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눈
미하엘 슈톨라이스 지음, 조동현 옮김 / 큰벗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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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눈-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
Das Auge des Gesetzes(Verlag C.H. Beck oHG, München 2014),
미하엘 슈톨라이스 Michael Stolleis(1941~2021) 지음 / 조동현(1968~) 옮김, 124×189×8mm 112쪽 161g, 큰벗(큰북소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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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Pablo Kim 님께서 엄중하고 근엄하게 독서명령을 발동하셨기에 오늘 저녁 신상에 불리를 당할까봐 황급히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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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나치사법을 연구한 대표적인 법사학자라고 한다. 독일 국민이 외지인 극우 선동꾼을 국가원수로 만든 사건은 현대 불가사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로부터 백 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따라쟁이로 나선 나라도 여기 있다. 일상이 법과 원칙인 나라, 그 법은 누가 통제하나!

신의 이름을 바꿔치기한 ‘법‘이 ‘법의 이름으로’ 불법과 적법을 가려 스스로 합법화한다면 불법이 합법이 될 때까지 법만 만들면 되겠다. 법이 법을 구축하고... 이게 무슨 금화도 아닌데 무조건 아멘만 외치면 되는 것일까? ‘법의 눈은 깨어 있다!‘라는 격언이 있었다면 이젠 ‘법의 눈은 깨져 있다! 그러나 아무도 깨진 것을 보고만 있지 고치려 하지는 않는다.‘라고 하고싶다. 그러다가는 베인다.

#법의눈 #Das_Auge_des_Gesetzes #미하엘슈톨라이스 #Michael_Stolleis #조동현
#큰벗 #큰북소리 #모든_인간은_법_앞에_평등하다_과연_그럴까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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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라는 주제를 따라가면 마지막 단계에서는 정치권력의 휴브리스(Hubris)뿐만 아니라 진일보한 세속화, 비인격화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법의 눈‘이라는 표현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우리는 이미 유럽 법 역사에 구체화되고 확고하게 자리 잡은 두 가지 중요한 경향을 볼 수 있다.
하나의 경향은 ‘인간이 아닌 법에 의한 정부(Government by law and not by men)‘라는 유명한 격언에 나타나 있는 지배권의 진보적 객관화다. 또 하나의 경향은 형이상학적으로 기원된 정의가 형식화된 법 질서에 이르는 긴 발자취로 묘사할 수 있다. 이것 또한 유명한 격언인 ‘진리가 아니라 권위가 법을 만든다(Auctoritas, non veritas facit legem).‘로 표현된다.˝
-57~58쪽 <V. 진리가 아니라 권위가 법을 만든다> 중에서-

˝초기에 법은 ‘신의 눈‘을 통해, 정의의 구현과 신의 보살핌 같은 전지전능하고 선한 목자의 의미를 드러냈다. 법을 통해 사회는 하나의 안정된 철인이 다스리는 이상향을 이룰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실제로 법은 극단적 이데올로기와 함께할 경우 무력으로 반대를 물리치고 강제로 동의시키려 했다. 전체주의에서 자행된 폭력적 고문은 오늘날 형성된 법의 정신에 맞지 않다. 유럽의 종교재판이나 히틀러의 유대인 수용소도 또 미국의 금주법도 법의 이름으로 자행된 만행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위법 행위가 법적으로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이야기가 당연한 담론으로 인정된다. 결국 죄도 법적으로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이야기다.˝
-94쪽 <옮긴이의 글> 중에서-

책 한 권 읽고나서 두 문단 고르기.
一本の本読んでから、二つの段落を選択す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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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r un libro y elegir dos párraf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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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독서 #책읽기 #꾸준히 #書冊 #冊 #圖書 #図書 #本  #libro #liber #βιβλίο #book #books #reading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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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엔딩 크레딧》
/ 《本のエンドロール》(講談社, 2018)
안도 유스케安藤 祐介(1977~) 지음/이규원 옮김, 137×197×25mm 520쪽 601g, 북스피어 펴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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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쇄 회사는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物の造り이다.‘
인쇄소 영업 사원인 우라모토浦本가 회사설명회에서 취업준비생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이 몰고 올 파장은 컸으나 오백이십 쪽 이야기를 맺으며 인정받는 과정을 그린 직장인 샐러리맨 성장기이다.
옮긴이는 ‘모노즈쿠리‘를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드는 것, 혹은 그 장인‘이라고 주석을 달아 설명했다. 일본 산업의 진수를 이룬 정신이다. 인쇄소가 생산한 대표 제품인 책이다. 이런 생산품의 목차 중 글자 하나가 오식임을 제본 후에 발견한 사건을 두고 자책하는 모습에서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상상만 해도 면목 없고 한스러웠다. 책의 탄생은 저자와 편집자, 여러 방면에 걸친 수많은 관계자 에게 두루 축복받는 일이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세상에 나오는 책은 애초에 있어서는 안 된다.˝ 일본은 이런 정신이 점점 무너져 가는 나라이다.
2.
도요즈미 비블리오 배틀은 원하는 이가 점심 시간에 휴게실에서 부정기로 여는 추천도서 발표 모임이다. 누가 시켜서 시작한 것도 아니고 회사가 지원하는 모임도 아닌 말 그대로 자생 모임이다. 각자 추천할 책을 가져와 발표하고 투표한다. 책 만드는, 남이 말하기로는 책 인쇄하는 회사에서 책 사랑하는 이가 모여 서로 권하는 아름다운 모임이다. 참가자들은 이 모임에서만큼은 ‘책이 팔리지 않는 세상‘이라는 바깥 현실을 잊고 집중한다. 자기 일, 천직을 살고 있다.
3.
책은 필수품이다. 과장하는 것도 과대평가도 아닌 것이, 동일본대지진 때 대피소에서 생활하던 이재민들은 음식이나 옷 이외에도 책을 원했다고 한다. 지진으로 무너진 서점에서 책상자를 보내자 많은 피난민이 좋아했고 금세 동이 났다고 한다. 책은 ‘불급할지언정 불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코로나19 사태에는 어땠을까? 한국 사회라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인터넷이 끊어진다면 책을 볼까? 책이 바이러스를 없앨 수는 없지만 책을 필요로 하는 이가 분명히 있다.
4.
이 필수품을 만드는 자가 누구인가. 지은이만인가. 편집자만인가. 출판사만인가. 아니다. 손을 거쳐간 모든 이다. 이 모든 이의 기록이 간기 또는 판권면에 빼곡히 들어서야 한다. 가끔 사전에 펀딩을 해서 발간하는 책처럼 그 이름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 엔딩 크레딧도 엄연히 상영 시간 안에 들어가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는 마지막까지 보면서 많은 이에게 경의를 표한다.
5.
한국에서 쓰는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용어(영어 End credits/Closing credits)를 일본에서는 ‘엔드 롤エンドロール‘이라고 하나보다. 돌돌돌 롤롤롤 올라가는 검은 바탕의 위대한 이름들이여! 주인공 우라모토도 엔딩 크레딧으로 보자면 숨은 이름이다.
연공서열, 정년퇴직, 가정보다 회사, 회사는 가족도, 평생직장의 시대는 가고, 점심 도시락 등등. 전형적인 일본식 사고와 가치관을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드라마 영화로 나오지 않으려나 기대한다.
6.
ㅡ가끔 띄는 무리한 번역표현 중 두 개만 고른다면.
˝컵라면에 포트의 열탕을 부어서•••˝(390쪽 위에서 10줄)
˝•••신비한 오라를 발하고 있었다.˝(418쪽 위에서 6줄)

ㅡ오식
˝1연(1천 매)만으로도˝ 는 ˝1연(오백 매)만으로도˝ (24쪽 위에서 12줄)

#책의엔딩크레딧 #本のエンドロール #고단샤 #講談社 #안도_유스케 #安藤祐介 #이규원 #북스피어 #일본직장소설 #책을만드는이 #우라모토 #浦本 #도요즈미인쇄 #豊澄印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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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우라모토는 평대에 진열된 나가시노의 바람을 한 권 집어 들고 망설임 없이 맨 마지막 페이지를 폈다.
저자 약력 아래에 이 책의 제작에 관여한 업체들이 죽 기록되어 있다.
▪︎펴낸곳 주식회사 분유칸
▪︎인쇄 도요즈미인쇄 주식회사
▪︎제본 주식회사 호코쿠샤
판권은 책의 엔딩 크레딧이다. 제작에 관여한 모든 이의 이름을 실을 수는 없지만 ‘도요즈미인쇄주식회사‘ 너머에는 노즈에나 지로 씨, 후쿠하라, 우라모토의 이름도 새겨져 있다. 종이 구입처를 알아봐 준 게이단샤 업무부의 요네무라 신코나 기후의 이나바야마지업 사람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주식회사 분유칸 너머에는 편집자 아마쿠사 게이고의 이름도 새겨져 있는 것이다.
아마쿠사가 실종된 탓에 우라모토가 뒷감당하느라 고생했다. 아마쿠사에게 원망과 분노가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유감스럽다는 심정이 앞선다.
‘축배를 들자고 약속했던 그날의 주점을 기억한다. 우라모토는 그날 이것이 바로 모노즈쿠리라는 실감을 새파란 신입 편집자와 공유했었다.ㅡ˝
-181~182쪽- 2장 <나가시노의 바람>

˝ㅡ그렇게 말하고 모리타는 아하하 웃었다.
˝전에는 가만히 있어도 책이 팔렸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책을 위해 한몫 거들고 싶어요.˝
한몫 거든다. 그 말이 우라모토의 가슴에 꽂혔다.
˝제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책들이 매장에서 독자에게 한 권이라도 더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본받고 싶군요. 제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보다 나은 책을 만드는 거겠죠.˝
우라모토는 ‘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모리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라모토 씨와 이야기하다 보면 인쇄하는 사람, 제본하는 사람도 있었지 하는 실감이 듭니다.˝
책을 쓰는 사람, 기획하는 사람, 제작하는 사람, 배본하는 사람, 그리고 파는 사람이 있다. 평소에는 서로 교류가 없지만 우라모토의 일과 모리타의 일은 하나의 길로 이어져 있다. 그것을 실감하고 든든함을 느꼈다. ㅡ˝
-253~254쪽- 3장 <페이퍼백 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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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프롤로그
<1장> 슬로우 스타터
<2장> 나가시노의 바람
ㅡ 장정
<3장> 페이퍼백 라이터
ㅡ 디지털제본시스템
<4장> 사이버 드러그
ㅡ 전자책
<5장> 책의 보물상자
에필로그
특별 단편 <책은 필수품>
편집자 후기


第一章『スロウスタート』 ――早く刷れ!
第二章『長篠の風』 ――美しく刷れ!
第三章『ペーパーバック・ライター』―― 安く刷れ!
第四章『サイバー・ドラッグ』 ――電子も作れ!
第五章『本の宝箱』 ――本を造れ!




등장 인물

1. 도요즈미인쇄豊澄印刷(株)
ㅡ분교 구 오토와에 있는 본사, 유서 깊은 출판사 게이단샤의 관련 회사
▪︎우라모토 마나부浦本学(남, 32): ‘가쿠짱‘, 영업2부(문예서) 영업사원, 중도입사 경력 3년차, 주인공, 전자책총괄영업담당<4장>
▪︎가카자키 유카리(여): 우라모토의 약혼자
▪︎나카이도中井戸 고지(남, 39): 영업2부 톱영업사원, 경력 17년차
▪︎히로노 마이(여): 인사부 채용담당
▪︎고세키 요시히로(남): ‘부처님 고세키‘, 생산관리부팀장
▪︎기미요(여, 60): 서무 아르바이트
▪︎시라오카 에리코(여): 제작부 서적팀리더, 데이터제작 총괄 <4장>
▪︎후쿠하라 에미福原笑美(여): ‘에미린‘, 제작부 DTP;Data Top Publishing 조작자
▪︎모리 노부히사毛利: 영업2부 부장
▪︎노노미야: 영업1부(만화) 부장
▪︎후리하와: 전자책제작부장<4장>
▪︎다키야마(여): 제작부 DTP;Data Top Publishing 조작자<4장>
▪︎우스타 히나타: 디자인파트 ‘투모로게이트디자인‘ 북디자이너

2. 도요즈미인쇄豊澄印刷(株) 사이타마 후지미노 공장
▪︎노즈에 마사요시野末正義(남, 32): ‘미스터 꿍‘, 인쇄제조부 계장, 입사 11년차, 현장총괄, 5호기 기장
▪︎사오리(여): 노즈에의 부인
▪︎고타(남):노즈에와 사오리의 쌍둥이 아들
▪︎요타(남):노즈에와 사오리의 쌍둥이 아들
▪︎하루카와 도시아키(남, 27): 사오리의 남자 동생, 노즈에의 처남
▪︎시바타(남): 1호기 기장
▪︎다카노(남): 신입, 래퍼가 꿈
▪︎요시자키 지로(남, 58): ‘印刷のジロさん‘별색 제작기술자, 근속 40년
▪︎사토(남, 25): 4년차
▪︎야마기타 규(남): 잉크젯 디지털 윤전인쇄 디지털제본시스템DCN5953 ‘데쿠노‘ 담당<3장>

게이단샤慶談社
ㅡ 분교 구 오토와 거리에서 고코쿠지 쪽으로 2분 걷기에 있는 출판사,
▪︎오쿠다이라 쇼(남, 30): ‘오만방자‘, 문예편집부, 젊은 편집자
▪︎요네무라 신코(여): 업무부 문예담당
▪︎오다 겐토: 신참 편집자
▪︎무라세 미호(여): 모로미자와 류이치 담당 신입편집자 <4장>
▪︎오카베: 문고본출판부<4장>
▪︎하루하라: 문예출판부장<4장>
▪︎와타나베: 고참 편집자, 시대소설 <5장>

호코쿠샤
ㅡ 이타바 시에 있는 제본소
▪︎이모리 다이스케: 젊은 사장

월드인쇄大手印刷会社
ㅡ 경쟁사, 우라모토의 전 직장

하쿠라이도箔来堂
ㅡ 박인쇄 70년 노포

(주)분유칸
ㅡ 20년 전에 창립한 신흥 출판사, 픽션 논픽션 두루 화제작 양산, 기획력 영업력으로 빠르게 성장
▪︎아마쿠사 게이고(남, 22): 입사 2년차 편집자 <2장>. 후에 중개상 데이토출판판매(주) ‘데이한‘ 서적구매부로 이직 <5장>
▪︎스즈키(남): 선배 편집자


미카와야서점
▪︎모리타 가즈요(여, 중년): 문예서담당 <2장>, <3장>,<4장>

그 밖
▪︎후치타 시게루: 저자, 등단 십주년 기념작 《슬로우 스타터》<1장>
▪︎구사카 도요노부: 1980년대부터, 역사소설가 《나가시노의 바람》<2장>
▪︎고구레 요이치(남): 북디자인 명장 <2장>
▪︎소가베 슌(남, 29): 신인 미스터리 작가 <3장>
▪︎모로미자와 류이치流一(남, 50대): 베스트셀러 작가, 전자책 응원모임 조직 <4장>
▪︎이치조 사치코(여): 베스트셀러 작가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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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원제: 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1866)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옙스키(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1881) 지음/김연경(1975~) 옮김, 세계문학전집 284•285권, 132×225×25mm 1권 512쪽 557g • 2권 536쪽 579g, 민음사, 1판 8•7쇄 2014(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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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동기는 가난이며 사회의 책임이기에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작가 말대로 범죄의 사회 심리 보고서로 범죄와 속죄 사이에서 대립하는 내면 묘사

스물세 살 청년 라스콜니코프가 처한 형편과 상황을 1부 7장 중 여섯 장(1~6장)에서 심란한 내면의 심리를 변호하고 마지막 7장에서 실행한다. 범죄자는 나머지 다섯 부(2~6부)와 에필로그의 긴 부분 동안 스스로를 감금하다가 자수하여 감금을 당한다. 파스카를 넘는 과정일 수 있는데 회개는 없다. 지금은 기대하지 못할 속편에서나 볼 수 있었을까. 아니면 읽는이의 몫으로 남긴 것일까? 분명히 복음서가 전편을 관통하고 있다.

표지 그림을 알렉산드르 코스니체프(Александр Косничев, 1970~)의 2006년 작 <수도사>)로 고른 이유도 이런 점에서 짐작이 간다. 라스콜니코프가 보낸 긴 시간은 분명 어둠이지만 수도사의 손은 여전히 성서를 들고 있다. 표지 디자이너가 묘하게 손을 가렸다.

1860년대 후반 페테르부르크 배경이면 러시아정교회인데 천주교회 용어인 ‘미사, 부제‘ 등으로 번역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 궁금하다. 성서 본문도 천주교회에서만 쓰는 《성경》(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 2006)보다는 정교회에서 쓰는 《공동번역성서 개정판》(대한성서공회KBS, 1999)으로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 차별 경향이 있는 ‘미망인, 노파‘ 등은 앞으로 어떤 말로 대체할 수 있을까?
===
[종이책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읽기]
#죄와벌 #Преступление_и_наказание #표도르_미하일로비치_도스토옙스키 #Фёдор_Миха́йлович_Достое́вский #김연경 #민음사
#책 #독서 #書冊 #冊 #圖書 #図書 #本 #libro #liber #βιβλίο #book #readingbooks

[책 한 권 읽고 나서 문단 몇 고르기]
˝
‘˝상태가 영 엉망이시구려, 자, 의자! 여기 의자에 앉으세요. 좀 앉아요! 물 좀 가져와!˝
라스콜니코프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지만, 영 마뜩치 않은 듯 깜짝 놀란 일리야 페트로비치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쳐다보며 기다렸다. 물을 가져왔다.
“바로 제가••••••.” 라스콜니코프가 말문을 열었다.
˝물부터 마셔요.˝
라스콜니코프는 한 손으로 물을 물리치고 조용히 띄엄띄엄, 하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바로 제가 그때 관리 미망인인 노파와 그 여동생 리자베타를 도끼로 살해하고 금품을 훔쳤습니다.˝
일리야 페트로비치는 입을 딱 벌렸다. 사방팔방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진술을 되풀이했다.
˝
-2권 467쪽 <6부 8장>

˝
[•••] 게다가 과거의 이 모든, 모든 고뇌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  모든 것이 최초의 격정에 사로잡힌 지금은 [•••] 숫제 자기에게 일어난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  생각할 수도, 뭔가에 생각을 집중할 수도 없었다. [•••] 오직 느낄 따름이었다. 변증법 대신에 삶이 도래했고, 의식 속에서는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이 생겨나야 했다.

베개 밑에는 복음서가 놓여 있었다. [•••] 라자로의 부활 부분을 읽어 준 [•••] , 그녀는 [•••] 복음서를 권한 적도 한 번도 없었다. [•••] 여태껏 펴 보지도 않고 있었다. [•••] 지금도 그것을 펴 보지 않았지만 머릿속에서는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과연 그녀의 신념이 이제 나의 신념이 될 수는 없을까? 적어도 그녀의 감정, 그녀의 갈망이라도••••••.‘ [•••] 겨우 칠 년! [•••] 둘 다 이 칠 년을 칠 일처럼 바라볼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이미 새로운 [•••], 한 인간이 점차 새로워지는 [•••] 점차 다시 태어나는, 점차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옮겨 가 여태껏 전혀 몰랐던 새로운 현실을 알아 가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것은 새로운 얘기의 주제가 될 수 있겠지만, ㅡ우리의 지금 얘기는 끝났다.
˝
-2권 497~499쪽-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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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모던 -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한석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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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모던- 60년대 한국 개발 체제의 기원》,
한석정(1953~) 지음, 158×230×30mm 518쪽 803g, 문학과지성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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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부지런히 대충대충 어영부영 민족과 조국‘ 아마도 남북한 공통으로 친숙한 구호가 아닐까. 잠시 스쳐 지나간 만주제국을 되돌아보니 저 모든 것의 원류라 한다.
남북한은 만주제국의 복제국가라니? 만주제국에 관한 시대 사료와 연구가 대부분 일본 위주인 한계가 있다. 자칫 아버지 일본이 요절한 아들 만주를 그리워 흘리는 눈물인 양, 식민주의  미화로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60년대 불도저 체제의 연원이 어디인지 고찰한다‘고 분명히 못을 박는다. 지나치게 확대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다.

만주제국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할 말이 많아질 것이다. 일본제국의 괴뢰국이냐? 새시대의 다민족 연합 신흥국이냐? 부산에서 하행선 기차를 타고 서울을 거처 만주로 가는 철길은 수탈에 지친 농민의 마지막 탈출구 엑소더스(구약성서 탈출기)이며, 지식인이라 자처하던 식민지 출신자의 도피처나 병역 기피 수단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에겐 독립운동의 기억만 남아 있었다.

한국 역사에서 근대라는 의미, 근대라는 용어가 타당할지도 의문이다. 유럽 열강의 식민지 운영은 일본 식민주의와는 다르다. 한반도는 일본에게 식민지보다는 이주 목적이었겠다. 오늘 현재까지도 마찬가지이다.

‘건국, 재건, 선전, 대중예술, 개척•••‘ 내로라하는 알만한 이의 친일 행적과 만주제국 이력이 이런 관계였다니! 더욱이 우리가 겪어온 육칠십년대의 모델이 만주제국이었다니 그동안 들었던 의문이 다소 풀린다. 다만, ‘존재하는 모든 것의 원류요 원조‘라는 논조의 지나친 확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꼭 만주이기 때문일까? 이제 슬슬 동아시아 융합 역사해석이 필요한 시점일까? 아직 멀었다. 적어도 남북한이 고루 대등해지고 중국이 스스로 친 보호막이 걷힌 이후에야 가능하리라. 사랑하는 벗의 권유로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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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모던 #60년대한국개발체제의기원 #한석정 #문학과지성사 #만주국 #만주제국 #만주 #滿洲 #Manchuria #남북한독재정치 #개발독재의_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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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1년 [•••] 관동군의 선공으로 만주사변이 발발한다. 불과 1만 4천 명의 관동군이 장쉐량 휘하의 25만 동북군을 기습해 손쉽게 승리했다. 그리고 이듬해 2월까지 만주 전체를 석권했다. [•••] 관동군은 일본 제국에서 항명과 독단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로부터 꼭 30년 후인 1961년, 제2차 세계대전 이래로 동북아 초유의 군사 쿠데타가 한국에서 발생했다. 박정희 육군 소장이 이끄는, 전군의 1퍼센트도 안 되는 불과 3천여 명의 병력이 단시간에 한강을 넘어 수도를 장악했다. [•••] 휴전선에 주둔한 최대 병력인 제1군 사령관 이한림(공교롭게도 박정희의 만주군관학교 동기생이었다)을 사전에 체포한 것도 쿠데타 성공에 한몫했다. 봉건 시대의 일본 사무라이 문화에 특유한 하극상과 기습으로 쿠데타를 성공시킨 것이다. [•••] 약 20년 뒤 전두환 소장의 쿠데타도 이런 패턴을 밟았다. 이번에도 1개 사단밖에 안 되는 소수 병력을 신속히 태평로로 진주시키고 보안대 요원들이 삼군사령관, 특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을 기습적으로 체포함으로써 성공했다. 박정희는 만주국군 시절 상관이었던 간노 히로시菅野弘(2.26 사건에 가담했다가 관동군으로 좌천된 인물)에게 감화받았다고 한다. 박정희는 정치화된 장교들, 즉 한국전쟁 후 장성 진급의 동결이 촉발한 ‘하극상 사건‘의 가담자들과 의기투합했다. 이들의 목숨을 건 거사의 본보기는 바로 항명의 무대, 만주였다. 그런데 관동군의 영향은 쿠데타에 그치지 않았다. 관동군이 주도한 급속한 산업화, 건설, 사회동원 역시 재건 체제의 모델이 됐다.˝
-159~160쪽- <3장 건국과 재건> 중에서

˝이 연구는 1960년대 한국에서 식민주의와 근대가 맺는 복잡한 관계를 논한 것이다. 전쟁은 파괴요, 새 출발이다. [•••] 1930년대 총동원의 현장 만주국의 통제경제는 1960년대 한국의 체제 경쟁과 세계체제 내의 상향 이동에 공헌했다.[•••] 한국의 오늘과 직결되는 만주는 장기간 억제되어왔다. 조선 농민들의 엑소더스, 경계의 확장, 광활한 대륙을 달리는 만철, 폭력과 근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오족협화, 고난과 개척, 이류들의 약진, 국방국가의 비전, 국제적 계보의 영화·음악 등이 만주를 설명하는 장면들이다. 1930~40년대 만주는 이러한 것들의 일종의 콜라주로, 그리고 1960년대 한국은 그 시대와의 중첩적 국면으로 파악될 수 있다. [•••] 냉전의 시작으로 해방 당시 조선인 인구가 약 200만 명 정도로 치솟았던 만주의 기억은 편리하게 망각됐다. 이 공백 속에 오로지 항일 서사만이 살아남았다. 이 시선 앞에 만주 출신들ㅡ장교에서 관료, 협화회원, 관현악 단원, 문인, 교사, 만철 기술자들ㅡ은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만주 체류는 곧 친일을 의미했다. 만주의 공백은 사람과 사물의 자연적 소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억제와 침묵이 빚은 것이다. 만주는 욕망의 대상이요, 은닉의 상자였다. 이제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힐 때가 되지 않았는가?˝
-449~450쪽- <8장 맺으며: 식민과 변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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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고 나서 문단 둘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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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와 신비로운 이야기 - 삼국유사의 인물, 신령, 괴물들
최희수 외 지음 / 바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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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와 신비로운 이야기- 삼국유사의 인물, 신령, 괴물들》,
최희수(1962~)•이문영(1965~)•이상호 지음, 신국판152×224×19mm 312쪽 463g, 바오출판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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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三國遺事는 일연一然(1206~1289)이 1281~1285년에 편찬하여 1310년대에 간행한 역사서이다. 말할 것도 없이 한국 사람이라면 남북한을 막론하고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어린이 대상부터 연구서에 이르는 수많은 역본아 있는데 왜 또 삼국유사일까? 호기심을 유도하는 듯한 제목과 부제가 차례를 보게 한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이 책을 쓴 이유와 목적을 명확하게 말한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사람을 중심으로 풀어 헤쳐 주제별로 다시 엮어냈다.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적절한 시도가 새롭다.

머리말을 보니 자연히 1장과 2장 본문보다 부록을 먼저 읽고 싶었다. 삼국유사를 이 책으로 다시 읽어 보아야 할 이유이기 때문이다.

'역사'라고 하면 조선 시대까지가 상상의 절정인 우리 아이들에게 고조선과 삼국과 가야는 박물관 출토물이나 보아야 간신히 떠오를 이미지일까? 이미지만 아니라 서사-이야기도 많지 않다. 가뜩이나 많지도 않은데 지나치게 짧다. 이러다보니 다른 나라 고대 신화나 설화를 먼저 접하는 현실이다. 이 책이 이런 빈 자리를 채우고 빠진 블록을 끼워 맟추는 길이 되면 좋겠다.

#삼국유사와_신비로운_이야기 #삼국유사의_인물_신령_괴물들 #최희수 #이문영 #이상호 #바오출판사 #삼국유사 #三國遺事 #일연 #一然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아태지역목록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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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삼국유사』 속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삼국유사』를 읽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의 방법을 제시하는 글이다. 책이니까 그냥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나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의 독서 트렌드는 디지털 독서의 방식이다. 과거처럼 한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독자가 흥미로운 대목이나 필요한 대목들을 찾아서 읽는 방식이다. 디지털시대 인터넷 검색과 필요한 부분의 발췌, 편집이라는 상황에 익숙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방식이다. 이것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에 맞춰서 출판 자체의 트렌드 또한 변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기존의 책을 주제 중심으로 재편해서 독자들에게 다가서는 것도 필요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8~9쪽 <머리말>- 중에서

"••• 귀신이 사라진 땅을 파 보자 거북이 한 마리가 나왔는데, 등껍질에 "백제는 둥근 달이고, 신라는 초승달"이라고 적혀 있었다. 무당이 “둥근 달은 기울어질 것이고 초승달은 앞으로 커질 것"이 라고 말했다가 죽임을 당했다. 다른 사람이 “둥근 달은 융성한 것이고 초승달은 미약한 것”이라고 아첨을 떨자 의자왕이 기뻐했다. 징조가 도달해도 알아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260쪽- <2장 삼국유사와 신이한 영괴 사전 ㅡ 9. 읽어야 도움이 된다ㅡ백제 멸망과 징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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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 읽고 나서 문단 둘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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