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는 모호하고 아슴아슴 하지만, 책 속의 몇 구절들은 그간 보았던 어떤 작법책보다도 더 명확하게 내 눈을 뜨게 해줬다. 내가 지난날 글쓰며 했던 실수들, 그 오만한 실책들을 돌아보게 했던 책이다.
아니나 다를까. 역자 후기에 번역가도 이렇게 썼다. 하하.


번역을 하는 동안 나는 처음으로 ‘아, 나도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중략) 이 책을 번역하지 않고 소설을 썼다면 내가 현실에서 되고자 하는 멋지고 흠잡을 데 없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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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혹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이가 아직 깨지 않은 동안에 책을 읽곤 한다.

그래서 며칠간 틈틈히 이 책을 읽는 건 엄마인 내게 특히나 묘한 경험이었다. 아이가 잠 자는 동안 예민하게 날선 에바와 케빈 사이의 세계를 정신 없이 배회하다가, 문득, 잠에서 깨어나 나를 부르는 내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역시 잠에서 깨듯이, 나와 내 아들의 ‘진짜‘ 세계로 돌아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이 알기 쉽도록 확실한 아이, 울음도 웃음도 크고 잦아서 일찍이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진폭을 증명한 아이, 책에서 울고 있는 아기의 사진을 보면 금새 따라서 얼굴을 찡그리고, 내가 어떤 일 때문에 터진 화를 꿈 참고 조용히 바닥을 닦아내고 있을 때면 가만히 다가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나를 꼭 안아주는, 또래에 비해 확연히 공감능력이 뛰어난 두살배기 내 아들.

이 책에서 막 빠져나온 나는 내 아들을 더욱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케빈은 어떠했던가. 그리고, 단순한 문장들로 구성된 한 문단의 글덩이 따위로 그 아이를 설명할 수 있으리라 간단히 믿어버리는 나라는 엄마를 더 조심스럽게 관조한다. 나는 에바와 얼마나 다른가.

이 책은 너무나 길고, 에바는 유쾌한 블랙 유머와 불쾌한 자기중심주의를 오가는, 매력적일수도 있지만 꼴불견일 수도 있는 스노비즘적 인물이다. 그래서 이 책을 끝까지 읽는 데에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나를 붙잡았던 건 결국 에바에 대한 공감 때문이었을 거다. 나는 ‘케빈의 엄마‘는 아니겠지만, 에바 카차두리안일 수는, 그럴 수는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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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생 때 도서관 간이의자에 구부리고 앉아
<퍼레이드>를 읽었었다.

그때부터 밑도 끝도 없이 ‘나는 이 작가가 좋아.‘라고
생각하며 드문 드문 읽어오다가, <사랑에 난폭>,
<분노>, <타이베이의 연인들>에 이르러서는
기복 없이 항상 글을 대단히 잘 쓰면서도
다채로운 색깔로 작품의 색깔을 바꾸는 그가
참으로 경이로와졌다.

그런데 딱 한 권, <태양은 지지 않는다>는
출간되었을 때 서점에서 보자 마자 구입했지만
도무지 읽을 수가 없었다. 최근에 다시 첫장부터
읽어보았지만 여전히 내 취향이 아니다.
내가 싫어하는 장르에 내가 싫어하는 소재라서,
아무리 요시다 슈이치여도 이건 못 읽겠더라.

이쯤되니 궁금해진다.
대체 이 작가는 어떻게 변화해 왔던 건지.

해서, 그의 초기작부터 최근작 까지
연대순으로 주욱 읽어보기로 계획했다.
<최후의 아들>을 구하지 못해서 <열대어>를 시작으로,
대학생 때 나를 요시다 슈이치의 세계로 인도해준
<퍼레이드>를 재독한다.
내가 읽었던 책이 이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롭다.

어느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들 중
한자리를 차지한 요시다 슈이치.
오랜 시간이 흘렀구나,
나에게도, 작가인 그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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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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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흥미롭고 매력적인 책이었지만..

아아,

이것이 ‘4부작 중의 1부‘ 라는 점이,
2권부터 4권 까지는 언제 번역되어 나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심히 괴로운 책이로세.

다음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해서
이탈리아어라도 공부해야 하나 고민인데
안녕, 내 이름은 ... 정도 할 수 있게 됐나 싶을 때
허망하게 번역본이 나오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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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좋은 책인데 번역이 아쉽다. 혹은 편집자의 세심한 손길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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