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엔딩 크레딧》
/ 《本のエンドロール》(講談社, 2018)
안도 유스케安藤 祐介(1977~) 지음/이규원 옮김, 137×197×25mm 520쪽 601g, 북스피어 펴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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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쇄 회사는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物の造り이다.‘
인쇄소 영업 사원인 우라모토浦本가 회사설명회에서 취업준비생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이 몰고 올 파장은 컸으나 오백이십 쪽 이야기를 맺으며 인정받는 과정을 그린 직장인 샐러리맨 성장기이다.
옮긴이는 ‘모노즈쿠리‘를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드는 것, 혹은 그 장인‘이라고 주석을 달아 설명했다. 일본 산업의 진수를 이룬 정신이다. 인쇄소가 생산한 대표 제품인 책이다. 이런 생산품의 목차 중 글자 하나가 오식임을 제본 후에 발견한 사건을 두고 자책하는 모습에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상상만 해도 면목 없고 한스러웠다. 책의 탄생은 저자와 편집자, 여러 방면에 걸친 수많은 관계자 에게 두루 축복받는 일이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세상에 나오는 책은 애초에 있어서는 안 된다.˝ 일본은 이런 정신이 점점 무너져 가는 나라이다.
2.
도요즈미 비블리오 배틀은 원하는 이가 점심 시간에 휴게실에서 부정기로 여는 추천도서 발표 모임이다. 누가 시켜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회사가 지원하는 모임도 아닌 말 그대로 자생 모임이다. 각자 추천할 책을 가져와 발표하고 투표한다. 책 만드는, 남이 말하기로는 책 인쇄하는 회사에서 책 사랑하는 이가 모여 서로 권하는 아름다운 모임이다. 참가자들은 이 모임에서만큼은 ‘책이 팔리지 않는 세상‘이라는 바깥 현실을 잊고 집중한다. 자기 일, 천직을 살고 있다.
3.
책은 필수품이다. 과장하는 것도 과대평가도 아닌 것이, 동일본대지진 때 대피소에서 생활하던 이재민들은 음식이나 옷 이외에도 책을 원했다고 한다. 지진으로 무너진 서점에서 책상자를 보내자 많은 피난민이 좋아했고 금세 동이 났다고 한다. 책은 ‘불급할지언정 불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에는 어땠을까? 한국 사회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인터넷이 끊어진다면 책을 볼까? 책이 바이러스를 없앨 수는 없지만 책을 필요로 하는 이가 분명히 있다.
4.
이 필수품을 만드는 자가 누구인가. 지은이만인가. 편집자만인가. 출판사만인가. 아니다. 손을 거쳐간 모든 이다. 이 모든 이의 기록이 간기 또는 판권면에 빼곡히 들어서야 한다. 가끔 사전에 펀딩을 해서 발간하는 책처럼 그 이름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 엔딩 크레딧도 엄연히 상영 시간 안에 들어가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는 마지막까지 보면서 많은 이에게 경의를 표한다.
5.
한국에서 쓰는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용어(영어 End credits/Closing credits)를 일본에서는 ‘엔드 롤エンドロール‘이라고 하나보다. 돌돌돌 롤롤롤 올라가는 검은 바탕의 위대한 이름들이여! 주인공 우라모토도 엔딩 크레딧으로 보자면 숨은 이름이다.
연공서열, 정년퇴직, 가정보다 회사, 회사는 가족도, 평생직장의 시대는 가고, 점심 도시락 등등. 전형적인 일본식 사고와 가치관을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드라마 영화로 나오지 않으려나 기대한다.
6.
ㅡ가끔 띄는 무리한 번역표현 중 두 개만 고른다면.
˝컵라면에 포트의 열탕을 부어서•••˝(390쪽 위에서 10줄)
˝•••신비한 오라를 발하고 있었다.˝(418쪽 위에서 6줄)
ㅡ오식
˝1연(1천 매)만으로도˝ 는 ˝1연(오백 매)만으로도˝ (24쪽 위에서 12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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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우라모토는 평대에 진열된 나가시노의 바람을 한 권 집어 들고 망설임 없이 맨 마지막 페이지를 폈다.
저자 약력 아래에 이 책의 제작에 관여한 업체들이 죽 기록되어 있다.
▪︎펴낸곳 주식회사 분유칸
▪︎인쇄 도요즈미인쇄 주식회사
▪︎제본 주식회사 호코쿠샤
판권은 책의 엔딩 크레딧이다. 제작에 관여한 모든 이의 이름을 실을 수는 없지만 ‘도요즈미인쇄주식회사‘ 너머에는 노즈에나 지로 씨, 후쿠하라, 우라모토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종이 구입처를 알아봐 준 게이단샤 업무부의 요네무라 신코나 기후의 이나바야마지업 사람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주식회사 분유칸 너머에는 편집자 아마쿠사 게이고의 이름도 새겨져 있는 것이다.
아마쿠사가 실종된 탓에 우라모토가 뒷감당하느라 고생했다. 아마쿠사에게 원망과 분노가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유감스럽다는 심정이 앞선다.
‘축배를 들자고 약속했던 그날의 주점을 기억한다. 우라모토는 그날 이것이 바로 모노즈쿠리라는 실감을 새파란 신입 편집자와 공유했었다.ㅡ˝
-181~182쪽- 2장 <나가시노의 바람>
˝ㅡ그렇게 말하고 모리타는 아하하 웃었다.
˝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책이 팔렸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책을 위해 한몫 거들고 싶어요.˝
한몫 거든다. 그 말이 우라모토의 가슴에 꽂혔다.
˝제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책들이 매장에서 독자에게 한 권이라도 더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본받고 싶군요. 제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보다 나은 책을 만드는 거겠죠.˝
우라모토는 ‘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모리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라모토 씨와 이야기하다 보면 인쇄하는 사람, 제본하는 사람도 있었지 하는 실감이 듭니다.˝
책을 쓰는 사람, 기획하는 사람, 제작하는 사람, 배본하는 사람, 그리고 파는 사람이 있다. 평소에는 서로 교류가 없지만 우라모토의 일과 모리타의 일은 하나의 길로 이어져 있다. 그것을 실감하고 든든함을 느꼈다. ㅡ˝
-253~254쪽- 3장 <페이퍼백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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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고 나서 문단 둘 고르기
一本の本読んでから、二つの段落を選択する。
Leggi un libro e scegli due paragrafi.
Leer un libro y elegir dos párrafos.
Read one book and choose two paragrap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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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프롤로그
<1장> 슬로우 스타터
<2장> 나가시노의 바람
ㅡ 장정
<3장> 페이퍼백 라이터
ㅡ 디지털제본시스템
<4장> 사이버 드러그
ㅡ 전자책
<5장> 책의 보물상자
에필로그
특별 단편 <책은 필수품>
편집자 후기
第一章『スロウスタート』 ――早く刷れ!
第二章『長篠の風』 ――美しく刷れ!
第三章『ペーパーバック・ライター』―― 安く刷れ!
第四章『サイバー・ドラッグ』 ――電子も作れ!
第五章『本の宝箱』 ――本を造れ!
등장 인물
1. 도요즈미인쇄豊澄印刷(株)
ㅡ분교 구 오토와에 있는 본사, 유서 깊은 출판사 게이단샤의 관련 회사
▪︎우라모토 마나부浦本学(남, 32): ‘가쿠짱‘, 영업2부(문예서) 영업사원, 중도입사 경력 3년차, 주인공, 전자책총괄영업담당<4장>
▪︎가카자키 유카리(여): 우라모토의 약혼자
▪︎나카이도中井戸 고지(남, 39): 영업2부 톱영업사원, 경력 17년차
▪︎히로노 마이(여): 인사부 채용담당
▪︎고세키 요시히로(남): ‘부처님 고세키‘, 생산관리부팀장
▪︎기미요(여, 60): 서무 아르바이트
▪︎시라오카 에리코(여): 제작부 서적팀리더, 데이터제작 총괄 <4장>
▪︎후쿠하라 에미福原笑美(여): ‘에미린‘, 제작부 DTP;Data Top Publishing 조작자
▪︎모리 노부히사毛利: 영업2부 부장
▪︎노노미야: 영업1부(만화) 부장
▪︎후리하와: 전자책제작부장<4장>
▪︎다키야마(여): 제작부 DTP;Data Top Publishing 조작자<4장>
▪︎우스타 히나타: 디자인파트 ‘투모로게이트디자인‘ 북디자이너
2. 도요즈미인쇄豊澄印刷(株) 사이타마 후지미노 공장
▪︎노즈에 마사요시野末正義(남, 32): ‘미스터 꿍‘, 인쇄제조부 계장, 입사 11년차, 현장총괄, 5호기 기장
▪︎사오리(여): 노즈에의 부인
▪︎고타(남):노즈에와 사오리의 쌍둥이 아들
▪︎요타(남):노즈에와 사오리의 쌍둥이 아들
▪︎하루카와 도시아키(남, 27): 사오리의 남자 동생, 노즈에의 처남
▪︎시바타(남): 1호기 기장
▪︎다카노(남): 신입, 래퍼가 꿈
▪︎요시자키 지로(남, 58): ‘印刷のジロさん‘별색 제작기술자, 근속 40년
▪︎사토(남, 25): 4년차
▪︎야마기타 규(남): 잉크젯 디지털 윤전인쇄 디지털제본시스템DCN5953 ‘데쿠노‘ 담당<3장>
게이단샤慶談社
ㅡ 분교 구 오토와 거리에서 고코쿠지 쪽으로 2분 걷기에 있는 출판사,
▪︎오쿠다이라 쇼(남, 30): ‘오만방자‘, 문예편집부, 젊은 편집자
▪︎요네무라 신코(여): 업무부 문예담당
▪︎오다 겐토: 신참 편집자
▪︎무라세 미호(여): 모로미자와 류이치 담당 신입편집자 <4장>
▪︎오카베: 문고본출판부<4장>
▪︎하루하라: 문예출판부장<4장>
▪︎와타나베: 고참 편집자, 시대소설 <5장>
호코쿠샤
ㅡ 이타바 시에 있는 제본소
▪︎이모리 다이스케: 젊은 사장
월드인쇄大手印刷会社
ㅡ 경쟁사, 우라모토의 전 직장
하쿠라이도箔来堂
ㅡ 박인쇄 70년 노포
(주)분유칸
ㅡ 20년 전에 창립한 신흥 출판사, 픽션 논픽션 두루 화제작 양산, 기획력 영업력으로 빠르게 성장
▪︎아마쿠사 게이고(남, 22): 입사 2년차 편집자 <2장>. 후에 중개상 데이토출판판매(주) ‘데이한‘ 서적구매부로 이직 <5장>
▪︎스즈키(남): 선배 편집자
미카와야서점
▪︎모리타 가즈요(여, 중년): 문예서담당 <2장>, <3장>,<4장>
그 밖
▪︎후치타 시게루: 저자, 등단 십주년 기념작 《슬로우 스타터》<1장>
▪︎구사카 도요노부: 1980년대부터, 역사소설가 《나가시노의 바람》<2장>
▪︎고구레 요이치(남): 북디자인 명장 <2장>
▪︎소가베 슌(남, 29): 신인 미스터리 작가 <3장>
▪︎모로미자와 류이치流一(남, 50대): 베스트셀러 작가, 전자책 응원모임 조직 <4장>
▪︎이치조 사치코(여): 베스트셀러 작가 <5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