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베이비 미루 - 정착지 찾아 떠난 미루네 가족 여행이야기
최승연 글.사진 / 피그마리온(Pygmalion)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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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는 별 다섯 개 책

별점 기준이 뭘까? 평론가는 어떤 기준으로 점수를 주는지 갑자기 궁금하다.
소설이나 시 같은 문학에서는 기교와 예술성이란 분야가 필요하지만 여행기는?
여행기는 예외라고 생각한다.
여행기는 글이 가진 구성과 기교보다는 아마도 '진실성'이 가장 큰 배점이어야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난 이 책을 읽고 '여행자의 글쓰기'란 책을 빌렸다. 과연 대출일까 지 다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시작했으니 끝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때 미스터리 이웃에게 이 책을 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당시 '노마드'가 무슨 뜻인지 알지도 못한 채 책 욕심이 과한 나는 덥석 받아보겠다고 했다. 다른 책이랑 다르게 정 사각형인 푸른 풀밭에 사랑스러운 아기라!! 내가 짊어지고 지내야 하는 모든 고통이 이 책을 보고 스르르 풀렸다.
그리고 책을 펼친 자리에서 이 책을 끝냈다. 재미있었다.

                

서로 또 같은 그 이름, 가족

저자는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말을 참 싫어한다고 한다.
언젠가 독서 토론 모임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 있다. 내가 숨기고 싶은 무의식을 다른 사람이 알고 있다고 '확인'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발끈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아마도 저자는 그런 순간을 겪었나 보다. 이 책 내내 두 부부는 너무나 자유롭다.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중산층이라면 얼마를 갖고 있어야 하고 어떤 직업은 되어야 하며 어딘가에 거주해야 한다.'는 틀을 거부한다. 그래서 네덜란드 남편은 한국 여자와 사랑에 빠졌고 둘은 서로 고향이 아닌 다른 곳에 정착해 살기를 바란다.
 아이를 낳고 그렇게 가족이 된 셋은 정착을 위한 긴 여행을 떠난다.
 다른 곳에 오래 살기 위해 떠돈다니 '유목민'이라는 '노마드'란 책 제목이 시작된 이유다.

강제 무소유

유럽 국가에 잠시 살아보는 가족.
큰 유럽 땅에 세 가족을 옮겨 줄 중고차를 구입한다. 이름도 지었다.
이 든든한 자동차가 문제를 일으킨다. 평범할 줄 알았던 이 책이 갑자기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과연 이 가족은 어땠을까? 강한 어조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사진과 절제된 글만으로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내 집, 내가 살던 곳

다시 돌아온 저자 집, 한국.
개인적으로 한국 사진은 정겨우면서도 애잔함이 가득하다.
곧 떠나야 할 곳이기에 갖고 있는 그런 생각일까?
항상 살고 있던 곳과 해야 하는 일에 대한 권태를 한 아름 안고 있는 나와 다른 삶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래도 가족이 함께라면 아기는 행복하다.

사진과 글만 봐도 알 수 있다.
긴 시간 여행과 무심한 자유로운 패션을 가진 아기 미루.
그렇지만 미루는 항상 행복이 가득한 표정이다.
언젠가 아이를 낳고 곧바로 연년생 아이를 임신한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농담 반 진담 반.


"너도 잘 키우는데 나도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더라."
풋-웃었다. 
내 친구는 항상 뭔가 잊어버리고 흘리고 다니는 나를 항상 뒤에서 묵묵히 도와줬다.

우린 항상 아이를 핑계로 뭔가 세팅된 환경을 억지로 만들려 하지 않나-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그저 엄마와 아빠가 함께한다면 세상 끝 어디라도 행복하다.
그 증명을 미루가 하고 있다.

세상은 공평하다.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 즉 이때쯤 이런 풍경이 보일 것이고, 이때쯤 사기를 당할 것이고, 이때쯤 기차가 연착될 걸 안다는 건 어찌 보면 참 슬픈 일이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 설렘이 없는 것 아닌가. 그렇게 난 '여행'에 무뎌지고 있었다.(269)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무릎을 쳤다. 아, 그렇구나.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구나.
다른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한다는 자체가 참 소모적인 일이구나.
뒤늦게 깨달았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시간이 주어진다. 그때 어떤 사람은 아무 일을 안 할 자유를 택할 수도 있다. 그는 '아무 것도' 안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머릿속에서 엄청난 웹툰 소재나 영화 소재가 자라날지 누가 알 수 있을까. 대단한 작품에 대한 생각을 떠올렸다고 해도 쓰지 않고 알리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여행도 그렇다. 돌아갈 곳이 있는 여행은 두 가지 행복이 있다. 신기한 곳으로 떠날 행복과 안락한 곳으로 돌아갈 행복. 미루 가족은 그렇지 않다. 항상 머물 곳을 찾아 떠난다. 자유롭고 가뿐해 보이는 그들 삶이 저자 머릿속으로 들어가 보니 전혀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해가 아니라 지구가 돌고 있다는 진리를 깨달을 때도 이랬을까? 저자가 떠난 여행지를 보며 덮어놓고 부럽다 못해 얄미워했던 나 자신이 창피했다.

고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공부할 책을 폈다.
시험을 봤고 방금 성적을 확인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끝냈다. 홀가분하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잘 될 거라고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듯한 미루가 있는 이 책을 펼쳐봤다. 이제 더 이상 책 표지 미루 얼굴이 걱정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미루 가족도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곳을 찾았으면 좋겠다.
언젠가 정착하여 하루하루 즐거움으로 가득한 날을 보내는 미루 사진이 가득한 새 책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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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30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01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 엑스로 구분해서 아토피에 좋은 것, 나쁜 것을 분류하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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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새내기 시절, 칠면조(대학 친구 별명이다.)가 갑자기 이런 얘기를 했다.
너 혹시 같은 고등학교 누구 알아? 걔가 넌 이런 저런 애라고 하더라.

이 얘기에 나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누구’라는 애가 당시 칠면조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 나에 대해서 뭘 그렇게 잘 안다고 나에 대해 아는 척을 했을까? 사실 말하자면 태어난 지 35년이 지난 지금도 나에 대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다. 그럼에도 ‘누구’양은 어떤 확신에 차서 나에 대해 이야길 한 것인지 15년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난다. 물론 지금 칠면조가 누군가에게 “얘는 이런 애야.”라고 말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내 기준으로 칠면조는 나에 대해 잘 안다.

솔직히 말하지만 ‘마스다 미리’ 첫인상은 내게 별로였다. 감각적인 이야기 조각으로 우리나라 여성 마니아가 많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마음먹고 펼친 첫 책은 ‘미치코씨, 영어를 다시 시작하다.’란 책이다. 실망이었다. 내가 즐겨듣던 팟캐스트에서 똑같은 책을 두 번 소개할 때나, 홍차에 대한 지식을 한 시간 동안 들어도 이 정도로 지루하지 않았다. 영어를 시작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영어와 일본어 차이를 책 한 권을 통해 반복하고 있었다. 다시 당신 책을 읽지 않으리다. 속았다. 이게 솔직한 내 감상이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가 ‘마스다 미리’ 책을 다시 펼치게 된 이유는 참으로 속되다. 마스다 미리가 그린 그림과 함께 있는 크리스탈 문진을 갖고 싶었다. 마스다 미리와 나는 여자니까, 여자로서 통하는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여자라는 생물’이라는 책을 주문했다. 열심히 읽었다. 다 읽고 헛헛했다. 제목에 생략된 것이 있었다. ‘늙은’이란 수식. 이 책은 여자로 `나이 든` 마스다 미리 생각이 들어있었다. 축 쳐지는 느낌. 아, 나랑 마스다 미리는 아닌가봐. 실망하고 슬퍼했다.

구립 도서관에서 방송대 시험공부를 했다. 나이 들어 공부하려니 영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일어서서 서가에 꽂힌 책을 봤다. 마스다 미리 책이 보인다.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라는 책을 펼치며 ‘내 마음과 똑같네.’라고 풋 웃었다. 그러다 반짝이는 책을 만났다.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은 날도’. 다른 책보다 평범한 때 붙은 듯 누런 표지 천진난만한 아이 둘을 바라보는 마스다 미리가 그려진 책. 이 책에 금방 매료됐다. 무엇보다 마스다 미리는 나와 치통 동지였다. 나도 혼자 아픈 이를 끙끙대다 친구에게 전화해 친구 남편 병원에 예약을 한 적이 있다. 끊고 엉엉 울었다. 너무 아파서. 마치 내가 쓴 글인 줄 알았다. 그 때 내 마음이 그대로 있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어른으로 살아가는 마스다 미리가 가끔 아이로 돌아가고픈 마음을 그린 책이다. 무슨 우연인지 내가 공부하는 과목은 ‘유아교육과’다. 그렇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험을 뒤로 하고 난 이 책을 다 읽어버렸다. 책을 덮고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난 이 책을 만나기 전이라면 앞서 얘기한 ‘누구’양처럼 떠들어댔을 것이다.

˝내가 읽어 본 마스다 미리 책. 별로야.˝

˝마스다 미리란 작가를 영영 모를 뻔 했다.˝

이 책을 통해 난 마스다 미리라는 책으로 소통하는 벗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섣부르게 그런 정의를 내리지 않게 한 이 책에 정말 감사하다. 나도 그렇고 작가도 그렇고 아마 대부분 사람이 그렇지 않을까? 인연이 닿는 잠깐이란 시간에 모습으로 쉽게 상대방을 정의 내린다. 얘는 착한 애, 얘는 웃긴 애, 얘는 가벼운 애, 얘는 싸가지 없는 애. 과연 그게 맞는 말일까? 마스다 미리를 다시 만난 의도는 참 불순했다. 그래도 덕분에 마스다 미리와 친해질 수 있었다. 공부가 잘되는 날도 안 되는 날도 있다. 친구가 될 수 있는 날도 원수가 되는 날도 있다. 어쨌든 나는 크리스탈 문진을 갖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좋은 작가 한 명을 얻었다. 증쇄를 바라는 욕심 많은 친구, `마스다 미리`가 만든 새로운 책을 기다린다.

완벽하게 행복한 하루가 인생에 몇 번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그 한 번에 들어가겠구나.(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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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고민에 답하다
곽정은 지음 / 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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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분을 과대평가 했었나-아니면 먹고 살기 위해 이런 책을 쓰는 걸까?애정이 있으니 언급도 하고 별점도 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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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마스다 미리가 드디어 저랑 이야기가 통하기 시작했습니다.치통과 사람간 관계에 대한 시시콜콜하지만 애정 가득한 그림같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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