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연구원에 다닐 때 이 주제에 관심이 가서 개인적으로 사서 읽던 책인데, 내 책상 위에 놓인 이 책을 보고 한 연구위원님이 “법이 왜 부조리하냐고? 이 책 읽고 그걸 알게 되면 나한테도 좀 알려줘.” 라고 실없는 소리를 하며 지나갔었더랬지. 책 중간 즈음에 2013년 날짜가 적힌 대학로 탐앤탐스 쿠폰이 끼워져 있어서 잠시 추억에 젖었다. 도장은 세 개 까지 찍혀 있었다.

그때 프로젝트 때문에 읽을 텍스트가 너무 많아져서 이 책은 오분의 일? 정도 읽고 치워버렸는데, 그걸, 엊그제 갑자기 책장에서 발견하고는 반가워서 읽기 시작했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오랜만에 이렇게 100% 추상적이고 논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뇌활동을 해봤는데, 이게 또 굉장히 쾌락을 주더라는.

요즘 이러한 문제들에 유독 관심이 간다.
예전에는 인간 하나 하나의 고유성과 그 고유성이 소규모로 부딪히는 현장에 더 깊은 관심이 있었는데, 요즘은 더 큰 틀에서의 인간의 모습,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실질적인 구조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책을 더 읽어야 하겠고, 공부를 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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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던 B 피터슨 교수가 유튜브에서 유명한 논객인지는 몰랐다. 그저 최근에 읽은 어떤 책에서 그가 언급되길래 (무슨 책이었는지.. 유발 하라리였나? 그랬나..?) 그의 책 한 권을 읽어보고 싶어졌고, 아마존에서 그의 책 중 가장 인기 있길래 킨들에다 원서 샘플을 받아두었던 차였다. 그러고 있는데 이 책의 번역서가 출간되길래 그냥 번역서를 읽게 된 거다.

그러니 나는 그의 성향, 가치관... 등은 전혀 모르고 이 책을 읽게 된 사람이고 오히려 책의 초반에 자신이 bill c-16 관련 정치적 논란에 휘말렸었음을, 그리고 유튜브에 동영상을 많이 올렸고 그 뒤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기에 책읽기를 잠시 멈추고 동영상을 여럿 찾아보았다.

책을 읽는 도중 몇 번이나 그만 읽을까 싶기도 했지만, 적어도 끝까지 읽고 싶어서 끝을 보긴 했다.


그의 말 중에는 정말 가슴에 와닿는 조언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기독교 베이스가 너무 강해서, 내가 원하던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기독교 베이스가 강하면서도 과학적 근거 역시 제시하는데, 과학적 근거에서 문학적 예시로 흘러가는 흐름이 반복되며 이 부분이 다소 비약적이다. 나는 한 권의 책에서는 그런 것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친구와의 대화라면 뭐, 괜찮다.)

상당히 많은 통찰과 공부를 한 똑똑한 사람의 글이지만, 이 책이 한 권의 책으로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조금 더 정돈이 필요해보인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를 쓴 부분들은 아주 좋았다.
나고 자란 캐나다의 추운 시골 마을, 친구 크리스, 딸 미카엘라의 이야기, 키우는 개 이야기, 내담자와의 이야기...
그 모든 것이 생생히 살아 있었다.
기본적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인듯.
어쩌면 의뢰 받아 고민해가며 쓴 이 책 말고 그가 쓰고 싶어서 쓴 책인 “의미의 지도”라는 책은 더 좋은 책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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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독 소설 읽기가 재미 없었는데,
오랜만에 푹 빠져 읽었다.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만의 자유시간이 어서 오길
설레어하며 기다렸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하지만 줄곧 흥미로왔던 초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약간 힘이 빠진 면이 있다.
아마존 리뷰들을 보니 maggie 팬을 자처하는 이들에게서
이런 비슷한 코멘트가 많다. 보는 눈은 (읽는 눈?) 다 비슷한가봐.


초반부는 여러모로 맷 데이먼의 영화 ‘다운사이징’이 오버랩됐다.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작가인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맨디블 가족’ 도 미국경제가 망가지는 디스토피아 상황에서
한 가족의 악전고투를 그리고 있는 것 같았는데,
곧 이 소설도 읽어봐야겠다.

확실히 지금 시대는 여러 모로 너무 큰 변화의 폭과
그에 따른 불안 - 그것이 실체로 다가오든, 혹은
아직은 불안감에 그치든 - 이 사람들을 잠식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그 불안에 기대 돈을 버는 시대랄까,
요즘 점점 더 절감하는 문제.
물론 나 역시 그 불안에 잠식된 한 사람이기도 하고.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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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전병근 옮김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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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나도 모른다, 라는 요지의 문장이 자주 등장한다.
21가지의 주제가 중구난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나?
지금 우리의 세계는 너무나 복잡한 것을.

최고의 책은 아닐지 몰라도,
적어도 지금 나올 수 있는 최선의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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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육에 이르는 병>에서 부터 <내 심장을 향해 쏴라> 까지.
한 동안 읽은 책들 때문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아이들과 함께 앉은 카페 자리에서, 소파 위에서,
남편은 내게 “무슨 걱정 있어?” “무슨 생각 해?” 라고
(평소보다 더) 자주 묻곤 했다.
냉철한 관찰자는 못 되며 감정 이입의 일인자인 나는
읽고 있는 책과 생활의 감정을 분리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다혜의 <아무튼, 스릴러> 를 읽으며
혹여 내가 놓친 무엇이 있을까나 하며 읽은 책들이다.
이번에도 역시 배운 점들이 있다.
내가 제일 구하고 싶어하는 건 결국 ‘내가 뭘 좋아하는가’하는
문제의 정밀하고 첨예하고 오차 없는 정답이라는 것.

<살육에 이르는 병>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최고의 반전 소설이라기에
대체 어떤 반전일까 훔쳐보고 싶었는데,
이른바 ‘서술트릭’이라는 기법 자체를 나는 싫어한다.
개다가 꽤 센 책과 영화를 접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이 책이 그려내는 사악함은 유독 나와 맞지 않았다.

(남편한테 도서관에서 빌려다 달래서 읽었는데,
남편이 제목 보고 당황했을 것 같다. ㅎㅎ
퇴근길에 앞장 정도는 조금 넘겨 봤을 것도 같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긴 했다. )


<콜럼바인>에는 짧은 평은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
내 맘에 쏙 드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책이다.
지난 해 아주 인상 깊게 일은 책인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 책이기도 하고.



<내 심장을 향해 쏴라>.
이 책은 조금 꾸역꾸역 읽었다.
내가 이미 최근의 독서 흐름 때문에 지쳐 있었기도 하고.
이상하게 자꾸 (장르가 다르기야 하지만)
<인 콜드 블러드>가 비견됐다.
그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지, 트루먼 카포티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새삼 느낀다.



밝은 책, 어두운 책, 이런 이분법 싫어하는데
지금은 이 말 밖에 안 떠오른다.
요 다음 책은 밝은 책으로 좀 읽어야겠다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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