에서 근대라는 의미, 근대라는 용어가 타당할지도 의문이다. 유럽 열강의 식민지 운영은 일본 식민주의와는 다르다. 한반도는 일본에게 식민지보다는 이주 목적이었겠다. 오늘 현재까지도 마찬가지이다.

‘건국, 재건, 선전, 대중예술, 개척•••‘ 내로라하는 알만한 이의 친일 행적과 만주제국 이력이 이런 관계였다니! 더욱이 우리가 겪어온 육칠십년대의 모델이 만주제국이었다니 그동안 들었던 의문이 다소 풀린다. 다만,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류요 원조‘라는 논조의 지나친 확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꼭 만주이기 때문일까? 이제 슬슬 동아시아 융합 역사해석이 필요한 시점일까? 아직 멀었다. 적어도 남북한이 고루 대등해지고 중국이 스스로 친 보호막이 걷힌 이후에야 가능하리라. 사랑하는 벗의 권유로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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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모던 #60년대한국개발체제의기원 #한석정 #문학과지성사 #만주국 #만주제국 #만주 #滿洲 #Manchuria #남북한독재정치 #개발독재의_망령
===
˝1931년 [•••] 관동군의 선공으로 만주사변이 발발한다. 불과 1만 4천 명의 관동군이 장쉐량 휘하의 25만 동북군을 기습해 손쉽게 승리했다. 그리고 이듬해 2월까지 만주 전체를 석권했다. [•••] 관동군은 일본 제국에서 항명과 독단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로부터 꼭 30년 후인 1961년, 제2차 세계대전 이래로 동북아 초유의 군사 쿠데타가 한국에서 발생했다. 박정희 육군 소장이 이끄는, 전군의 1퍼센트도 안 되는 불과 3천여 명의 병력이 단시간에 한강을 넘어 수도를 장악했다. [•••] 휴전선에 주둔한 최대 병력인 제1군 사령관 이한림(공교롭게도 박정희의 만주군관학교 동기생이었다)을 사전에 체포한 것도 쿠데타 성공에 한몫했다. 봉건 시대의 일본 사무라이 문화에 특유한 하극상과 기습으로 쿠데타를 성공시킨 것이다. [•••] 약 20년 뒤 전두환 소장의 쿠데타도 이런 패턴을 밟았다. 이번에도 1개 사단밖에 안 되는 소수 병력을 신속히 태평로로 진주시키고 보안대 요원들이 삼군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을 기습적으로 체포함으로써 성공했다. 박정희는 만주국군 시절 상관이었던 간노 히로시菅野弘(2.26 사건에 가담했다가 관동군으로 좌천된 인물)에게 감화받았다고 한다. 박정희는 정치화된 장교들, 즉 한국전쟁 후 장성 진급의 동결이 촉발한 ‘하극상 사건‘의 가담자들과 의기투합했다. 이들의 목숨을 건 거사의 본보기는 바로 항명의 무대, 만주였다. 그런데 관동군의 영향은 쿠데타에 그치지 않았다. 관동군이 주도한 급속한 산업화, 건설, 사회동원 역시 재건 체제의 모델이 됐다.˝
-159~160쪽- <3장 건국과 재건> 중에서

˝이 연구는 1960년대 한국에서 식민주의와 근대가 맺는 복잡한 관계를 논한 것이다. 전쟁은 파괴요, 새 출발이다. [•••] 1930년대 총동원의 현장 만주국의 통제경제는 1960년대 한국의 체제 경쟁과 세계체제 내의 상향 이동에 공헌했다.[•••] 한국의 오늘과 직결되는 만주는 장기간 억제되어왔다. 조선 농민들의 엑소더스, 경계의 확장, 광활한 대륙을 달리는 만철, 폭력과 근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오족협화, 고난과 개척, 이류들의 약진, 국방국가의 비전, 국제적 계보의 영화·음악 등이 만주를 설명하는 장면들이다. 1930~40년대 만주는 이러한 것들의 일종의 콜라주로, 그리고 1960년대 한국은 그 시대와의 중첩적 국면으로 파악될 수 있다. [•••] 냉전의 시작으로 해방 당시 조선인 인구가 약 200만 명 정도로 치솟았던 만주의 기억은 편리하게 망각됐다. 이 공백 속에 오로지 항일 서사만이 살아남았다. 이 시선 앞에 만주 출신들ㅡ장교에서 관료, 협화회원, 관현악 단원, 문인, 교사, 만철 기술자들ㅡ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만주 체류는 곧 친일을 의미했다. 만주의 공백은 사람과 사물의 자연적 소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억제와 침묵이 빚은 것이다. 만주는 욕망의 대상이요, 은닉의 상자였다. 이제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힐 때가 되지 않았는가?˝
-449~450쪽- <8장 맺으며: 식민과 변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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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고 나서 문단 둘 고르기]
#책 #독서 #書冊 #冊 #圖書 #図書 #本 #libro #liber #βιβλίο #book #reading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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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와 신비로운 이야기 - 삼국유사의 인물, 신령, 괴물들
최희수 외 지음 / 바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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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와 신비로운 이야기- 삼국유사의 인물, 신령, 괴물들》,
최희수(1962~)•이문영(1965~)•이상호 지음, 신국판152×224×19mm 312쪽 463g, 바오출판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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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三國遺事는 일연一然(1206~1289)이 1281~1285년에 편찬하여 1310년대에 간행한 역사서이다. 말할 것도 없이 한국 사람이라면 남북한을 막론하고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어린이 대상부터 연구서에 이르는 수많은 역본아 있는데 왜 또 삼국유사일까? 호기심을 유도하는 듯한 제목과 부제가 차례를 보게 한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쓴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말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사람을 중심으로 풀어 헤쳐 주제별로 다시 엮어냈다.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적절한 시도가 새롭다.

머리말을 보니 자연히 1장과 2장 본문보다 부록을 먼저 읽고 싶었다. 삼국유사를 이 책으로 다시 읽어 보아야 할 이유이기 때문이다.

'역사'라고 하면 조선 시대까지가 상상의 절정인 우리 아이들에게 고조선과 삼국과 가야는 박물관 출토물이나 보아야 간신히 떠오를 이미지일까? 이미지만 아니라 서사-이야기도 많지 않다. 가뜩이나 많지도 않은데 지나치게 짧다. 이러다보니 다른 나라 고대 신화나 설화를 먼저 접하는 현실이다. 이 책이 이런 빈 자리를 채우고 빠진 블록을 끼워 맟추는 길이 되면 좋겠다.

#삼국유사와_신비로운_이야기 #삼국유사의_인물_신령_괴물들 #최희수 #이문영 #이상호 #바오출판사 #삼국유사 #三國遺事 #일연 #一然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아태지역목록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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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삼국유사』 속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삼국유사』를 읽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는 글이다. 책이니까 그냥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나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의 독서 트렌드는 디지털 독서의 방식이다. 과거처럼 한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독자가 흥미로운 대목이나 필요한 대목들을 찾아서 읽는 방식이다. 디지털시대 인터넷 검색과 필요한 부분의 발췌, 편집이라는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방식이다. 이것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에 맞춰서 출판 자체의 트렌드 또한 변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기존의 책을 주제 중심으로 재편해서 독자들에게 다가서는 것도 필요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8~9쪽 <머리말>- 중에서

"••• 귀신이 사라진 땅을 파 보자 거북이 한 마리가 나왔는데, 등껍질에 "백제는 둥근 달이고, 신라는 초승달"이라고 적혀 있었다. 무당이 “둥근 달은 기울어질 것이고 초승달은 앞으로 커질 것"이 라고 말했다가 죽임을 당했다. 다른 사람이 “둥근 달은 융성한 것이고 초승달은 미약한 것”이라고 아첨을 떨자 의자왕이 기뻐했다. 징조가 도달해도 알아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260쪽- <2장 삼국유사와 신이한 영괴 사전 ㅡ 9. 읽어야 도움이 된다ㅡ백제 멸망과 징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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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고 나서 문단 둘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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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온 편지 - 밀라노의 숨은 기적 찾기
박홍철 지음 / 생활성서사 / 202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박 홍철 다니엘(1975~) 지음, 140×205×15mm 264298g, 생활성서사 펴냄, 2022.

https://youtu.be/VFL47_sai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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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재속 사제인 지은이가 이태리 밀라노에서 다섯 해 남짓 동안 유학하는 중 생활성서에 두 해 동안 연재한 칼럼 글을 다시 다듬고 엮어 묶어낸 수필집이다. 미술을 공부한 지은이의 눈으로 찾아내어 소개하는 숨은 사연인 만큼 사진 설명과 묵상이 읽고 보는 이에게 더욱 깊은 여운을 준다.

지은이가 이곳저곳 기적 발현지를 찾아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처럼 나약하고 겁 많은 사람의 세대는 줄곧 기적을 원해 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이러한 바람과는 아랑곳없이 나타나는 기적이란 치우쳐 기운 상태를 다시 평형으로 돌려놓는 경고이며 치료제이고 백신이겠다.

 

책 제목이 밀라노에서 온 편지이나 밀라노에 관하여 직접 언급한 부분은 아래 전체 본문 이백쉰한 쪽 중 백스물네 쪽으로 반절이다. 나머지는 이태리 각지의 숨은 성지를 찾아본 이야기이다.

I장부터 장까지(13~121),

장 중 <세 사람을 위한 하나의 무덤> 암브로시오 성인 (199~207),

장 중 <미소와 눈물의 성모> (209~217).

 

종신서원 마지막 수련과 피정을 앞둔 2011년 오월 05일 부활 제2주간 목요일 아침 숙소를 나서서 미사 하러 처음 가본 밀라노 두오모의 첫인상은 아니 이럴 수가!’이었다. 두오모 건물 옆면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수막이라,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그 내용이 가히 충격이었다. <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2011> 포스터, 바로 우리나라에서 2011년 유월 말에 세계 최초로 개봉을 앞둔 영화 <트랜스포머 3>이었다. 앞면보다 옆면을 먼저 보게 된 두오모. 조금 더 걸어 앞면 광장에 서니 스텔스 전투기가 하늘을 바라보고 수직으로 서 있는 듯, 이것이 바로 트랜스포머인가!

- 70~77<세 가지 얼굴의 대성당> 참조

 

이어서 성 암브로시오 성당Basilica di S. Ambrogio에서 본 성 게르바시오와 성 프로타시오 안내문도 열한 해를 지난 지금 이 책을 보니 새 눈으로 다시 보였다. 역시 아는 만큼 본다.

밀라노에서 지은이가 마리우챠 할머니에게 들은 것처럼 착하고 적절한 가격의 에스프레소 커피와 암브로시오 성당 주랑과 마당의 기둥 생각에 한동안 잠겼다. 그리고 그때 사진을 다시 꺼내어 보았다. 내가 생각하는 적절한 가격과 상황의 커피란, 카드 결제 등의 흔적과 꼬리를 남기지 않고 에우로(유로) 동전 하나나 하나 반을 내며 그 자리에서 선 채로 커피caffe 한 잔에 굵은 황설탕 한 봉을 털어 넣고 한입에 잔을 털어 마시는 것이다. 지은이가 마리우차 할머니에게 현지 커피 맛을 쓴맛과 단맛, 불안과 희망, 슬픔과 웃음으로 배워 가는 것처럼 맛에는 까닭이 없다. 그때 그 상황의 주관적 느낌이 바로 내가 느끼는 맛이다. 남에게 아무리 설명을 해도 모를 맛. 그 자리 그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같은 느낌은 없을 것이다. 밀라노는 활기가 넘쳐 흐르는 창의의 도시였다.

- 199~207<세 사람을 위한 하나의 무덤> 참조

지은이는 밀라노를 떠나 거처를 옮기기 전 작은 성당을 찾았다. 그 성당의 지속적인 성체 조배 현장을 목격하고 밀라노는 겉으로는 화려하나 깊숙한 내면에는 차갑고 신중한 신앙심을 간직한 곳이었다고 한다. 처음 왔을 때 온전하게 비워 둘 수밖에 없던 때가 기도의 시간이었고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고백한다. 사진에서 성체 조배를 하는 수도자가 입은 흰 수도복을 보니 어느 수도회인지 대략 짐작이 간다. 이 세상의 참으로 거룩한 불침번이다.

- 259~260쪽 참조

 

 

옥에도 티가 있다면

 

4~6쪽 추천사, 지은이 얼굴 사진도 넣지 않은 책에 그것도 머리말 앞에 추천사란 명목으로 올라앉은 추천자의 사진과 글이 생뚱맞다. 요즘 누가 책을 보느냐지만 쏟아지는 출간물 홍수 시대에 추천사를 보고 고르지는 않는다. 출판사가 자기 책에 자신과 신념이 있다면 유명세에 편승할 이유가 있나? 고르는 사람 입장이라면 오히려 장황하고 화려한 칭찬 일색의 추천사가 많을수록 제쳐놓거나 관심 밖으로 밀어 놓는다. 진심으로 추천할 요량이라면 출간 후에 매체를 통해 서평이나 소개 글을 쓰던지 감상 글을 남기면 될 것을 굳이 책 머리 지면을 차지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이 책을 예로 드는 것은 아니지만 추천자가 그렇고 그런 이라면 더욱 들춰보고 싶은 생각이 가실 것이다. 차라리 지은이나 엮은이가 후기를 붙이는 것이 낫겠다.

 

80쪽 그림, 성당 건물을 보여주는 사진인데 때마침 앞에 노면 전차(트람)가 지나가며 건물 반을 가렸다. 사진 출처 표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지은이가 직접 찍은 사진인 듯하니 건물 전경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바꾸면 좋겠다.

 

사람 이름, 지은이가 천주교인이고 종교 출판사이니만큼 앞날개 뒷면 <글쓴이(지은이) 소개란>에 수도 이름이나 세례 이름을 병기倂記하면 좋겠다. 그렇다고 세례 이름이나 수도 이름을 소속 국가법에 따른 본명 뒤에 괄호를 쳐서 마지못해 부기附記하는 부적절한 행태는 바라지 않는다. 5<추천사>의 추천인 이름과 9<머리말>의 글쓴이 이름 표기도 마찬가지이다. 솔선수범을 바란다.

 

 

이런 이에게 추천

 

이 책은 그리스도교 신자뿐만 아니라 역사 안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유용하다. 여행 안내서로도 묵상집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특히 유적지나 사적지 성지에서 혼자 일정 기간 조용히 머무르며 세상 안의 자신을 숙고하고자 하는 이, 교회 건축이나 미술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이가 본다면 더욱 좋겠다.

 

 

책 한 권 읽고 나서 문단 둘 고르기


연 피정을 위해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로마 남동쪽 알바노 호수Lago di Albano 근처에 있는 바오로수도회의 피정의 집 '카사 디빈 마에스트로Casa Divin Maestro'였습니다. '카사 디빈 마에스트로'1959년 복자 야고보 알베리오네 신부의 영적인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세워졌으며, 1967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 일치를 위한 회의가 개최된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함께한 친구 돈 시모네의 말로는, '저기 보이는 호수 건너편에 교황님들이 전통적으로 가시던 여름 휴양지 카스텔 간돌포Castel Gandolfo가 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더 이상 가시지 않고 대신 이 수도원에서 매년 피정을 하신다.'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피정의 집으로 돌아온 저는, 복도에 걸린 사진들을 보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주로 앉으셨던 성당 좌석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행복이나 기적을 빌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교황님이 기도하며 보셨을 그 시선으로 제대와 성당 십자가를 보고 싶었습니다. 단지 가난에 대한 지향만으로 교황님의 새로운 선택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기에.”

- 236~241<교황님의 휴가> -

 

"밀라노를 떠나기 전 저의 발걸음은, 시내의 조그만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은 별도의 성인 유해나 기적이 일어난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유명하고 거대한 밀라노 대성당과 세계적인 쇼핑몰이 화려하게 들어선 도시의 중심가에서 한 뼘 정도 거리를 두고 조용히 서 있는 성 라파엘 성당Chiesa di San Raffaele. 그 작은 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발소리 숨소리 하나에 촛불 끝이 흔들릴 만큼 꽉 찬 침묵을 마주하게 됩니다. 제대 위에 예수님의 성체를 모신 성광이 자리하고, 훌쩍이는 콧소리가 미안할 정도로 밤낮없이 수녀님의 지속적인 성체 조배가 이뤄지는 자리. 그래요, 도시 밀라노는 겉으로 화려하다 할지 몰라도 그들의 내밀한 자리에서는 성 라파엘 성당처럼 차갑고 신중한 신앙심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 259~260<밀라노에게 보내는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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