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혹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이가 아직 깨지 않은 동안에 책을 읽곤 한다.

그래서 며칠간 틈틈히 이 책을 읽는 건 엄마인 내게 특히나 묘한 경험이었다. 아이가 잠 자는 동안 예민하게 날선 에바와 케빈 사이의 세계를 정신 없이 배회하다가, 문득, 잠에서 깨어나 나를 부르는 내 아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역시 잠에서 깨듯이, 나와 내 아들의 ‘진짜‘ 세계로 돌아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이 알기 쉽도록 확실한 아이, 울음도 웃음도 크고 잦아서 일찍이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진폭을 증명한 아이, 책에서 울고 있는 아기의 사진을 보면 금새 따라서 얼굴을 찡그리고, 내가 어떤 일 때문에 터진 화를 꿈 참고 조용히 바닥을 닦아내고 있을 때면 가만히 다가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나를 꼭 안아주는, 또래에 비해 확연히 공감능력이 뛰어난 두살배기 내 아들.

이 책에서 막 빠져나온 나는 내 아들을 더욱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케빈은 어떠했던가. 그리고, 단순한 문장들로 구성된 한 문단의 글덩이 따위로 그 아이를 설명할 수 있으리라 간단히 믿어버리는 나라는 엄마를 더 조심스럽게 관조한다. 나는 에바와 얼마나 다른가.

이 책은 너무나 길고, 에바는 유쾌한 블랙 유머와 불쾌한 자기중심주의를 오가는, 매력적일수도 있지만 꼴불견일 수도 있는 스노비즘적 인물이다. 그래서 이 책을 끝까지 읽는 데에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했지만, 그래도 마지막 페이지까지 나를 붙잡았던 건 결국 에바에 대한 공감 때문이었을 거다. 나는 ‘케빈의 엄마‘는 아니겠지만, 에바 카차두리안일 수는, 그럴 수는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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