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주는 정중한 삭막함.
샥샥과 나 사이에, 바위와 나 사이에 연결되어 있는 줄은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갈 것이고 천천히 소멸해갈 것이다. 샥샥은 샥샥의 속도로, 나는 나의 속도로, 바위는 바위의 속도로.(33)
이 소설을 먼저 귀로 들었던 때가 잊히지 않는다. 집안일을 하며 무심하게 듣다가 어느샌가 쪼그려 앉아 한 문장 한 문장에 집중하는 내 모습이 기억난다. 내용은 두 중년 여성을 교차하며 보여주며 출산과 육아, 그 남녀 차이에 대해 무심하듯 심도 있게 그린다. 책임을 회피하는 유명 프라이팬 회사와 함께 비교하며 이 세상에 만연한 불평등에 대해 건드렸다.
동거하던 둘. 불순한 의도로 돈이 생기며 가정을 차린다. 경제력과 윤리성 사이에 있는 그 무엇. 묵직하게 다가온다.
단죄가 또 유예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하고 절망했다. 극적인 파국이 닥치면, 속죄와 구원도 머지않을 텐데. 또다시 살아가기 위하여 나는 바다 쪽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97)
항상 놀림당하는 아이인 화자. 미모가 인생 잣대인 한국인 엄마와 일본인 아빠. 셋은 제한된 언어로 가족이 된다. 아빠 직업으로 K 국으로 이사 가 학교를 다닌 화자. 한 한국인 친구를 만나 외모가 아닌 진정한 우정을 나눈다. 그렇지만..
어떤 비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한동안 여기 더 머물러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131)
특별할 것 없는 25년 차 사립 정교사 이야기. 평범한 남편, 그리고 박군, 다가오는 장 이사장. 이야기 사이사이 남성이라면 고민하지 않을 나이라는 잔인한 차별성에 대해 건드리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누구나 죽는다.(160)
남자의 말줄임표 속에 회한이나 주저, 서글픔 같은 감정이 혼재되어 있는 듯했다. 진은 얕게 전율했다.저들은 왜 무엇을 빼앗기는 것처럼 보이는가!(185)
안나의 이야기들은 지독히도 현실적이었고 그래서 경에게는 도리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218)
짧은 일곱 개 소설은 우리에게 묵직한 무언가를 던진다. 주위에 있을 이야기. 특별할 것 없는 반전. 어쩌면 내 이야기를 이렇게 써 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우리는 서로에게 위로받고 싶지만 만만해지긴 싫다. 사랑받고 싶지만 상처받고 싶진 않다. 그럼으로 인해 겉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 한없이 계산기를 두드린다. 가끔 너무 당연한 차별에 직면하기도 한다. 거대 자본이 계약직이나 앵무새 같은 as 센터를 이용해 자신 책임을 교묘하게 회피한다. 남자란 이유로 벗겨지는 죄책감과 여자라는 이유로 지어야만 하는 책임감이 있다. 돈이란 무엇일까? 언젠가 하상욱 시인이 트위터에서 한 강하고 짧은 한마디가 기억난다.
돈은 인생 전부가 아니다. 대부분이다